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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만 원의 '한복'




80년대 중앙시장은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필수코스였다. 인천의 혼수예단 시장골목으로는 으뜸가는 곳이었다. 지금 중앙시장은 한복 할인행사가 한창이다. 크고 작은 한복집들 사이로 가장 먼저 할인 행사를 시작한 곳은 ‘공주주단’이다. 





할인행사를 하는 곳은 형제주단자리다. 형제주단이 자리를 옮겨가고 맞은편 공주주단이 가게를 확장하게 되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한복과 원단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점원이 “금방 커버리는 아이들 한복은 사기도 부담스러운데, 이번기회에 가져가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한복과 원단더미들 사이로 ‘오천 원~만원’이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띤다. 값비싼 한복을 만원 한 장으로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금 이곳은 말 그대로 ‘골라 골라’의 현장이다.

한복의 가격은 기존 한복의 1/10이다. 저렴한 것은 몇 천원, 비싸봐야 만원, 이 만원을 넘지 않는다. 두루마기처럼 고가의 한복도 3만원이면 내 것이 될 수 있다. 한복원단도 마찬가지다. 사이즈만 맞으면 ‘득템’이 가능한 셈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리저리 한복을 찾아본다. 가만히 구경만 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한복을 얻을 수 없다. 두 팔 걷어 부치고 요리조리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은 매의 눈으로, 눈보다도 빠른 손으로, 한복더미를 해쳐가며 한복을 집는다.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 이리저리 대보며 사이즈를 확인한다. 





김영분(창영동)씨는 중앙시장을 지나다 할인행사 소리에 공주주단을 찾았다.

“비싸서 못사는 게 한복인데, 세일한다니까 들렸죠. 나는 한복이 많은 편인데 우리 동서가 한복이 없어서, 동서 한복을 사주려고요. 근데, 사이즈를 보려면 동서를 데리고 와야겠어요.” 김 씨는 한참 매장을 둘러보다가 자신이 입을 두루마기까지 입어보았다. 30만 원짜리 두루마기가 3만원이다. 자신의 한복은 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건만, 저렴한 가격의 두루마리를 보니 쉽사리 손에서 떼기가 어렵다.

“아휴, 두루마리도 마음에 들고, 일단 집에 가서 사람 데리고 다시 올게요!” 김 씨는 얼른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 중앙시장 곳곳에서 이런 한복할인행사가 열리고 있다. 설을 맞아, 지난해 동안 남은 한복과 원단들이 쏟아져 나왔다. 계량한복부터 전통한복, 그리고 멋내기용 패션한복까지 종류도 가지각색. 형형색색의 한복이 주인을 기다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행사는 설날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상점의 주인들은 옷이 많이 남으면 그 이후까지도 연장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마음에 드는 좋은 옷은 금방 빠져나가기 마련이니 서둘러야 한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http://enews.inch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