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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례청 치루고 중앙시장 새 출발 (자료: 인천시 인터넷 신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1. 12:47



배다리전통시장으로 인천 재래시장의 역사를 품고 있는 중앙시장. 이 시장은 인천의 ‘중앙’이었다. 시장도 중앙이었고 지역도 중앙이었다. 사람과 물자가 이곳으로 모두 몰렸다. 인천인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시장으로 1년 내내 북적거림과 생기가 돌던 곳이었다.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이 분주함은 세월을 이겨 내지 못했다. 상권이 죽었다.     

중앙시장은 무엇보다 한복과 이불, 그릇 등 혼례를 앞둔 이들의 필수 코스였다. 화려한 과거의 분주함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최근 ‘마을살리기 사업’으로 깊은 잠을 자던 중앙시장이 눈을 부비고 기지개를 펴고 있다.  





중앙시장 옆, 동인천 북광장은 드넓고 한산하다. 그 느슨함을 깨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꽹과리가 울리고 흥겨운 노랫가락과 장단이 울려 퍼진다. 26일 오전 동인천 북광장에서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둘 머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잔치판을 벌인 곳은 중앙시장 마을협동조합이다. ‘우리 동네 경사 났어요’라는 주제로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중앙시장을 긴 잠에서 깨운다.


시장통과 거리를 잇는 청사초롱이 빛을 받아 화사하다. 그동안 조용히 가게를 지키던 상인들도 거리로 나와 어깨춤을 절로 춘다. 사계절 내내 흑백톤의 겨울 거리를 연상시키던 중앙시장의 통로가 한껏 흥겨워진다. 오색빛깔 화사하게 차려진 초례청이 중앙시장 통로 중앙에 세워졌다. 상인들과 지나는 이들의 발길이 초례청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다. ‘결혼식 치루네.’ 행인과 상인들이 입을 모으며 기대를 한다.

곱게 활옷을 차려입은 신부와 신랑이 초례청 앞에 모습을 보인다. 혼례를 치루는 이는 신부 오예진 양과 신랑 김영우 군이다. 이들은 만나지 2년째로 결혼을 앞둔 사이다. ‘진짜’ 결혼식에 앞서 초례청에서 예비혼례를 올리고 있다. ‘연기’가 아니라 ‘레알’이다. 






“신부가 너무 웃으면 딸 낳아.” 

혼례를 지켜보는 주민들이 한 마디씩 한다. 신부의 얼굴이 붉어진다. 전통혼례 식순에 따라 차분히 혼례는 진행되고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도 밝다. 폐백닭이 이들에게 부귀영화를 누리라며 하늘을 날고 초례청은 먹거리를 나누며 잔치로 이어진다. 

연지곤지 찍은 신부 오예진 양은 “다음 본 결혼식에는 잘 할 거 같아요. 전통혼례로 해야죠.”하며 웃는다.

시장 어귀에서 음식을 지지고 볶는다. 떡과 따끈한 국을 서로 나누고 머리끈과 앞치마 만들기 체험 등도 이어진다. 번잡했던 시장통의 모습이 잠시 오버랩 된다.  






“초례청은 중앙시장과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중앙시장은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찾는 시장이었어요.” 

김명구(중앙시장 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렇게 큰 잔치를 연지 60~70년만이라고 기억을 더듬는다. 과거 중앙시장은 인천을 대표하고 타 지역에서도 찾아 올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옛 영화(榮華)는 이제 흘러간 이야기 일뿐이다. 

“이제 다시 시장의 전통성을 되찾고 긴 잠에서 깨려합니다. 중앙시장은 살아있습니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오랜만에 한 통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한 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잔치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상인들은 기억 속의 중앙시장을 잊지 못한다. 6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수선만을 하는 평화사도 여전하고 한복집들도 여전하다. 군데군데 가게를 비운 곳도 있지만 중앙시장 속 상인들은 낡은 간판과 함께 중앙시장을 지키고 있다. 





“교복의 역사는 배다리 아닙니까?” 1980년 1월부터 이곳에서 교복을 만든 김영두(중앙시장 마을협동조합 이사, 아이니 교복) 씨는 반문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교복을 맞추려는 학생들로 중앙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죠. 82년 교복자율화가 시작되면서 발길이 뚝 끊겼지만...” 그는 다시 교복을 맞추려는 학생들이 중앙시장으로 찾아올 날을 기대한다.


중앙시장 마을 협동조합의 초례청은 계속된다. 오는 11월 1일과 6일, 16일 동인천 북광장과 중앙시장 내에서 오전 10시에 진행한다. 이후 초례청 포토존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김민영 객원기자 gem0701@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