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으로 세계를 겨냥한다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노성재 군
인천기계공고 정문에 현수막이 걸렸다. 오는 6월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될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름이 자랑스럽게 펄럭인다. 올해로 42회째를 맞는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은 기능교류를 통해 그 수준을 향상한다는 목적을 가진 대회다.
제41회 런던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 각국 대표사진(사진=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 공식홈페이지)
대한민국은 1966년도 16회 대회부터 26번 참가했고, 그 중 17개의 대회에서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처음 1위를 기록한 77년도 이후에는 단 2번을 제외하고 모두 1위였다는 점이다. 물론 2번의 예외는 2위였다. 항상 상위권을 기록하는 대한민국의 수준을 고려하면, 이번 국가대표선발은 자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인천기계공고의 국가대표 배출은 처음이 아니다. 만약 이번 42회 독일올림픽에서 노성재 군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인천기계공고는 3연속 금메달획득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41회 런던기능올림픽 ‘CNC밀링’ 분야 금메달리스트인 이민구 졸업생이 국가대표 코치로 노성재 군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현재 두 사람 모두 삼성테크윈(주)에 근무 중이며, 고등학교 선배가 후배의 훈련을 돕고 있는 셈이다. 현재 훈련장소가 남해 가까이에 있는 창원이라서 두 사람을 모두 만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빡빡한 훈련일정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성재 군이 미리 학교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갔다.
성실함이 돋보였던 학생 지도교사로 애쓰신 맹관호 선생님(인천기계공고 자동화기계과)은 “성실함이 성재의 가장 큰 무기죠.”라고 말하며 지난 훈련과정을 소개했다. 교내에서 기능대회 준비팀으로 선발되면 그야말로 ‘국가대표급’ 훈련에 돌입한다. 방학은 3일 뿐이고 학기 중 평일과 주말 모두 훈련에 쏟아 붓는다. 그래서 함부로 선수를 선발할 수도 없다. 본인의 확고한 의사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허락과 지원도 필수 조건이다.
▲ 아직 방학이지만 기능경기를 준비하는 학생은 여전히 연습중이다.
교무실 벽에는 주말훈련 때 선수들의 식사를 준비해주는 학부모님의 당번 일이 표시돼있었다. 사실 주말까지 투자하는 건 오로지 선수들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몸을 훈련해야 하는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오르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성재 군이 출전할 ‘CNC밀링’은 복잡한 기계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조각이지만, 금속을 정확한 수치로 깎아내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설계능력과 기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중요해서 이론과 실습의 비율은 ‘4 : 6’정도라고 한다. 또한, 몸으로 기계를 다루는 과정도 숙달해야 한다.
▲ “왼쪽의 쇳덩어리가 오른쪽 부품이 되기까지 8시간정도 걸려요. 힘들지만 뿌듯하죠. "
"전국체전의 열기에 비교하면 씁쓸하죠."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그런 놀라운 성적에도 기능올림픽준비과정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맹관호 선생님은 “조건 없는 지원을 바라지는 않지만, 힘들게 이룬 성과에 대해 보상이 뒤따른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재 군이 학교에서 훈련할 때는 소모품 비용을 아끼느라 2~3번 사용하면 교체해야 할 부품을 10번 이상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0.1밀리미터 단위로도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큰 차이다. “매번 바꿔주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더욱 열심히 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죠.”
덧붙여 “2012년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이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은 지도교사로서 정말 아쉽다.”라고 전했다. 인천기계공고는 제47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옥내제어’, ‘금형’분야 금메달을 획득했다. 우수상까지 더하면 6개 직종에서 10명의 학생이 입상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전교 1등’ 현수막도 걸리는 세상이지만, 전국대회 입상에 대한 교외의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다.
▲ 우수한 학생들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액자들.
맹관호 선생님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지도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모두 청량산 정상 바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게 했다. 비교적 낮은 산이다 보니 등산객이 많아 뻔뻔함을 키우는데 제격이라는 것이 선생님의 주장이다. 그래서 심사기준은 음정도 박자도 아니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노래를 부르면 합격이다. 사실 새벽 5시 30분부터 늦은 밤 11시까지 학생과 똑같은 일정을 함께 보낸 선생님이다. 힘들게 노력만 하고 패기가 없어 후회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고안한 수업이다. 하지만 차분한 성재 군도 청량산이야기가 나오자 크게 웃는 걸 보니 쉽진 않았나 보다.
▲ 이민구 선배가 42회 런던기능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을 보여주는 맹관호 선생님.
“성재야 너도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하는 성재 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직장, 최고의 수준에 도전할 기회를 가진 것은 행운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 행운이 깃들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 시간은 온전히 성재 군의 몫이다. 모든 분야가 노력 없이 이뤄지진 않는다. 하지만 쇠를 깎아내는 작업은 정말이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들인 만큼 결과가 따라올 뿐이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동탑산업훈장과 상금 6,000여만 원, 대체복무의 기회 그리고 학자금과 근무 장려금이 지급된다. 성재 군은 이제 스무 살.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포부도 키워야 한다. 이번 국제기능올림픽이 새내기 기능인에게 앞으로 승승장구할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김상호 청년기자 reporterk35@gmail.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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