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하는 인천/여행·명소

천천히 걸어보는 골목길, 우각로문화마을






천천히 걸어보는 골목길, 우각로문화마을



***






시간이 멈춘 듯, 우각로 문화마을

도원역 뒷편(3번 출구)에 시간이 멈춘 듯한 한 마을이 있습니다. 70~80년대의 낡은 건물이 모여 있던 이 곳은  재개발 지연으로 전체의 25~30%가 빈집이 되었고 빈집 쓰레기 투기, 방화, 절도 등 지역문제를 많이 안았던 곳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은 새로운 이름, '우각로 문화마을'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각로 문화마을'은2011년 10월 지역 예술가들이 중심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입니다. 문화의 바람은 마을 곳곳에 불었습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행복도서관, 도예공방, 마을카페 등 문화공간을 탄생시켰습니다. 처음은 호기심심에 이끌려 발걸음이 향했다면 이제는 옛스러운 매력에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곳, 우각로 문화마을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천천히 마을 한 바퀴 걸어봐요. :D



▲우각로 문화마을로 향하는 언덕길



흔히 '우각로 문화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은 '우각로122번길' 부터이지만 언덕을 올라 골목에 들어선 순간 마치 과거로 돌아간듯한 묘한 설레임마저 듭니다.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외벽과 눈에 담기는 곳곳의 풍경이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지는데요. 우각로 문화마을은 빈집을 재개발 시점까지 예술가들에게 한시적으로 무상제공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언젠가 재개발이 되면 사라질 풍경이라서 지금 이 순간이 더 의미있게 다가 옵니다.



▲마을 초입에 그려진 벽화



마을 어귀에서 어서오라며 반갑게 손짓을 건네는 토끼를 만났습니다. 또랑또랑한 눈빛과 해맑은 웃음에서 따뜻함이 넘쳐 나네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우각로 골목길에서 만난 무궁화나무

담벼락 안으로 무궁화 나무가 크게 심어져 있는 어느 집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화이기도 한 무궁화인데 이렇게 활짝 핀 무궁화나무를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스칠 수 있는 좁은 골목이었는데 분홍빛의 무궁화꽃이 이정표처럼 저를 이끄네요. 7월에서 10월까지 장기간 꽃을 피우는데도 길에서 무궁화나무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뭘까란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일제 강점기 때 '민족혼 말살정책 중'의 하나란 이야기가 눈에 들어 옵니다. 그 시절 국민들이 무궁화 꽃을 몰래 보기 위해 집 뒤편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심어 놓았다고 하는데요.  아름다운 무궁화나무를 왜 앞마당이 아닌 외진 곳에 심었을까란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안타까운 역사의 한 부분을 여기 우각로 문화마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각로 문화마을



알록달록 색종이같은 집이 옹기종기

알록달록한 색종이같은 집이 쭉 모여 있는 길입니다. 비가 와서 색감이 한 층 더 짙어 졌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이 색색깔의 새옷을 입었습니다. 얼핏 외국의 어느 한 거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각로 문화마을'버전의 런던 노팅힐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예술가들의 입주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주민들도 한 집 한 집 페인트칠이 칠해질 때마다 달라지는 마을의 풍경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각로 문화마을'하면 밝은 원색의 집들이 생각날 정도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여럿이 넉넉히 쉴 수 있는 벤치와 함께 벽에 쓰여 있는 '맘을 편히 먹어요. 어차피 될 일은 된다구요.'라는 문구가 마치 조급함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제 자신을 달래주는 듯 편안하게 다가 옵니다. 그렇지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빨리빨리보다는 느릿느릿 걸어보자구요. '우각로 문화마을의 시간'에 맞춰서요.



▲행복도서관



우각로문화마을의 책향기, 행복도서관

마을에 책향기를 불어다 주는 '행복도서관'입니다. 이름이 참 이쁘죠? 제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어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4,000권 규모의 작은 도서관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각로 문화마을 곳곳에 놓인 화분들



해외의 어느 곳은 의무적으로 정원을 가꿔야 한다는 법과 함께 빨래는 경관을 해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뒷마당에만 널 수 있다고 합니다. 재밌으면서도 조금은 황당하죠?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각로 문화마을을 걷다 보면 하나같이 집집마다 화분들이 놓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언덕 꼭대기에 있는 마을인데 마치 고요한 숲을 걷는 느낌입니다. 요즘과 같은 여름에 골목길을 걷다 보면 초록으로 우거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집집마다 화분을 가꾸고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서 마을에 대한 주민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앞으로 이 곳에 많은 발걸음이 더해지고 활력이 넘치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도예공방 '자기랑'



▲도예공방 '자기랑' 외관 벽



체코 프라하에 프라하성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네루도바 거리'라고 합니다. 1857년 전에는 주소가 없었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거리에 쭉 들어선 상점들은 외관에 무엇을 파는 상점인지에 관한 일종의 심볼 같은 장식을 붙여 놨습니다. 예를 들어 3대가 바이올린을 만든 장인이 사는 집이면 바이올린 3대의 조각이 붙여져있는 형식입니다.


갑자기 왠 프라하이야기냐구요? 

깨진 도자기로 장식된 '자기랑'의 외벽이 '네루도바 거리'의 상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각로 문화마을에 오기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자기랑'. 어디 있을까 궁금해하며 걷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겠더라구요. 깨진 도자기 조각들이 다시 한 곳에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다시 완성된다는 점도 재밌구요.



▲사회적기업 행복창작소 '자기랑'의 쇠뿔잔



유려한 곡선과 함께 단단하고 강건한 느낌의 이 쇠뿔잔은 '제16회 인천관광기념풍 공모전 지역특성화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통행로의 주변 지형이 소의 굽은 뿔 모양을 닮아서 쇠뿔고개로 불렀다고 하네요. 우각로(牛角路)의 순수 우리말이 쇠뿔고개입니다. 이 쇠뿔잔은 이런 재밌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오래 전 약 700년 간 백제는 이 곳 미추홀에서 화려한 문화를 꽃 피웠었는데 그 때 백제 고유의 토기가 '세발토기'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소뿔모양의 전과 화분을 세발토기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우각로문화마을의 게스트하우스





노란색과 청록색 조화가 인상적인 이 건물은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인천 중구의 대표 관광지인 동인천 배다리, 신포시장, 자유공원, 차이나타운과 가까운 편입니다. 단점이라면 높은 언덕을 올라야한다는 것! 조금은 불편하지만 기분 좋은 낯설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겠죠. 



▲꿈틀꿈틀 지렁이의 우각로 문화마을 안내



▲우각로 문화마을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벽화






우각로 문화마을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이쁜 벽화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것만 같은 정다운그림부터 시멘트가 굳기 전 선을 긁어 완성한 창의적인 벽화까지 우각로 문화마을을 걷는 재미를 한 층 더해줍니다. 



▲인천 둘레길 11, 12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우각로 일대



아름다운 섹소폰 선율과 흥겨운 기타소리가 마을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날, 바로 '우각로 문화콘서트'입니다. 2013년부터 이어온 이 콘서트는 작지만 소중한 우각로문화마을의 동네축제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우각로문화마을에서 열리는 작은 콘서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멋지겠죠?


우각로 문화마을은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우수 향토자원 30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인천의 지나간 역사와 지방자치의 앞날을 그려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은 잠시 숨을 돌리고 천천히 우각로 골목길을 걸어보세요. 




'우각로 문화마을'의 소식을 접해볼 수 있는 곳

http://cafe.daum.net/art422



이미지 출처: http://www.ugakro.com




***



천천히 걸어보는 골목길, 우각로문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