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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용현동 ‘희망 뜨개질 아트’ 거리

 

따뜻한 사랑을 입은 나무들, 희망 열매를 맺다
용현동 ‘희망 뜨개질 아트’ 거리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남아있는 가로수들을 보면 왠지 더 추운 느낌이다. 거리의 나무들도 강추위 탓에 겨울나기가 한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올 겨울 용현 초등학교 앞의 가로수들은 털옷을 입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거리의 나무, 털옷을 입다
거리의 나무에 털옷을 입힌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동네주민들이다. 용현5동 주민센터는 지난 가을부터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희망 뜨개질 아트’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주민들이 쓰다 남은 털실을 기부하고, 재능 기부를 한 50여 명이 모여 직접 뜨개질을 해 완성한 작품을 가로수와 전주에 입혔다. 100여 미터에 이르는 도로 양 옆으로 알록달록 털옷을 입은 나무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평범했던 거리는 걷고 싶은 거리로 변했다.

 

 

 

 

재능 기부를 해 준 주민들은 뜨개방을 찾아가 자문도 구하면서 한 달여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뜨개질을 했다. 재능기부에 참여한 노인숙 용현5동 통장자율회 회장은 “재능기부라기보다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취미생활을 한 거나 마찬가지에요. 마땅한 놀이공간이나 함께 취미활동을 할 공간이 없었는데 오히려 주민센터에서 공간을 내어 주어서 좋았어요. 뜨개질한 것을 내가 안 입고 나무가 입는다 뿐이지 봉사나 기부라는 말보다는 즐거운 놀이였어요.”라며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또한 실력파 뜨개질 고수에게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털옷을 입은 나무에는 희망 열매가 열렸다
털옷을 입은 나무 중 일부에는 주렁주렁 하트 열매가 매달려 있는데, 이것은 주민들이 적어 놓은 희망메시지들이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메시지가 가장 많았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는 대의적인 희망사항도 있었다. 또한 로또 일등 등 대박 횡재를 기대하는 문구도 있었고, ‘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네요. 나눠 쓰고 갑시다.’나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는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격언과 조언들도 있었다.
매일 집 앞을 오가며 자신의 희망 메시지를 마주하게 되면 작심삼일이 작심사일, 오일로 늘어나고 삶에 대한 태도도 조금 달라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털옷을 입은 가로수들은 알록달록한 색깔로 인해 야간에는 깜깜한 길을 안내해 주는 안내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예전에 나무에 볏짚을 감아주어 보온 효과와 더불어 해충을 방지했듯이 털옷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더구나 털옷은 세탁하거나 수선해 해마다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용현5동 주민센터 민재홍 팀장은 “가끔 나무에 입힌 털옷을 뜯거나 훼손하는 분들도 있어서, 빨래도 하고 보수작업도 하면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가 일회성 행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가로수들. 이 나무들이야 말로 추억의 드라마 이름처럼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아닐까?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