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불꽃놀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변에 봄에는 벚꽃축제,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바다구경 식으로 계절에 맞춰 운치 있게 사시는 분들이 주위에 계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레 불꽃축제 얘기로 흘러가게 되더군요.
불꽃축제는 여의도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그 많은 인파를 뚫고 서울까지 갈 엄두가 안 나서 포기하려던 찰나, 인천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포스터를 보게 됐어요.
무려 두 군데나!
하나는 월미 관광특구 문화축제에서 열리는 불꽃축제였고, 하나는 ‘제1회 인천음악불꽃축제’였는데 저는 오랜만에 월미도 구경도 할 겸 해서 월미 관광특구 문화축제장으로 가기로 했답니다.
축제날이라 그런지, 주말이라 그런지 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거진 일 년만에 오는 월미도인데 못 보던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보이고 카페와 식당도 많이 들어서서 처음 오는 곳 같았어요. 내가 안 온 사이 많이 발전 했구나…….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저를 반겨주는 건 저 마스코트와 배들이 동동 떠 있는 바다뿐이네요.
월미관광특구 문화축제의 부대행사로 중구여성회관에서 운영하는 손뜨개, 비즈공예 체험관도 운영되고 있었어요.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손뜨개에 열중인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까 실뜨개 삼매경에 빠진 아이 볼에 그려진 페이스 페인팅은 여기서 받은 거였네요.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놀러나온 분들이 많아서 인지 체험관은 북적북적 합니다.
운영본부 부스에서 월미관광특구 문화축제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어요. 정확히 어떤 행사를 하는지 알고 온 게 아니라서 제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죠. 월미관광특구 문화축제는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제가 간 날은 각종 공연과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첫째 날 행사였어요. 둘째 날 행사 때도 다양한 기획공연과 청소년 보컬그룹 경연대회 같은 부대행사, 그리고 크라잉넛이 오는 월미 밴드 콘서트까지! 진행된다는 팸플릿을 보니 둘째 날 왔어도 재밌었겠구나 싶었어요.
부스 한편에는 중국 민속인형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설탕으로 만든 인형이라고 써 있어서 신기하더군요. 햇빛에 두면 녹을까요?^ㅁ^;
부대행사로 마련된 기획공연이 진행되고 있길래 슬며시 합류 했어요. 미추홀 댄스단, 미추홀 요들단, 다아나밸리단, 모베러펑크, 중구여성회관, 얼후사랑, 아라지오 등의 팀이 공연을 한다더군요. 왼쪽의 스위스 전통옷과 비슷한 무대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미추홀 요들단 이었는데 유리잔 같은 악기를 두드려 연주를 하더라고요, 실로폰 같이. 오른쪽은 미추홀댄스단의 K-POP 커버댄스 공연 사진인데,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굉장히 춤을 잘 추더군요. 노래 부르는 거 듣는 거 좋아하고, 춤 추는 거 보는 거 좋아하는 저는 잘 춘다고 탄성을 지르며 신나게 구경했습니다.
이것도 부대행사로 진행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삐에로도 있었어요. 풍선이 조금 받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걸로.
왼쪽 떡메 사진은 왜 갑자기 노을이 지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설명 드리자면……. 저 사진은 밤에 찍은 게 맞아요. 삐에로 근처에 떡메치기를 하는 체험부스가 있길래 이제나 떡메를 칠까 저제나 떡메를 칠까 기웃기웃 했는데 저녁이 돼서야 행사가 진행되더라고요. 무료급식 기금 모음을 위한 떡메치기라니, 취지가 참 좋네요.
