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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인천/人맥상통 인천

박물관에서 옛 사진관의 추억을! 송림동 우리사진관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특별한 날에는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을 찍었죠.

백일, 돌, 졸업, 소풍, 여행, 결혼, 회갑 및 칠순잔치 등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날일수록

기념사진은 필수였으며 관광지에서는 카메라와 다양한 샘플사진을 넣은 판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으라고 외치는 사진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달동네박물관 우리사진관, 송림동 우리사진관이 모티브
그 시절의 사진관에서는 카메라를 대여해 주기도 했고, 출장 사진을 가거나

사진관 내에 마련한 조명이 있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주었지요.

또 사진관마다 현상실이 있어서 카메라 속에 추억을 찍은 필름을 인화해주고, 새 필름을 팔기도 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 우리네 삶의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사진관을 찾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필름을 넣는 카메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제 쓸 일이 없죠.

세월이 바뀌면서 일거리가 줄은 사진관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옛 사진관의 모습은 그리움을 담은 역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진관’ 간판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정겨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한 가운데 옛 추억을 재현해 놓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는

그때 그 시절을 품고 있는 ‘우리사진관’이 있습니다.

이보라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에 기획한 사진관은 현재 동구에 남아 있는 사진관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송림동에 있는 ‘우리사진관’을 모티브로 구성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송림동에 위치한 ‘우리사진관’은 차상호 씨(78세)와 부인 고순자 씨(75세)가

오랜세월을 담담히 사진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17살부터 기술배워 카메라에서 손 놓은적 없어
“17살 때부터 사진관에서 일을 하며 기술을 배웠어요.

군 해병대에서도 제1상륙사단본부 정훈참모실에서 사진 병으로 3년 동안 군복무를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카메라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네요.

이 카메라로 온 가족이 먹고 살았으니까….” 차 어르신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송림2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다가 지금 이 자리로 옮겼어요. 아마 78년도 일거예요.

그때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진관에 많이 찾아오는지 늘 바빴어요. 동네에 사진관도 많았지요.

사진도 찍고 필름현상도 하고 완성된 사진을 찾아가고 또 학교나 단체에서 출장사진 요청도 많이 했어요.

제가 출사로 사진관을 비우면 집사람이 저에게 배운 기술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맞아요. 그때는 카메라가 귀했거든요. 어느 사진관이나 손님이 많았어요.

지금은 디카와 핸드폰이 있으니까 수시로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저장하는 시대잖아요.

굳이 사진관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사진관이 문을 닫게 되는 거지요.

우리는 사진관이 우리 집이니까 손님이 없어도 습관처럼 아침이면 문을 열고 여기서 하루를 보냅니다.”

부인 고씨는 실내에 걸어놓은 사진액자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 사진도 우리 사진관과 함께한 사진들입니다. 지금은 중년들이 됐을 거예요.”

누렇게 빛바랜 사진들이 세월의 흐름을 대신 말해주는 듯합니다.

 

 

 

 

 

 

 

 

 

손님은 없지만 영화촬영 장소로 섭외 1순위
사진관 내부의 스튜디오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담아두었던 수동사진기와 우산모양의 조명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폼 내며 앉았던 고급스런 문양의 의자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지만 영화 촬영장소로 섭외가 온다고 합니다.

배우 이순재와 윤소정이 출연한 영화‘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 나온 사진관도

이곳이었는데요. “가끔 증명사진과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손님들이 계시는데

예전부터 다니시는 단골 분들이십니다. 반갑고 고맙지요.”

차 어르신은 보람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손님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아기들의 돌, 백일 등 기념되는 사진들을 찍어주며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정작 나의 가족사진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내 아이들이 중년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사진을 찍어주지 못했던 게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손주사진은 내가 많이 찍어주었는데….”

차 어르신은 벽에 걸린 사진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2007년 대장암에 걸리고 나서 7,8년 전에 온 가족이 모여 찍은 저 사진이 유일한 가족사진입니다.

다시 한 번 가족들이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네요.”라며 작은 소망을 말했습니다.
옛 추억을 담은 사진관의 모습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