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고 닫는다.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세상에서 한 가게가 오랜 시간을 버티긴 결코 쉽지 않다. 음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세대에 따라 입맛이 변하기도 하고, 음식 맛이 변하면 오던 손님마저 발걸음을 끊어버리기 때문.
중구 인현동엔 33년째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게가 있다. 1981년 문을 연 경양식 집, ‘잉글랜드 돈까스’다.
“밥으로 드릴까요, 빵으로 드릴까요?”
경양식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사실 두 가지 다 줄 수도 있지만, 이 질문을 좋아하는 손님이 많아서 유지하고 있다고. 오랜 가게에선 이런 소소한 것들도 전부 추억꺼리가 된다. 유리컵이나 LP판, 실내등, 인테리어 까지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바꾸기가 힘들다. 이 자체가 추억이고, 또 그 모습이 ‘잉글랜드 돈까스’이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은 당연지사.
잉글랜드 돈까스의 대표 문혜원씨(42세)는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소스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하나만 바뀌어도 전부 아세요. 워낙 오랜 단골손님들이니까요. 만약 그 재료가 케첩이라면, 케첩의 상표만 바뀌어도 아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예전에 쓰던 재료를 전부 그대로 써야해요. 물론 구하기 힘든 재료도 많죠. 물건 대주시는 분들이 저희가게는 유통도 잘 안되는 걸 쓴다고 힘들어 하세요.(웃음)”
이렇게 오랜시간, 꾸준히 가게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문 대표는 가장 큰 비결을 ‘손님’으로 꼽는다.
“손님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운영할 수 없었을 거예요. 손님들께서 없어지지 말아 달라고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단골손님들 덕분에 이 가게를 오래 끌고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죠.”
힘든 날도 분명 있었다. IMF가 이후 호프가 유행하면서 손님들이 줄었다. 그때 가게가 많이 힘들어져서 그만둘까 했었지만, 손님들의 만유로 어렵게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다.
손님이 말하는 것은 뭐든지 다 귀기울여 듣고,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찾아보라고 하셨던 초대사장님의 말은 대를 물려 문 대표에게까지 전해졌다.
“손님이 다 정답이세요. 손님들이 저보다 더 베테랑이세요. 아버님께서도 그런 점을 강조하셨어요.”
그리고 지금, 잉글랜드 돈까스는 ‘백년가게’의 길을 걷고 있다. 대표 문씨는 초대사장인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았다. 일흔이 훨씬 넘은 연세가 되자 어릴 때부터 일을 곧잘 도와주던 막내딸에게 가게를 물려주신 것. 교사 일을 하던 그녀는 몇 년동안 본격적인 교육을 받고 약 1년 전, 대표로써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어요. 유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아직도 겁나있는 상태예요. 이 가게가 안 된다고 해서 문 닫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물려받으면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거죠.”
백년가게를 목표로 하는 건, 음식을 파는 가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30여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다 보니, 벌써부터 손님들은 이곳에서 추억을 찾는다. 학창시절 동창생과 함께 온 한 손님은 “추억의 맛이죠. 언제와도 변함없는 맛이예요. 옛날 생각도 나고 기분이 좋아요.”라고 전했다.
테이블은 갓난아이를 둔 가족부터 80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녀노소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젊어서부터 다닌 손님은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되었다.
“자주 찾아오시던 분이 계셨는데, 어느 날부터 오지 않으시더라고요. 다른 분께 여쭤봤더니 돌아가셨다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올 수 있는 음식점이라니. 역시 오랜 시간을 손님과 함께해온 덕이다.
요즘은 복고가 다시 유행하는 추세라 젊은 사람들도 꽤 찾아오고 있다. 20살의 현예나 씨도 친구와 함께 자주 찾고 있다. “자주 와요. 1년 전에 처음 알고 왔어요. 소스가 뭐랄까, 순수하고 깔끔한 맛인 것 같아요. 다른 식당이랑은 다른 맛이에요.”
건물이 오래되서 유모차가 올라오는 계단이라던가, 그런 작은 것들이 손님께 불편할 수도 있다. 문대표는 만일 그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건물로 옮겨가더라도 이 가게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편안하고 올드한 분위기가 저희 가게의 장점이예요. 바뀌진 않을거예요. 손님들께서도 ‘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바뀐다고 다른 가게처럼 세련되게 인테리어도 바꾸고, 하다보면 저희 가게가 없어질 것 같아요.”
문 대표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음...‘엄마 손 잡고 왔을 때 먹었던 그 맛이에요.’하는 말이 들리면 보람됨을 느껴요. 그중에서도 어떤 손님은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든데, 옛날 생각이 나서 와봤다’고 하면서 ‘너무 좋다’고 우시면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럴 때면 정말 ‘아, 오래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손님들의 신뢰를 등에 업은 책임감이 무겁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되는 건 그 무게보다도 더 설레고 보람된 일이다.
<잉글랜드 돈까스>
중구 인현동 26-9 혜성빌딩 2층
오전 11시 ~ 오후 10시
032-772-7266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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