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인천/人맥상통 인천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 30. 11:42

 

 

 

 

어제 발행된 [I-View 977호]에서는 '백남운, 이선화 부부의 황혼 세레나데' 싣렸는데,

오늘은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부부의 연은 하늘이 내려준다고 하죠?

(제 인연은 어디있는지...ㅜㅜ)

 

'법망경'에는 부부의 인연을 '칠천겁의 인연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인연'이라고 표현합니다.

'겁'이란 불교의 시간단위로 일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로 집채만한 바위를 뚫는 시간입니다.

 

부부의 연은 일백년에 한 번씩 내려와 스쳐가는 선녀의 치맛자락으로

그 바위가 닳아서 사라지는 시간이라니 그만큼 오랜 그리움 끝에 만나는 인연...

그래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참지 못하고 헤어지는 젊은 부부에게

백남운(85), 이선화(83) 부부의 이야기는 귀감이 됩니다.

 

 

 

 

 ◆힘들게 살아온 신혼시절

 

 

인천 중구 중산동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백남운(85), 이선화(83)부부는

남다르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부인이 밥상을 차려서 남편을 깨우는 보통의 집과는 달리 남편이 밥창을 차리지요.

그 후 부인을 깨워 수건을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옷을 입혀준 후 부부의 아침식사가 시작됩니다.
이선화 어르신은 척추장애인입니다.

10년 전 걷는데 불편함이 있어 시도한 척추수술이 잘못되어 하반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혼자 스스로 앉을 수도 없게 되자 남편은 그녀의 수발이 되었습니다.

 

 

 

백남운 할아버지가 23살, 이선화 할머니가 20살 때 둘은 부모가 정해준대로 무작정 결혼을 했었다고 합니다.

 이불 한 채, 쌀 두말을 짊어지고 시댁서 나와 신혼을 시작했구요...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 때는 대부분 다들 이렇게

결혼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도 할머니께 여쭤보면, 그 때 그런게 어딨냐고...

하시더라구요^^;;(선택의 여지가 없으셨다고...)

 

집도 없어 수덕사에 머무르며 막일을 하며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특정한 직업이 없던 때라 할머니는 바느질,

 나무를 해다 팔거나 남의 집 대변 푸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이사도 참 많이 다녔다고 합니다.

 영등포 온수동으로 이사 갔을 때는 나물을 뜯어다 팔았습니다.

부천 달동네로 이사 갔을 때는 할아버지가 기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차장 없는 산동네 집에 할아버지 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할머니는

 초저녁부터 나와 다른 차가 세우지 못하게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남의 차 흠집낼까 겨울철에 몇 시간씩 나와서 주차공간을 확보하느라

동상이 걸려 지금도 발가락이 돌아가 있습니다.

 

가슴이...아프네요....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나, 집전화가 있나,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냥 밖에서 다른 차 못 세우게 하고 마냥 기다렸지. 그래서 이 발가락이 이래."

할머니가 발가락을 보이자 할아버지는 그 발가락을 어루만집니다.


"나 때문에 우리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어요. 미안하고 안쓰러워요.

없는 집에 시집와서 안 해본 일 없고...애들 다 키우고

 이제 여행 다니며 살고 싶었는데 덜컥 이렇게 됐어요."

 

 

 

▲결혼사진

 

 

 

▲제주도 여행 당시

 

 

 

◆그녀의 손발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백남운 어르신은 아직 부인이 일어설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골친구 부인은 20년 동안 드러누워 있었는데 작년에 일어났어요.

더한 사람도 일어나는데, 우리 부인은 착한 일 많이 한 사람이라 어느 날 벌떡 일어날 거예요.

그럼 당장 중국여행 갈 겁니다. 환갑 때 제주도 여행 딱 한 번 가본 게 다인지라 마음이 아프네요."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할머니가 분위기를 띄웁니다.
"에고~아무데도 못 가본 사람도 많아요.

됐어요. 전 지금도 좋아요. 호호호"


혼자 눕거나 앉지 못한 고통을 참느라 박혀진 주름진 미간 사이로

 소녀처럼 해맑은 웃음이 번집니다.


할아버지는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기 위해 슬그머니

 할머니 기저귀를 가져온다며 작은 방으로 건너가신다.

할아버지가 가시자 할머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십니다.


"젊을 적엔 힘들어도 즐거웠지요. 5남매 키우는 것도 즐거웠고...

잔정도 없고 무뚝뚝해서 사랑표현도 못하는 사람이랑 사느라 속도 많이 썩었지요.

내가 이렇게 되니 저 사람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지요.

쑥스러워서 저사람 앞에서는 못했지만 정말 사랑하고 고마워요..."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랑이 넘치는 백남운 할아버지와 이선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4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가 떠오릅니다.

 

다시 한번 사랑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삼느끼며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이현주 I-View기자 o7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