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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구월동 무인 셀프 카페, ‘카페지움’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
구월동 무인 셀프 카페, ‘카페지움’

 

얼마 전 일명 ‘양심 주차장’이라고 불리는 무인 주차장의 주차비 환수 비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주차비를 내지 않고 가버린다는 것인데, 정말 우리의 양심이 과연 이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일까?
비양심이 흐려놓은 시민의식.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구월동의 한 무인카페를 통해 본 인천시민들의 양심은 이전의 보도와는 사뭇 달랐다.

 

 

 

 

계산도 설거지도 손님이 직접, 대신 가격을 낮췄어요
자타공인 인천 최고의 상권으로 인정받는 구월동 로데오거리.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 만큼 이곳에는 다양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는 직원이 없는 무인 셀프 카페도 있다. 이름은 ‘카페지움’. ‘지우다’와 ‘짓다’의 의미를 모두 담아 만든 이름이란다.
이곳이 보통의 카페와 다른 점은 손님이 직접 음료를 만들고 계산을 하고 설거지까지 한다는 것이다.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종업원의 서비스가 없으니 음료의 가격은 당연히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또한 주인이나 직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음료를 사먹지 않고 장소만 이용하더라도 대환영이라고 한다.

 

 

지청의 대표


카페지움은 인천에 기반을 둔 건설회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체인카페였다. 구월동과 달리 송도에 위치한 2호점은 여느 카페와 같이 직원들이 있는 일반 카페이다.
구월동 카페지움 역시 6개월 전까지는 평범한 카페였다. 그러다 ‘작은 이익보다는 양심을 선도하는 문화를 이루고자’하는 마음에서 지청의 대표가 구월동 본점을 무인 셀프 카페로 바꾼 것이다.
처음엔 직원들이 반대가 거셌다. 직원들은 대표의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 비양심 시민들이 없으리라 단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제주도 등 무인 카페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시민들의 양심을 믿자고 했지만, 직원들은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여행지와 일상 속 도심에서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결국 지대표의 확신에 직원들은 백기를 들었고 구월동 카페지움은 올 7월부터 도심 속 무인카페로 새 출발을 했다.

 

 

 


양심을 지키는 손님 70% 이상
우려 속에 출발한 셀프카페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초기에는 잘 몰라서 계산을 안 하거나 뒷정리와 설거지를 안 하고 가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지만 한 달여 만에 셀프 시스템이 정착됐고, 현재 70%이상의 손님들이 양심을 지키며 이용하고 있다.
대학생 이진아씨는 “학생이라 돈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카페가 있으니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 공부하기도 좋고. 일단 집밖으로 나오면 돈 없이는 갈 곳이 거의 없는데 번화가에 이런 곳이 있으니 좋아요. 설거지나 뭐 그런 건 감수해야죠.”라며 무인카페 이용 소감을 전했다.

 

 

 

 

우용곤 매니저는 “무인 카페지만 안전사고에 대비해 CCTV를 설치했고요. 마치 손님처럼 평범한 복장을 한 직원들이 청소나 물품 채우기 등 카페 운영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긴 합니다. 셀프 시스템이 싫어 돌아가시는 분들은 1~2%정도 되고요. 천원 이하의 소액도 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라고 말하고, “돈이 없어서 이번엔 음료값을 지불 못했는데, 다음에 와서 꼭 갚겠다는 쪽지를 넣고 가신 손님도 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카페지움은 시민들의 양심으로 인해 쌓인 수익금을 다시 문화사업 지원에 사용한다. 그래서 문화예술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매주 수요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커피콘서트를 후원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작가나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카페 안에 전시하고 작품이 판매될 경우 수익금 전액을 작가에게 돌려주고 있다. 앞으로는 커피 교육을 위한 공간 대여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양심으로 운영되는 카페, 양심을 바탕으로 한 수익금을 다시 문화 사업에 투자하는 카페. 이곳에서 시민들이 양심껏 지불한 커피 값은 선진 문화 선도는 물론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밑바탕이 되고 있다. 내가 지킨 양심은 결국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