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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아날로그 걷기를 실천하는 박차영 씨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걷기의 매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아날로그 걷기를 실천하는 박차영 씨


‘걸어서 하늘까지’ 라는 제목을 들은 지 어느덧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인천의 교통수단도 많이 변했다. 99년 개통한 인천 지하철 1호선은 앞으로 2호선이 완공될 것이며, 버스는 무료 환승을 통해 가고자 하는 정거장 앞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다 빠르고 편하게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문제점 중에 하나가 바로 걷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점이다. 한 정거장의 거리에 불과하더라도 환승으로 가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이 사회의 풍조 속에서 걸어가자는 사람은 오히려 도태되어 보일런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드라마가 리메이크 된다면 ‘교통카드로 하늘까지’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세상은 의사에서부터 각종 언론 매체까지 걷는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육체에 걸맞는 처방일지는 모르지만 걷기는 운동 외의 매력을 느꼈다는 사람이 있다. 박차영 씨는 적지 않은 나이(195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약 8개월(2012년 4월 14일~12월 9일)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서 소래에서 땅끝 마을 해남까지를 매 주말을 이용해 이어 나가는데 성공했다.
필자가 평소에 걷는 양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거리라면 걸어서 하늘까지 갔을 것 같은 거리였다. 마침 지난 2월 22일 스페이스 빔에서는 이러한 여행담을 듣는 자리를 마련함에 따라 박차영 씨가 말하는 걷기의 매력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스페이스 빔

 


스페이스 빔은 배다리에 위치해 있으며 전반적으로 문화 예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전시 등을 주관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스페이스 빔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근본적인 취지인 삶에 중점을 두었을 때 박차영 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주말 도보 여행 동안 구매 했던 기차표들

 


날은 어둑해지고 시작할 시간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를 하던 박차영 씨는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한쪽에서 자신이 준비한 에소프레소 커피를 끓이고 계셨다. 잠시 후, 커피가 각자 한잔씩 놓여지자 이번에는 구형 오디오 장비(이것도 준비해 오신)를 꺼내 음악을 들려주었다. 여행기만 들으려고 온 나에게는 예기치 못한 이 순간이 너무나 즐겁게 느껴졌다. 이 즐거움은 추억의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것들의 장비들이 매끄럽게 작동되며 들려준 음악의 순수함-옛날 향수를 의도해서 만든 음질이 아닌 순수하게 그 당시 존재했던 테이프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예기치 못했던 오프닝(?)을 마치고 음악의 향수가 방 안에 진동함에 따라 차분해지자 박차영 씨는 그제서야 여행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여행계획을 세웠을 때는 지금 운영 중인 가게를 팔고 ‘대한민국을 누비자’ 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가게가 팔리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팔릴 기미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바에는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걷자’라는 계획으로 수정하였고, 그 즉시 행동에 옮겼다고 한다. 이런 시작에 있어서 박차영 씨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특히,
첫 번째. 경비는 최소화하여 다른 누가 내 여정을 참고할 때 누구나 갈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GPS, 핸드폰 등은 여행하는 동안 사용하지 않는다. 여행은 오로지 주변만 바라보고 걷는다
이 두 가지 원칙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여행의 첫 문턱은 소래다리라고 한다. 소래다리는 박차영 씨에게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태어난 지 10일 만에 지나가게 된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25 피난길에 구사일생으로 지나가게 된 이곳을 지금은 즐기기 위한 여행을 위해 걷게 된 셈이니 묘한 인연이 있는 곳임은 틀림이 없는 듯했다.
이야기의 시작이 소래다리를 지나게 되자 멋진 길과 맛있는 음식, 살면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숙박시설의 이용과 스쳐 지나가면서 이야기 속에 존재하게 된 소중한 인연들까지, 2시간이 넘는 진행 속에서 흥미진진한 여행담의 시간이었다.

 

 

 

 

 

사진 출처: 박차영의 도보여행기 블로그 中

 


특히 이야기 도중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이 세상을 바라본 여행길이 아닌 자신을 바라본 성찰의 길에 관한 이야기였다. 기나긴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동안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유년시절 자신의 상처에 관해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쉽사리 꺼내놓기 힘든 주제일수도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 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점이 고맙기도 하고 대단하게도 느껴졌다. 어쩌면 이점이 걷는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른다. 바로 사색에 젖을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박차영 씨는 기나긴 거리와 시간을 걸어갔다. 걷는 동안 GPS라던가 핸드폰의 의지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오감을 믿고 나아갔다. 소래에서 해남까지 두 발로 걸어간 거리였지만 들려준 이야기로는 더 멀리, 아니 걸어서 저 하늘까지 다녀 온 듯 했다.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걸음을 통한 사색 덕분이 아니었을까.


현재 박차영 씨는 인천 중구 경동 싸리재에서 ‘경기의료기’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게 뒤편에 마련된 한옥은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매체를 통해 소개 되었던 한옥 집은 매서웠던 겨울의 한파 때문에 지금은 이곳저곳 수리 중에 있다고 한다. 혹시나 방문 계획이 있으셨던 분들은 차후 연락 후에 방문하시길 바란다.
박차영 씨의 블로그 <박차영의 도보여행기: http://blog.daum.net/pcy1950>


구교만 청년기자 globe1003@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