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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인천/人맥상통 인천

숭의동 목공예! 40년 외길인생 목공장인 이야기

 

 

다양한 디자인과 개성 있는 모양을 갖춘 공예와 간판은

때와 장소에 따라 공간을 알려주는 필수요건으로 그 가치를 높여줍니다.
요즘은 아크릴과 우레탄 등 현대적인 재료로 공장에서 쉽게 만들어지고 있지만,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목 간판과 목공예로 40여 년 외길을 가고 있는 목공 장인이 있습니다.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한 도서 ‘숭의동의 목공장인’에 선정된

‘인일 조각공예사’ 대표 진교욱 씨(67세)입니다.

 

 

 

 

 

 

 

 

 

“처음에는 조각과 목 간판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글씨쓰기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집안 사정상 대학진학을 못하고 방황을 하다가 서울에서 목공예의 대가를 만나

그분 밑에서 기술을 배운 뒤, 선배가 운영하는 가구회사에서 디자인과 외장조각을 하며

3년 정도 일을 하고 목공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숭의동 목공예거리’에 위치한 진 대표의 상점 앞에는 마무리 작업을 마친 나무간판들이 서 있었습니다.

이제 곧 이 간판들은 공공시설물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만나게 될테지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낡은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미세한 나무가루가 날리는 작업장에서 진 대표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나무를 갈고 다듬는 투박한 손에 쥐어진 조각칼이 나무판 위에서 진 씨와 호흡을 맞춥니다.
진 대표는 건조된 목판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목재에 조금의 흠이 있어도 불량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지 않아요. 저만의 고집이지요.

이 목재들은 아기를 다루듯 해야 합니다. 바람을 쏘이며 그늘에서 말리는데 보름정도 걸려요.

그렇게 잘 건조된 목재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점점 목공예와 목 간판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작업양도 많이 줄었는데요.

“예전에는 주문이 많아서 종업원을 두고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혼자 합니다.

가끔 집사람이 제 일을 도와주지요.”
그의 곁에는 부인 박영숙 씨(65세)가 그림자처럼 함께 하면서

남편의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정교한 색칠을 담당하며 작업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남편 혼자서 일을 하니까 저도 가게에 나와서 도와드리고 있어요. 주로 색칠하는 것을 맡아서 합니다.”

 

 

 

 

 

 

 

 

 

진 대표는 누렇게 빛바랜 앨범을 꺼내 보입니다.

수십 년 간 그린 밑그림과 작품들이 앨범 속 사진으로 빼곡하게 남아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7,8년 전 강화 충렬사에 남긴 현판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며 사진을 내밉니다.
“1,000자 정도를 하나하나 정교하게 파서 만들었어요. 한 달 정도 작업을 했어요.

심혈을 쏟고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보니 볼수록 보람 있고 뿌듯합니다.”

 

 

 

 

 

 

 

 

 

목공예는 손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완성’이란 없다고 합니다.

늘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그는 손으로 만드는 기술은 공식이 없어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며, 늘 미완성이기에 매번 작품을 만들 때마다 더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장인정신이 아닐까요?

목공장인들의 작품들은 그래서 개성 있고 멋스러우며 깊이가 있고 정감이 녹아있어서 감동을 줍니다.

 

 

 

 

 

 

 

 

 

최근에는 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컴퓨터로 도안 그리는 방법을 배워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들한테 컴퓨터를 배웠어요.  도안을 여러 번 수정해야하는데, 컴퓨터로 하니까 수정하기도 편하고

일이 조금 쉬워졌어요. 컴퓨터 사용방법을 이 노트에 적어 놨어요.

배울 때는 어렵지만 배워 놓으니까 손님들하고 소통도 되고 좋아요.

점점 손님들이 젊어지니까 거기에 맞춰서 컴퓨터 도안을 쓰고 있어요.”
열심히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려고 노력하지만 편하고 쉬운 일을 찾는 사람이 많은 탓에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목공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주문이 많아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40년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외길인생을 살아온 그는

“작업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즐긴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욕심 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이 자리를 지켜야지요.”

라고 말합니다.

 

 

 

 

 

 

 

 

 

한편, ‘숭의동 목공예거리’는 지하철1호선 도원역에서 제물포역 구간 도로변으로

오랜 경력의 숙련공들이 운영하는 목공예와 목공소가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이 자리가 아닌 배다리였는데요. 30여 년 전 경인선 철길과 도로가 확장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렇게 목공예 상점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특화거리를 형성해갔죠.
이 거리의 목공장인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는 작품을 만듭니다. 바로 수작업의 매력이지요.

그들은 수십 년 된 기술로 그 자리를 지키며 숭의동 목공예의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