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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후 경인아라뱃길 인천여객터미널의 공원이 된 ‘1002함’

 

천안함 구한 해양경비함, 제2의 인생 시작
퇴역 후 경인아라뱃길 인천여객터미널의 공원이 된 ‘1002함’

 

인간 수명 100세 시대, 많은 이들이 은퇴 후 삶을 고민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여가 생활을 위해 새로운 취미 활동을 갖는다. 경제 활동도 포기할 수 없어 창업 준비를 하거나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은퇴 후의 새 인생이 사람에게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지난 30년간 영해를 지킨 해양경비함도 인생 제 2막을 열었다고 한다. 경인 아라뱃길 인천여객터미널에 새 둥지를 틀고 새 삶을 시작하는 1002함을 만나보았다.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앞바다에 자리한 함상공원 ‘1002함’

 

 

해양 경찰의 든든한 동반자
1002함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먼저 해양 경찰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해양경찰은 1953년 창설 이래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광활한 해양 영토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해경의 임무는 간첩검거와 해안선 순시에서 해군의 증강으로 어민통제, 밀수와 불법조업단속, 중국어선의 불법수역침탈 저지, 각종 해상 사건ㆍ사고(화제 및 선박 침몰)의 수습 등으로 그 임무 범위가 점차 넓어져 왔다. 1002함은 해경의 든든한 동반자, 해양경비함으로 30년을 살아왔다.

 

 

▲1002함 1층에 전시 된 해양 경찰의 발자취 

 

 

해양 경비함의 활약, 천안함을 구하다
2011년 3월 밍크고래 87자루를 불법 포획한 일당 검거. 2011년 10월 암컷 대게 불법 포획 후 불법 유통한 일당 검거. 2011년 7월 멸종위기의 ‘큰돌고래’를 불법 포획 후 공연을 목적으로 훈련시킨 뒤 서울과 제주 등 유명 동물원에 판매한 일당 검거.
이와 같은 해경과 경비함의 활약이 ‘기억海, 깨끗海, 방지海 포획, 방지海 밀수’라는 주제로 사진과 안내문에 담겨 1002함 1층에 전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해상의 유류 오염을 제거해주는 기름회수 선박의 모형도와 불법포획 단속, 고래류 처리 과정 등 평소에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해양 경비함의 활약이 담긴 사건을 볼 수 있는 신기한 구멍

 

 

선박 화재, 침몰 사건 발생시에도 경비함의 활약은 빛난다. 1002함의 기억 속에는 아직 천암함 사건이 생생히 살아있다. 2012년 3월 26일이었다. 해군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열도 남서쪽 해상에서 경비하던 중 침몰한 날이다. 소식을 들은 1002함은 501함과 함께 사건 발생 지역으로 부리나케 출동하여 구조 활동을 한 끝에 55명을 구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구조할 수 없던 이들을 떠올리며 1002함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침상 앞에서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 해경

 

 

▲소파에 앉아 작전 명령 대기 중인 해경

 

 

새 삶을 꿈꾸다
1982년 울릉도 해역 경비를 시작으로 약 30년간, 9만 5천 시간의 출동시간 동안 수많은 작전을 수행해온 1002함은 2011년 7월, 퇴역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쏜살같이 흘러간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는 1002함. 그 미묘한 감정을 어찌 다 말로 하랴. 그 때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아라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해경에게 함상공원을 제의한 것이다. 새 인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해경은 제의를 받아들여 해경의 활약상 홍보와 교육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했고 무상사용에 관한 계약이 진행 됐다. 보통 퇴역 함정은 중요 장비 해체 후 공개 입찰을 통해 일반에 매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져 1002함과 함께 활동하던 1001함은 고철 상인에게 넘겨졌다고 하니 지금쯤 다른 무엇인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1001함 또한부디 좋은 곳에서 즐거운 삶을 시작하기를.

 

 

▲해경 1002함의 프로필

 

 

그렇게 1002함과 만난 한국수자원공사는 낡은 외관을 다시 칠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살려 실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1002함은 꿈만 같았다. 고철 신세가 될 줄 알았는데 공원이 된다니. 공사 기간 내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시간을 보냈다.
2층 내부는 간부 회의실, 간부 취사장, 통신실 그리고 책상과 쇼파, 여전히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구비한 휴게실이 있어 해양 경찰이 어떤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생활 하는가를 볼 수 있게 했다. 유니폼을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밥을 짓지 않는 취사장

 

 

2층 외부에는 초속 약 871미터, 발사속도 최대 160발인 40미리 함포와 초속 약 832미터, 발사속도 650~800발까지 20미리 MK-16이 그대로 남아 있다.

 

 

▲40미리 함포, 혹시 지금도 대포알이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새 함장을 기다리며
이제 1002함은 넓은 해양을 떠돌지 않는다. 대신 아라타워, 홍보관(아라리움), 아라빛섬 곁에서 정서진의 태양을 바라보며 인천여객터미널을 수호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함장은 필요하다. 3층에 있는 조타실을 보니 1002함이 새로운 함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조타실은 경비함을 조종하는 곳이다. 운전대를 잡고 서서 창문너머로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면 내 손으로 금방이라도 1002함을 출동 시킬 수 있을것 같다.

 

 

▲누구라도 함장으로 만들어 주는 조타실

 

 

1002함 함상공원을 관리하는 Waterway+(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의 김종미 홍보위원은 “전시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해양경찰과 경비함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해주고 안내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중 이예요” 라는 말을 전했다. 혹시 그 사람이 오면 새로운 함장이 되어 줄까 1002함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그 사람이 오지 않더라도 1002함을 방문하여 운전대를 잡는 모두가 함장이 될 테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을 구하던 고속단정도 카페&포토존으로 새 삶을 시작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1002함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일정에 맞춰 단장과 준비를 끝내고 2012년 12월 31일에 개장식까지 했지만 언제 방문객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르니 안타깝다. 인천 뿐 아니라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한파와 폭설 때문이라고 한다. 1002함이 자리한 해안가도 모두 얼어 있다. 경비함의 구조 특성상 철계단, 철복도를 이동하며 둘러봐야 하는데 미끄럽다보니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방문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당분간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 1002함도 관계자도 그저 날이 풀리길 기다릴 수 밖에.

 

 

▲한파와 폭설로 인해 얼음 투성이가 된 1002함 주변

 

 

그는 "오늘도 우리의 영해를 지키느라 바쁜 해양 경찰의 존재와 활약상을 널리 알릴 수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날씨가 빨리 따뜻해져 많은 사람들이 1002함을 찾아왔으면 좋겠다. 1002함의  제2의 인생이 무척 기대되고 설렌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30년을 열심히 달리고 달려, 이곳에 새 둥지를 튼 1002함. 아직 일할 날이 한창인 청춘은 1002함의 평화롭고 보람된 노후를 부러워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주란 청년기자 rri0217@naver.com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