부대행사로 진행된 기획공연을 보고나서 다른 행사가 언제 진행되나 살펴보니 시간차가 꽤 있길래 오랜만에 월미도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월미도에 와서 꼭 빼 놓지 말아야 하는 놀이기구 구경! 바이킹이 세 대나 되네요. 90° 이상의 각도로 꺾여 스릴이 국내 최고라는 그 바이킹입니다. 저도 아직 못 타봤는데 타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신날 것 같기도 하고.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기구, 혹시 아시나요?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주말 프로그램의 태민·나은 커플과 키·정은지 커플이 내기했던 그 기구에요. 바구니에 든 개구리를 지랫대에 올려 파란 접시에 올리면 되는 게임인데, 사진에 나온 여자 분이 굉장히 잘 하시더라고요.
놀이공원 한 쪽에는 물공 놀이기구와 트램펄린, 튜브도 보입니다. 저 물공 놀이기구는 어릴 적에 방영했던 호기심 천국에서 실험맨들이 많이 탔던 것 같은데. 상용화 됐나 봐요. 한번 타 보고 싶었는데 준비중인지 사람이 없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왼쪽은 스카이엑스……? 서O랜드에 저 비슷한 놀이기구가 있는 걸 본 것 같은데 월미도에도 있었어요.
놀이기구 구경을 하고 돌아오니 오후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사진 속에 보이는 공연은 산동성 요성시 관현예술단이 선보이는 변검 공연입니다. 변검은 마술사들이 마술을 펼치는 것 처럼 짧은 동작과 짧은 시간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공연인데 뺨에 묻은 화장품을 지워내는 ‘말검(抹?)’, 다양한 색의 분말을 무대에 두고 입김을 불어 색이 얼굴에 입혀지게 하는 ‘취검(吹?)’, 가면에 실을 묶어 당겨 떼어 내는 ‘차검(??)’, 기공을 통해 얼굴색을 바꾸는 ‘운기변검’ 등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른 기술들도 대단한데 운기변검은 무슨 무협지 속 이야기 같네요.
이날 공연하신 분도 눈 앞에서 순식간에 여러 차례 가면을 바꾸셔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라 탄성을 질렀어요.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니었고요.
중국 전통공연하면 빠지지 않는 사자춤인데, 사진에 보이는 상이 생각보다 높은데 두 명이 짝을 지어서 사자 옷을 입고 저 상 위를 텀블링 하듯이 돌기도 하고, 거침없이 노니는데 신나기도 하고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기도 했어요. 전에 차이나타운에 갔을 때 봤던 사자춤은 퍼레이드 형식의 거리공연이어서 이런 묘기에 가까운 동작은 못 봤는데, 이날 공연은 진짜 묘기더군요.
모든 공연이 끝나고 제22회 중구 구민의 날 기념식도 함께 진행돼 중구 발전을 위해 애쓴 분들에게 표창장이 수여되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공연을 보다보니 공연장 옆 바다 너머로 노을이 보였어요. 해 지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
이어진 공연에서는 중구여성합창단이 사공의 그리움 등의 노래를 아름다운 화음으로 부르기도 하고 마술쇼와 개그를 결합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앙증맞은 빠빠빠 커버댄스도 진행됐고요.
다음으로 진행된 공연은 제가 너무나도 감명 깊게 본 샌드 애니메이션 공연이었어요.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지수님이 공연을 선보이셨는데 모래와 손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월미도를 주제 진행된 1부에서는 월미도의 바다, 놀이기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월미문화축제 팸플릿에 들어가야 할 듯한 홍보 포스터까지 모두 모래만으로 표현해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2부 공연은 동물의 세계를 주제로 진행됐는데 무당벌레가 앉은 초원의 모습, 백조, 사자, 고래 등 동물의 모습을 모래만으로 실감나게 표현해 냈어요. 일반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질감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샌드 에니메이션, 참 멋진 장르더군요.
모든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의 카운트 다운에 맞춰 쏘아 올려진 불꽃이 월미도 밤하늘을 수놓았어요. 많은 행사를 보고 즐긴 하루였지만 역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불꽃놀이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바다 위 배에서 쏘아올린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에 수놓아지는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년에도 이런 축제가 진행돼 올해 월미문화축제에 오지 못한 다른 분들도 이런 감동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비바, 월미문화축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