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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품은 공간, 달이네



배다리를 품은 공간, 달이네

배다리 안내소 및 생활사전시관 준비 중


뚜벅뚜벅. 배다리를 걷는다. 길게 뻗은 헌책방 거리엔 20여 곳이었던 책방들이 6곳 밖에 남지 않았다. 곳곳에 녹이 슨 간판을 단 상점들은 과거 배다리 시장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빠르게 움직일 동안, 변한 것이 없어 원도심이 된 배다리의 시간은 느리다. 천천히, 하지만 여전히 작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서오세요, 달이네

배다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옛날 배다리 시장 사람들이나 성냥공장의 노동자, 6.25 피난민 등 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고, 지금도 살고 있다. 배다리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그런 배다리를 쏙 빼닮은 곳, ‘달이네’. 이곳은 다양한 사람을 품으며 배다리의 넉넉했던 생활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달이네의 시작은 책방이다. 이곳의 주인 ‘청산별곡(이하 청산)’이 헌책방거리 입구, 문을 닫은 책방에 들어온 것이 2009년. 그 자리에 청산은 ‘나비날다 책방’을 열었다. ‘나눔과 비움’을 모토로 책방을 운영하며, 주말이면 벼룩장터나 유기농 작은가게를 열기도 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하다보니, 책방과 어울리는 문화공간이 필요해졌어요. 손님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들이요. 그게 달이네가 된 거예요.” 

달이네는 배다리의 ‘다리’를 뜻한다. 달이네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이름이 ‘달’과 관련돼 있기도 해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배다리의 낡은 지붕 



달이네는 배다리 삼거리에서 헌책방거리로 들어가는 가장 첫 번째 길목에 있다. ‘조흥상회’라는 오래된 간판이 붙은 2층짜리 건물이다. 이곳은 매일 동네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점심때면 ‘점심밥상’모임이 열린다. 혼자 먹는 일이 많은 배다리 사람들이 함께 밥을 나누어 먹는 것.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나는 이런 게 하고싶어.', '우리 이런거 해볼까?'와 같은 의견도 공유하게 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그게 프로그램이 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그렇게 생긴 프로그램들이 뜨개질, 그림그리기, 우쿨렐레, 기타, 영화, 글쓰기 모임 등이다. 

달이네는 그런 곳이다. 청산이 자리를 비워도 문을 잠그는 일이 없다. 필요한 사람이 와서 머물다가 용건이 끝나면 돌아가는 식이다. 책방은 무인으로 운영이 되고, 그 안에서 마시는 커피도 손님이 알아서 계산한다. 



 


"달이네는 '내 것'이 없는 공간이예요. 자율적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공간이죠. 욕구가 있으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욕구가 채워지면 또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식이예요. 억지로 뭘 하려는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하면 시간을 빼서라도 하게 되잖아요. 주민들, 사람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달이네에선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그 옛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던 배다리시장처럼.


50년대 배다리를 엿보다, 조흥상회

달이네는 조흥상회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배다리가 가장 번화했던 50년대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 여기, 조흥상회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당시의 건축양식과 더불어 생활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세로로 긴 창이나, 부뚜막이 있던 주방, 복도식으로 연결된 네 개의 방.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다락까지. 건물구조에 맞춰 짜인 코너장도 조흥상의 옛 모습 그대로다. 






달이네는 조흥상회 방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 생활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1층은 게스트하우스인 ‘손님맞이방’이 3개, 나비날다 책방,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안채가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배다리 여행객이나,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하룻밤을 지내려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물론 여느 숙박시설처럼 최신식의 시설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배다리의 50년대 모습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2층은 책 쉼터, 뜨개질공방 등으로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책 쉼터’는 사람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공간이다. 빈티지 숍을 방불케 한다. 오래된 풍금은 아직도 연주가 가능하다. 6,70년대 생이라면 추억할만한 만화책이나 생활소품들이 가득하다. 테이블마저 반질하게 윤을 내고 있다. 이곳에 잠시 앉아만 있어도 새록새록 어린 시절이 떠오를 것만 같다. 요즘 말로하자면 ‘추억 돋는(솟아오르다, 생겨난다의 의미)’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길고 좁은 창 너머로 배다리의 낡은 지붕과 사람들의 모습이 액자처럼 담긴다.  






 

배다리안내소와 생활사전시관 오픈

지금 달이네는 공사 중이다. 1층에 있던 ‘나비날다 책방’ 간판이 떼어졌다. 기존 책방은 달이네 1층 안채 쪽으로 들어가고, 이 자리는 ‘배다리 안내소’로 꾸며지고 있다.

“계획은 오래 전부터 해왔는데, 지난 11월에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어요. 여행객이나 주민들에게 배다리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배다리 안내소는 관광객 안내 및 배다리 역사소개 등 배다리의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을 알리는 곳으로 활용된다. 

2층에선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준비가 한창이다. 조흥상회건물의 특색을 살려 50년대 배다리의 생활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오래된 나무 문짝이나 가구 등 당시에 사용되던 생활소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은 직접 물건을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으로 만들어진다. 

배다리 안내소는 이달 말, 생활사 전시관은 올해 상반기 중에 오픈할 예정이다.





배다리의 첫머리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달이네. 이 마중물 한바가지가 배다리 일대에 대통물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달이네 카페 http://cafe.naver.com/fullmoonh


* 옛날 펌프식 수도를 사용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넣는 한 바가지의 물을 순우리말로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마중물로 인해 올라오는 물이 ‘대통물’입니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http://enews.incheon.go.kr/main/php/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