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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동의 다른 이름 ‘세숫대야 냉면’

화평동의 다른 이름 ‘세숫대야 냉면’  

냉면특화거리 12곳 가격과 양으로 지킨 30년 맛 


여름철이 찾아오고 출출해지는 시간이면 ‘시원한 거 뭐 없을까‘ 그 생각만 맴돈다. 송송 땀방울을 말끔히 거둬가는 시원한 대표 음식 중 하나 ’냉면‘, 운 좋게도 인천에는 냉면을 먹을 수 있는 전문거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인천사람보다 전국으로 더 많이 알려진 말로만 들었던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이번엔 한 그릇 직접 먹어보자.





‘원조’란 말 나올 만도 하네

주말이면 서울 사람들이 더 많이 다녀간다는 화평동 세수대아 냉면. 인천에 산다고 하면 ‘세숫대야 냉면 맛이 어떠냐’는 질문, 한 두 번은 받아보았으리라. 아직도 이곳 냉면을 못 먹어 봤다면 오늘은 더위를 이고나가 그 냉면을 꼭 한 번 먹어보면 어떨까.

세숫대야 냉면집을 쉽게 찾으려면 내비게이션이 더 잘 알려주는 자동찻길도 있지만, 경인전철 동인천역에서 가는 방법이 빠르다. 동인천 중앙시장을 우측으로 끼고 돌아 전철굴다리 밑을 빠져나오면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란 아치팻말이 식욕을 재촉한다.





그런데 어쩌랴. 이곳엔 모두 12곳이 넘는 냉면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음식점에 의례 따라붙는 ‘원조집’. 여기선 따로 찾을 필요 없다. 인천시 동구에서는 화평동을 냉면특화거리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냉면집들은 번영회란 이름으로 모여 세숫대야 냉면 맛을 지켜내고 있다.

이윽고 차려내온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 정말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이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살얼음이 서걱거리는 육수부터 들이키고 싶다. 구수한 국물에 질깃질깃 면발을 감아 먹는 냉면 맛의 조화. 그런데 왜 이렇게 양이 많은 것일까. 





맛있는 냉면 뒤에 숨은 아픈 화평동 사연들

“70년대 초, 그러니까 모두가 가난하던 때였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인천에는 공장이 많았어요. 동일방직, 대성방식, 한국유리 등. 누구나 없이 살던 시절 여기 다니던 근로자들은 더했어요. 돈은 없고 배는 고팠던 근로자들을 위해 냉면은 우선 양부터 많아야 했어요.”

이곳에서 30년이 넘게 냉면을 말아온 삼미소문난냉면집 김중훈 (65) 김현금(62) 부부의 말처럼 그래서 대부분 냉면 양은 세숫대야에 푹 담길 만큼 많고 푸짐하다. 일단 양이 많아 인심을 따고 들어간 화평동 냉면. 그래도 음식은 맛인데 특징이 따로 있지 않을까.



김현금 김중훈 사장내외 

 


김 사장은 “화평동 일대 냉면 맛의 특징이자 공통점이라면 평양식예요. 즉 면은 일반 냉면과 비슷비슷하지만 맛이 단백하고 깔끔해요. 아무래도 전쟁 때 이북에서 넘어온 실향민들이 음식을 시작해서 받은 영향 같아요”라고 말한다.

화평동 냉면의 기본 맛 베이스는 평양식이다. 하지만 비빔 양념과 육수에선 집집마다 약간씩 차이도 있다. 고기와 뼈를 사용한 육수가 있는가 하면, 양념장에 고추장이 들어가 칼칼함을 내는 집도 있다. 양념장과 육수가 각각의 냉면 맛을 좌우하는 비밀이라면, 4,000원대 싼 가격과 푸짐한 양은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의 공통점이자 자부심이다.





동구 화수동 일대 12곳 모두 유명 맛집 등극

양 많고 담백한 세숫대야 냉면을 파는 이곳은 그래서 유명해졌다. 내놓으라 하는 방송국에 한 번씩 나가보지 않은 집들이 없다고. 그만큼 전문적인 냉면거리를 만들고 특화거리로 조성해 손님을 맞는 곳은 화평동뿐이다.

김 사장은 “사실 70~80년대부처 경인전철이 복복선으로 깔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냉면 거리는 길 양쪽으로 가득 차고 지금보다 더 북적였어요. 지금이야 그 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주말이면 경기도 일산이나 서산, 당진, 그리고 가평에서도 찾아오지요.”라고 말한다.



경인전철 복복선으로 편도로 줄어든 냉면거리 

 


비비거나 국물에 말아 양으로 승부하던 냉면도 지금은 다양한 계층의 손님덕분에 메뉴도  늘었다. 회냉면이나 쟁반냉면 온냉면을 개발해 파는 집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심 하나는 그대로다. 어렵게 사는 이웃이나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고등학생들에겐 가격을 줄여주고 무한리필로 냉면 만족도를 높인다고.

사람 성격처럼 음식 중에 냉면만큼 취향과 지역특색을 따지는 경우도 드물다는데, 가격도 싸고 양도 많은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늘어서는 긴 줄에 끼어 시원하게 한 그릇 말아 들이키고 월미도나 한 바퀴 돌고 오면 좋겠다.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