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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축제·공연·행사

제13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 현장


‘연비어약’ 마음에 품고 함께 달리다

제13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 현장


봄은 영어로 spring. 

꽃, 흙, 풀, 나무, 바람… 모든 만물이 봄을 맞아 마치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가고 있다. 사람들도 봄기운에 대지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2013년 인천시의 시정 슬로건은 연비어약(鳶飛魚躍). 하늘의 솔개도 뛰고 연못의 잉어도 솟구친다. 인천시민은 올해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탄성 좋은 스프링처럼 활기 있게 튀어 오르길 소망한다.   

3월의 마지막 날. 오전 8시부터 모여 있던 사람들은 출발을 기다렸다. ‘땅!’ 하는 총성이 울리자 문학경기장을 메우고 있던 인파가 도로를 향해 한꺼번에 튕겨져 나갔다. 제13회 국제마라톤대회 현장이다.





기존 마라톤의 절반만 달리는 ‘하프마라톤’과 ‘10km’, ‘5km’ 코스 참가자들이 차례로 출발한다. 하프마라톤을 기준으로 문학경기장을 시작해 송도1교를 기점으로 돌아오는 코스. 2시간 30분이면 완주가 가능한 이 거리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물들었다.





피부색이 다른, 환경이 다른, 목적이 다른 제각각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뛰었다. 연수구 옥련동과 동인천에서 아랍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피라스알코파히(43, 요르단) 씨는 11명의 친구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했다. 

“14년째 인천에서 생활한 인천시민으로서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도 참가했어요.”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송영길 인천시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익숙한 듯, 시장과 그의 친구들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올해로 72세, 나이가 무색할 만큼 누구보다도 앞서 뛰는 김기복 씨도 코스에서 만났다. 경찰관 출신인 그는 과거 마라톤대회에서 영하 15도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완주했다.

“돈도 안내고 운동이 되잖아. 꾸준히 죽을 때까지 뛸 거야. 마라톤은 내 인생이지.” 

그는 마라톤이야말로 자신의 건강 비결이라고 말한다.



김기복 씨



어디선가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시야에 들어오는 소리는 주황빛 물결로 바뀌었다. 단체복을 입은 2014아시안게임 청년서포터즈들이 아시안게임 홍보를 위해 마라톤에 참가한 것이다. 그들은 마라톤 참가와 함께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당일 마라톤대회를 취재하러 온 서포터즈 기자단도 바삐 움직인다. 

서포터즈 기자단 윤희진(22)씨는 “방송기자가 되고 싶다”고 전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즐거워요. 오늘 훈훈한 가족의 이야기를 취재했는데, 적극적으로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며 첫 취재소감을 밝혔다.


서포터즈 마라톤



서포터즈 기자단 윤희진



마라톤을 완주한 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보송보송하던 피부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눈을 뜨기도 힘들었지만 하얀 결승 띠를 끊는 순간, 그들의 표정은 겨울을 이겨낸 봄꽃처럼 밝고 싱그러웠다. 

10km코스를 2등으로 완주한 임순택 씨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가다듬는다. 

“1등을 못해서 아쉬워요.” 지난해 출전한 송도마라톤대회에서는 1등을 거머쥔 실력자다. 그는 소감을 묻자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그래도 코스가 좋아서 평소보다 1분 30초 정도 기록이 줄었어요.” 그는 마라톤 마니아다. 그의 발은 인천 구석구석 열심히 발자취를 남겼다. 

“인천은 관광, 휴양, 먹거리 같은 것들이 많아서, 달리다 보면 볼 것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인천에 마라톤팀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마지막 바람을 전하고 자리를 떴다. 


임순택 씨



마라톤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 병사가 이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42.195km를 쉼 없이 달렸다. 아테네 성문 앞에서 ‘우리 군이 승리했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마라톤의 기원이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끊임없이 달린다. 결실을 맺는 순간, 비로소 의미가 주어진다.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마라톤이 꼭 ‘삶’ 같다고 느낀 하루였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