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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중구 관동 길에서 만난 과거여행, 카페 '팟알'

 

100년전 건물에서 누리는 역사와 문화
중구 관동 길에서 만난 과
거여행

 

대한이 지난 겨울날씨는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살을 깎는 추위가 예전만 못해서일까. 지나간 혹한처럼 우리 역사에도 춥고 아픈 시간을 간직한 중구 관동 개항장. 지금 그 길을 걷다보면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오늘의 과거를 발견한다. 1800년대 하역회사 사무소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이야기다.

 

봄이 먼저 찾아오는 햇살 언덕길
중구 관동길. 이곳은 인천사람보다 타지에서 인천을 느끼러 찾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개항장일대를 두 눈으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중구청 앞길. 이곳에 서면 잘 세팅한 역사물 드라마 촬영장 같다.

 

 

 

 

시각적 분위기의 연상 작용일까. 길을 따라 하나 둘 살펴보다 멈춘 눈길. 그 앞에는 ‘팟알’이란 건물이 고즈넉이 손님을 맞는다. 시대로 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 이 골목을 오갔던 역사 속 인물을 한층 느끼게 하는 것은 팟알 건축물의 검은 빛깔 외관 때문만은 아닐 듯하다.
카페 팟알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에 의지해 100년 넘는 세월을 디뎌온 건물 돌계단을 오른다. 한 계단 한 계단 발길 따라 2013년이 1880년대로 향한다. 마찌야 건축양식으로 하역회사 사무소가 번창했다는 그 시대다.
돌려 열거나 밀고 들어가는 현관 도어록 대신 ‘드르륵~’ 나무 미닫이 문. 과거를 쫒아 들어선 팟알 건물 안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하다. 아늑하고 따뜻한 목조건물. 그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일본식 건축양식 중 하나인 긴 복


100전 건축 양식 살려낸 솜씨
팟알(cafe pot_R). 영어의 항구란 뜻을 따온 이곳은 근대 개항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인천항에서 하역업을 했던 사무소 건물을 그대로 살렸다. 건물 1층은 근대일본 점포주택 유형 가운데 하나인 정가(町家, 마찌야)이다. 또 당시 2~3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했다. 이곳은 건축 후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구한말에 발행된 사진엽서에 등장하는 건물 모습과 거의 비슷한 형태를 유지한다.

 

 

 


팟알 백영임 대표는 “지난해 건물을 구입해 재능대 손장원 실내건축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건축 당시 주변 걸물들이 대부분 2층이었던 것과 달리 이 건물은 3층 축조로 항구를 입출항하는 선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내부 공간 일부는 용도가 바뀌면서 모양이 변했지만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세워진 일제강점기 점포주택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이란 의견도 받았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해운회사인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 군회조점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역회사 사무실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시간에 담긴 한 잔의 커피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 일대에는 팟알 같은 회사 건물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전쟁기 인천상륙작전으로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 풍파를 헤치고 남은 유일한 건물 중 하나가 팟알이다.
주인 백 대표는 일찍이 해반문화사랑회에서 인천 문화활동을 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는 이 건물에 대한 원형복원에 많은 공을 쏟아 부었다. 물론 건물이 세워질 당시인 19세기에 쓰였던 재료와 기술, 공법을 모두 그대로 재현하기란 여건상 힘들었다.
다만 건물의 전체적인 외형을 당시 사진엽서를 근거로 19세기 일본식 건축물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건축당시 사진엽서에 나타난 모습에 따라 건물 정면의 베란다를 철거하고 일본식 기와지붕을 올린 눈썹지붕을 설치했다.
또 건물전면의 계단과 현관지붕을 그대로 유지하며, 마찌야(町家)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좁고 긴 통로(通り)와 점포(みせ)의 형태를 살려냈다. 이밖에도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던 2, 3층은 그대로 유지해 손님들의 모임장소로 쓰도록 했다.

 

 

 

 

백 대표는 “팟알에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또 향긋한 커피와 차를 들며 개항기 때 즐겨먹었다는 나가사키 카스테라도 맛보셨으면 해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니까요”라고 말했다.
(문의:032-777-8686)

 

Tip 팟알 건물연표
1885년 : 히로이케 데시로(廣池亭四郞, 1853년 ~ ?) 인천도착
            日本 大分縣 下毛郡 山口村 출신
            ※ 1883년에 인천에 도착했다는 설도 있음
            아까마(赤間)조 근무
1892년 : 아까마(赤間)조를 야마토(大和)조로 상호변경, 대표 취임
1890년대 : 건물신축(추정)
1898년 : 히로이케데시로 1년 세금 5엔 이상 납부자로 기록
1903년 : 히로이케데시로 대화조 대표로 기록
1908년 : 하역부 100명, 단평선(團平船) 10척, 삼판선(三板船) 7척 소유
            ※ 단평선 : 바닥이 평평한 일본식 배로 하천이나 연안에서 화물을 운송하는 배
            ※ 삼판선 : 항구 안에서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작은 배
            진남포 출장소 운영
            세창양행, 오사카(大阪)상선 화물 취급
1931년 : 야마토(大和)조 대표 히로이케 다케시(廣池武士)
            철도화물, 육상운송업도 겸업
1930년대 : 건물보수와 증축(추정)
1945년 : 건물 소유권 趙○○氏로 이전
2011년 8월 : 건물 매입
2012년 2월 : 건물 보수설계
2012년 7월 : 건물 보수완료
2012년 8월 : Cafe por_R open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