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별음악감상실 음악지기를 기억하세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제가 팝송을 처음 접했을 때가 아홉 살 때였지요. 어머니 심부름을 가는 도중 우연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서 듣다가 어머니한테 꾸중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윤효중씨(63세, 중구 송월동)는 인천의 음악감상실 DJ 1호다.
한국전쟁 뒤 미군사령부가 주둔한 신포동에는 미군클럽이 많았다.
그 거리에는 언제나 감미롭고 달콤한 팝송이 흘러나왔고, 어린 윤씨는 팝송을 들으며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고 꿈꾸면서 점점 음악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었다.
신흥초교 2학년 시절 팝송에 심취하기 시작하면서 인천중학교와 제물포고교를 다닐 때는 용돈이 생길 때마다 레코드판을 사서 모았다. 그렇게 모은 레코드판이 500여장이다.
그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박식함은 주변 사람들과 학교친구들도 인정했을 정도다.
1960년대 동인천역 앞 지금의 대한서림이 있기 전 그 자리에는 5층 건물로 1,2층은 별제과가 3,4층은 별다방 그리고 5층은 별음악감상실이 있었다.
1967년 제물포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어야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별음악감상실의 DJ가 되었다.
그는 신청곡과 함께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과 사연을 소개하는 등 당시 인천에서는 최초의 DJ로 꽤 이름을 날리며 잘 나갔다.
“별음악감상실에서 DJ로 있을 때 가수 송창식씨도 손님으로 자주 놀러 왔었어요. 1980년 인기그룹 와일드 캣츠의 리드싱어 임종임씨도 단골이었고, 가수 이동원씨와도 가까운 친구가 되었지요. 지금 이름을 대면 알만한 방송인들이 많이 찾아오곤 했어요.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 세시봉이 있다면 인천에는 별음악감상실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들었어요. 특히 가수 지망생들이나 연극을 하는 사람과 예술적 끼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다보니 사랑방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된 거죠.”
“명절에는 사람들이 평소 보다 더 많이 찾아 왔어요. 신청곡도 그 만큼 많이 밀리지요. 애인과 함께 온 몇몇 손님들은 지폐에 신청곡을 써서 제게 넌지시 주기도 했어요. 먼저 애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거죠. 그럼 그 돈을 모아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는 그때가 생각나는 듯 호탕하게 웃는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1년 많은 펜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청년 DJ는 군에 입대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음악과 함께 살아온 젊은 DJ는 60대를 훌쩍 넘어서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주름진 세대가 되었지만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여전히 청춘이다.
그런 그가 옛 추억을 그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DJ가 되어 뮤직박스 안에서 헤드폰과 마이크를 잡고 턴테이블 앞에 앉았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모아 만든 CD를 그동안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어요. 아마 2,000여 장은 넘을 겁니다. 제게 음악은 영혼의 양식이거든요. 사람들에게 정신적 비타민을 선물하는 것 같아 기분 좋더라고요. 그게 저의 취미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올드팝송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추억과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최근 그가 신포동에 음악카페 ‘향수’를 열게 된 이유다.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생활 속에서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세대들에게 지나간 옛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머금은 올드 팝이 흐르는 카페 안은 손님이 없어도 온기가 가득하다.
최상의 선율을 선사하기위해 음향기기를 조심스레 조절하면서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지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기분에 맞춰 빛바랜 레코드판을 고르는 즐거움에 데이트하러 나온 사람처럼 음악과 사랑에 빠진 그의 가슴은 늘 설렌다.
“우리세대에게는 올드 팝송이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신곡들이지요. 오래 된 클래식음악이 변함없이 아름다운 것처럼 30여 년 전에 듣던 아름다운 팝송이나 가요도 마찬가지로 지금 들어도 아름답고 좋잖아요. 그래서 요즘 재탄생되는 옛 노래가 자꾸 생기나 봅니다. 아름다운 것은 포에버예요.”
윤DJ의 행복을 담은 추억의 음악여행은 그의 말처럼 오늘도 내일도 ‘forever'다.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