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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포토저널리스트 김성환 '인천 사진기(記)'

 

 

“찍다보니 심한 ‘인천앓이’를 하게 됐죠”
포토저널리스트 김성환 '인천 사진기(記)'

 

"안녕하세요!" 첫인사는 친근했다. 작은 몸집에 피부는 햇볕을 많이 쐰 탓인지 까무잡잡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웃도어형 '사진가'다. 그의 이름은 '김성환'이다.


김 사장, 김 교수, 김 작가… 사람들이 그를 부를 때 쓰는 호칭들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포토저널리스트'라는 호칭이다. 포토저널리스트는 매체에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1986년 대학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던 김성환 씨는 교내 동아리 '보도사진연구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사진기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입영통지가 날아오기 전 6개월짜리 '사진병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사진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총 대신 사진기를 들고 병영의 생생한 모습들을 기록했다.


제대 후,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부터 사진기자의 길을 걸었다. 97년부터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전국을 누볐다. 그때 인천과 운명적으로 조우했다. 이후 오늘까지 15년 동안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굿모닝인천'을 비롯해 각종 간행물과 홍보물에는 그의 이름 석자가 박혔다.

 

 

 

 

작가는 펜으로 말하고 사진가는 사진으로 얘기한다, 그는 인천의 ‘기록가’이다.
지난 15년 동안 인천은 역사상 가장 많은 변화를 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송도국제도시 조성, 인천지하철 개통, 인천대교 건립 등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갯벌을 막고 물막이 공사를 해 지금의 송도국제도시가 세워질 때, 섬 두개가 합쳐져 인천국제공항 활주로가 되는 것, 어둠컴컴한 땅굴에 인천지하철 1호선이 달리고 이어서 2호선을 만들고 수인선이 연결되는 것 등등…. 그는 그 현장에 있었고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았다. 그는 자타공인 인천에 관한 가장 많은 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사진가다.   

 

 

 


"시·군구에서 화보촬영을 했을 때 데이터베이스의 중요함을 느꼈어요. 몇 년 전은 물론 바로 전년도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더라구요. 2002년이었나.. 그때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모으기 시작했어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 이야기가 있는 것들을 찍고 있어요."
그가 당시에 찍었던 슬라이드 필름 사진은 4개의 벽장을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 방대했다. 정리도 힘들었고 찾기도 쉽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너무 편해졌어요. 컴퓨터 두 대면 사진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찾기도 훨씬 수월하고.. 정확하게 새어보지는 않았지만 인천사진이 70만? 80만? 그 정도 될거예요."

 

 

 


그는 본격적으로 인천에 정착했다.
"일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내가 인천에서 본 것들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국제적 도시, 오래된 가치, 역사적 현장, 자연 환경..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은 환경이잖아요. 주저 없이 인천에 자리 잡게 된 건 그 때문이에요."
그는 발품을 팔아가며 인천을 알아갔고 사랑하게 됐다. 오늘도 ‘인천앓이’를 하며 인천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뽑은 지 9개월밖에 안된 신차는 벌써 3만5천㎞를 달렸다.
"인천은 정말 모든 것이 있어요. 역사성이 내재된 공간, 신도시, 공원, 바다, 시장, 음식..인천에서 사진작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얼마 전 폭설로 세상이 온통 하얘졌다. 하얗게 변한 '오늘'을 담으러 그가 도착한 곳은 송도 해오름공원. 인터뷰 도중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은 입고 있던 점퍼를 썰매삼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는 마치 원래 알던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어린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썰매 타던 아이가 묻는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아저씨는 사진으로 오늘을 기록하는 중이란다."

 

 

 


'더 재밌는' 장소를 찾은 아이들과 썰매를 즐긴다. 아이들은 몸으로, 그는 사진으로 즐긴다.
한참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던 그가 입을 연다.
"사진 찍을 때 중요한 건 피사체와 친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담을 수 있어요." 그는 ‘명작’을 위해 눈밭에 기꺼이 무릎을 내려놓는다.
"오늘은 운이 좋았어요. 아이들을 만나 살아있는 현장을 담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동적인 사진을 찍으려면 인내가 필요해요. 인위적으로 설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그의 발이 빠르다. 멀리서, 가까이서, 다양하게, 좀더 많이 담아내기 위함이다.

 

 

 

 

그는 한 컷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한다. <굿모닝 인천> 12월호에 실린 정서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3일을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사진가들은 사진으로 독자를 설득해야 해요. 내가 찍은 정서진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정서진에 가고 싶다'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그의 말에 따르면 사진작업은 성실, 인내, 부지런함은 기본이란다. 덧붙이자면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작업을 해야 비로소 기록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야 어떻게 변해온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니까. 그의 기본기가 '인천 최고'의 포토저널리스트를 만들었다. 끈기와 노력으로 단 훈장이랄까.

그는 헬기에서 벨트 하나에 의존한 채 사진을 찍기도 하고 초고층 옥상 난간과 이슬아슬한 바위 오르기도 불사한다.
"사진가라면 당연히 올라가야 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표현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오금이 저리는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의 무서움을 이겨내야 앞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죠.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그는 현재 홍보대행사 '코인뱅크'의 대표이기도 하다. 12년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4시간을 쪼개 써도 부족한 그는 몇 년째 대학 문화컨텐츠과와 신문방송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기도 한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대뜸 물었다.
"사진, 어떻게 찍어야 잘 찍어요?"
"잘 찍으면 되죠."
'잘'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듯 두루뭉술하다. 간단하게 답하라면, 잘 찍는 것이 정답이겠다. 고쳐 물었다.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자세 같은 것이 있다면요?"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피사체에 접근하라. : 멀리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2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익혀라. : 그는 만약을 대비해 메뉴얼북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3 찍기 전 구성을 먼저하고 머리 속에 그려놓고 있어야 한다. : 찍을 준비가 되 있어야 한다.
4 대상과 친근함을 유지하라. : 그는 아이들과 어울려야 살아있는 사진이 나온다고 했다.
5 장비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라. : 배터리, 메모리카드는 기본.
olleh!! 그와 함께하며 '사진찍기tip' 까지 얻었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는 요즘 그의 방식대로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 기간 중 아시안게임 참여국의 사진을 전시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지금까지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자료를 모았다. 올해에는 한-요르단 수교 50주년을 맞아 17일부터 24일까지 남동문화회관에서 요르단 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문의 : 032-453-5710)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는 홀로 작업하지만 그의 두 눈은 세상과 이야기한다. 그가 걷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다. 그의 '인천 사진기(記)'는 계속된다.

 

차지은 청년기자 ckwldms@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