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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인천/세계책의수도-인천

[세계책의수도인천] 배다리 헌책잔치 소식

 

 

 

 

모든 것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죠? 책을 읽는 시간마저 아까워 속독을 권하는 시대입니다.

시험지를 빨리 읽고 문제 푸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학창시절 속독을 강요받았던 적이 있지요.

문장의 의미만을 파악하는 것이 독서는 아닐 것인데 말입니다.

빨리 읽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아닐까요.

지나친 문장들 속에 내 마음을 적셔줄 문구가 있을지도, 혹은 지금 내게 필요한 문구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빠른 시대에 ‘느릿느릿’이란 타이틀을 걸고 축제가 열렸습니다.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주최하는 <느릿느릿 배다리 씨의 헌책잔치>입니다.

배다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 헌책잔치를 연 것이 어느 덧 3년 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17일 햇살 좋은 오후, 배다리사거리 인근 철교 아래서 열린 축제는 조용한 배다리를 떠들썩하게 했죠. 배다리에서 활동하는 청년밴드가 노래를 하고, 젊은 청춘들이 그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철교 밑을 뺑 둘러 헌책이 놓였고 사전접수를 통해 신청한 판매자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듯 보였죠.

 

 

 

 

 

 

 

 

 

 

 

 

판매자로 참가한 나나(부천) 씨는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11권의 책을 가지고 왔는데 3권 남았어요. 집에서 제가 사서 읽었던 책을 가지고 나왔어요.

페이스북을 통해 행사소식을 듣고 왔어요. 주최측에서 준비도 많이 하시고,

이곳에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재미있어요.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와보긴 처음이에요.

앞으로 헌책방거리에 자주 들리고 싶어요. 행사도 매년 참가하고 싶구요.”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여유롭기는 구매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밴드공연을 보다 조용히 책을 둘러보다 갑니다.

딱히 판매자와 구매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유롭게 책을 즐기고,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구입하지 않아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이날 헌책잔치에서 음료와 과자류를 판매하러 나온 강(마을 사진관 다행 운영)씨는

“행사를 통해 배다리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취지”라고 귀띔했습니다.

 

 

 

 

 

 

 

 

 

 

 

 

 

헌책 잔치답게 이미 절판된 책이나 구판이 된 명작 소설의 표지 등이 놓여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했어요.

헌책이지만 꽤나 신품과 같은 상태를 자랑하는 도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포스트잇으로 명시된 가격은 1천 ~ 3천 원 사이로, 보관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지만 부담 없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찾은 시민 이민정(가명, 30대, 서구) 씨는

“가족들이 다함께 나들이를 나왔어요. 헌책잔치가 열리는 건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헌책 가져다가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뜻 깊은 것 같아요.

가격대도 비싸지 않고, 관심 있는 책을 구매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들과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라고 전합니다.

 

 

 

 

 

 

 

 

 

 

 

 

배다리는 헌책방거리로 이미 이름난 지역입니다.

6, 70년대 조성된 책방거리가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출사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다리는

예술인들이 모여 다양한 지역 운동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지요.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나이 들어가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시간은 더딥니다.

손때가 묻은 헌 책장이 살포시 입을 벌린 것 또한 정겹습니다.

잠시 앉아 책을 읽는 여유, 대형서점과는 다른 독서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지요.

 

 

 

 

 

 

 

 

 

 

 

 

 

▲차지은 I-View 기자 minsab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