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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백령도 메밀이 부평으로 시집 오던 날, 부평막국수

40년 전 백령도 메밀이 부평으로 시집 오던 날  

대를 이어 막국수 뽑는 집 이야기 


가업을 잇는 일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흔한 전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좀 다르다. 고되고 험한 일은 내 대에서 끝내고 싶어한다. 하물며 하루 종일 물일을 하는 국수집은 더더욱 그러하리라. 메밀의 고장 백령도 고향 맛을 부평에서 40년 동안 열고 있는 장학봉 씨의 막국수집 이야기다.


내 고향 백령도는 메밀의 고장

지금도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에는 메밀이 여전히 많다. 그로 인해 백령도 여행 맛 코스 하나는 메밀국수다. 백령도에서 나고 자라 백령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한 장학봉(78)씨는 부평막국수 주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원대한 꿈을 꾸며 서울 한양고에 진학했다. 학교를 마치고 처음 취업을 한 곳. 그곳에서 받은 월급은 8,000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정은 어려웠다. 고작 쌀 한가마 값 정도였다.

장 씨는 “이 돈을 받으려고 일을 하나 싶었죠. 인천 효성동으로 내려와 다른 직장을 얻었어요. 당시 황해도 연백출신 노인을 만났어요. 그분이 메밀국수를 하셨거든요. 학교다닐 때 먹었던 백령도 메밀국수와 같았어요. 고향 맛이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작한 막국수집의 효시는 부평이 아닌 효성동이었다. 효성동은 부평4공단 노동자들이 방을 얻고 자취하던 동네였다. 박봉의 공장 일을 달래려 술 먹는 일이 많은 공단 노동자들은 장 씨의 시원한 막국수로 속을 풀었다. 





부평에서 아내와 국수 뽑기 40년

효성동 장사는 제법 잘 되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부평으로 가게를 옮겨 지금까지 문을 열고 있는 곳이 현재의 북부교육지원청 옆 골목이다. 장사는 아내와 둘이서 했다. 장 씨는 국수를 뽑고 그의 아내는 육수와 다대기 양념장을 만들었다.


장 씨는 허리가 안 좋아져 일을 사위에게 넘겼지만 아내는 여전히 가게에서 일한다. 백령도 막국수 맛을 이어낼 사람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40년 정도 국수가게를 하면서 돈도 벌었다. 하지만 국수밖에 모르는 부부에게 번 돈은 사기꾼 몫이 되고 말았다.

“수 십 억 대 사기피해죠. 그나마 이 막국수집을 보존하는 것에 감사해야죠. 국수를 만드는 사람은 그냥 원래대로 국수를 더 잘 만들면 되는 거였음을 알았어요. 이제자식들이 가게에 나와 일을 이어가니까 다행이죠.”


평생 일해서 번 돈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그 맛을 살릴 가게에는 아직도 손님이 그칠 줄 모른다. 하루 평균 450그릇의 막국수가 나간다. 많은 주말에는 600그릇이 넘을 때가 허다하다. 

 


하루 평균 400그릇을 넘는 막국수 장부 

 


부평막국수 맛은 ‘메밀 향 짙고 담백한 평양식’

부평막국수집은 기온이 오르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더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냉막국수와 비빔막국수. 여기에 수육과 녹두전 등이 요리로 나가기도 한다.


부평막국수의 특징은 우선 면에 있다. 국수를 씹으면 짙은 메밀 향에 면발은 뚝뚝 끊어진다. 평양식이다. 따라서 맛 자체는 담백하다. 특히 장 씨가 추천하는 국수는 냉막국수다.

“면에 메밀을 약 60%를 써요. 그 배합에 따라 특유의 막국수 향과 면발의 질감이 탄생하기 때문이죠. 육수는 사골을 고아 사용해요. 메밀의 구수함과 사골의 시원한 감칠맛이 서로 궁합을 이뤄요. 부평막국수 특유의 맛이 탄생하죠.”





부평막국수집은 그 시원한 육수 맛 때문에 술꾼들이 속 풀러 점심시간에 많다. 가격은 6000원대.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으로 구수한 백령도 평양식 막국수 한 그릇. 오는 더위에 힘 좀 낼 수 있지 않을까. (032-527-1510)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