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추가는 NO, 젊어서 고생은 YES!"
떡볶이 장인을 꿈꾸는 매콤 쌉쌀한 인생 이야기
“장맛은 며느리도 몰라~”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마복림할머니가 지난달 별세했다. 마복림할머니의 신당동 떡볶이가 인기 있는 비결은 춘장과 고추장리 적절하게 배합된 양념과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묘미가 어우러져서다.
인천시 서구 불로동 외진 골목에도 자신만의 비법 양념과 머리를 맞대고 보글보글 끓여 먹는 재미를 가미시킨 즉석 떡볶이집이 있다.
신당동에 ‘마복림 할머니’가 떡볶이의 새 역사를 썼다면 불로동에 ‘박명성’씨는 즉석 떡볶이의 쿠데타를 꿈꾸고 있다.
사리추가는 안된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배짱, 그 이유는 뭘까?
박명성씨는 젊다. 처음 가게를 방문한 손님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장의 앳된 얼굴에 깜짝 놀란다. 개방된 주방에서 요리하는 그녀를 접한 손님들은 ‘어린 사람이 음식을 해?’라며 맛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곧 그녀의 매운 손맛을 보곤 혀를 내두른다. 떡볶이가 혀를 내두를 만큼 매워서가 아니라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에 반해서다.
충분할 것 같던 떡볶이가 바닥을 드러내면 포크를 놓기가 아쉬워진다. “여기 라면 사리 추가요~!”를 당당히 외치던 손님은 주방에서 들려오는 “사리 추가 안돼요!”라는 외마디에 풀이 죽는다.
처음부터 주인을 너무 얕봤다.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다면 라면사리에 쫄면사리, 어묵 사리, 만두사리를 추가했어야 했다.
그녀의 가게에서 흔히 느끼는 손님들의 자괴감이다. 다른 집에서는 가능한 사리추가가 왜 이곳에서 유독 금기시되는 걸까?
그녀가 배짱을 튕기는 이유는 손님들에게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 떡볶이에는 정확한 레시피가 있어요. 양념장과 육수의 비율을 맞춰 손님상에 나가는데 국물이 쫄은 상태에서 사리추가를 하면 가장 맛있는 떡볶이 맛을 낼 수가 없답니다. 그럼 손님은 맛없다고 느낄 것 아니에요?”
배짱장사의 이유는 손님에게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제공하고자하는 그녀의 욕심이 숨어 있었다.
노점상으로 시작한 똑순이, 세계적 프랜차이즈를 꿈꾸다
20대의 젊은 그녀가 어떻게 1,2층 점포를 사용하는 떡볶이 가게 사장이 어떻게 되었을까?
“저희 부모님이 부자냐구요? 호호호. 이 떡볶이 가게는 제 손으로 장만한 거예요. 4년간 노점상해서 번 돈으로......” 하얀 얼굴에 부잣집 딸같이 생긴 주인장이 노점상을 했단다.
“동물학과를 나와서 큰 동물병원 간호사로 일 했었구요, 건설회사 비서도 해봤어요. 그런데 여자가 받을 수 있는 월급에 한계가 오더라구요.” 박명성씨는 더 큰 꿈을 향해 사업을 결심하게 된다.
자본금이 전혀 없었던 그녀는 초기 자본이 필요 없는 노점상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노점상을 하려면 차가 필요한데 중고차 살돈 100만원이 없어서 캐피탈에서 융자를 받았어요.” 그녀가 시작한 노점상 품목은 닭꼬치였다. 서울 방화역에서 시작한 노점상은 젊은 여자 혼자서 버티기엔 버거운 일이었다.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장사가 좀 잘되니까 주변 상가에서 신고가 들어가고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단속이 나오고......매일 매일이 숨바꼭질의 연속이었죠.” 단속을 피해 장사하던 그녀의 꿈은 한 평짜리라도 내 가게를 갖는 것이었다.
단속 때문에 서울서 장사를 할 수 없었던 박명성씨는 인천 서구와 김포를 오가며 닭꼬치를 팔았다. 그녀가 연구 개발한 양념을 발라 구운 닭꼬치는 인기를 끌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손님이 그녀의 작은 트럭에 긴 꼬리를 물고 서 있곤 했다. 닭꼬치 하나로 하루 매출 70만원을 올리던 그녀는 캐피탈에서 빌린 차 값을 갚았다. 작은 가게를 얻을 돈도 마련이 되었다.
그녀가 떡볶이가게 ‘딜리셔스하우스’를 연것은 2009년 12월이다. 5년간 노점상으로 닭꼬치를 구워 모은 돈으로 인적 드문 이곳에 작은 가게를 처음 오픈했다.
처음 2층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사업은 일 년 만에 일층 전체를 빌리는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노점상을 하며 한 평짜리 가게를 꿈꿨던 그녀는 ‘맥도날드’같은 세계적 프랜차이즈를 꿈꾸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그녀의 가게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철인이다. 아침 일찍 장에서 채소를 구입한 후 9시 30분 쯤 가게 문을 연다. 계란 삶고 육수를 준비해 11시부터 손님을 맞이한다. 소스는 언제 만드냐는 질문에 가게 문을 닫는 10시 이후에 만든단다. 육수는 건어물과 과일, 채소, 다시마 등 15가지의 재료로 맛을 우리고 소스는 고춧가루, 과일 등 2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다. 35가지의 재료로 맛을 내니 깊은 맛이 날 수 밖에 없다.
“소스를 만들면 새벽 1시쯤 돼요. 소스 만드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거든요.” 박명성씨의 떡볶이는 정성이 담뿍 들어가 있다. 현재의 맛을 내기까지 1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지금도 그녀는 영업이 끝난 가게에서 새벽까지 소스개발과 메뉴개발을 하고 있다.
박명성씨는 “요즘 개발하고 있는 떡볶이는 불고기 떡볶이랑, 원자폭탄 떡볶이, 부대 떡볶이에요. 새벽까지 연구하다보면 동이 틀 때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떡볶이 연구는 쭈욱~ 계속될꺼라고 말했다. 박씨는 주방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지를 붙여 놓는다.
작은 평수의 일층과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비밀스런 공간 2층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왔다는 유제혁(불로초5)군은 “맵지만 달콤해서 맛있어요. 제가 맛본 떡볶이 중 최고예요. 특히 떡볶이 다 먹고 볶아주는 치즈 볶음밥은 짱이에요”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치즈 떡볶이를 먹었다.
맥도날드를 넘볼 세계적 프랜차이즈를 꿈꾸는 당찬 20대 박명성씨. 그녀는 말한다. “젊으니까 두려운 게 없어요.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면 되잖아요? 두려운 건 제가 한 곳에 안주할까봐 그게 두렵답니다.” 박명성씨의 이름마냥 그녀의 떡볶이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날을 기대해 본다. (딜리셔스 하우스 032-561-3560)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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