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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인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지락을 품은 쌈장’

인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지락을 품은 쌈장’  

바지락 쌈장 전문점, 만석동 ‘가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서적 ‘론리 플레닛(Lonely Planet)’ 한국편에는 상추쌈을 싸는 방법과 주의점이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쌈은 대한민국 식탁을 대표하는 음식이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쌈을 싸 먹는 음식은 육고기가 대표적인데, 동구 만석동에는 육고기 대신 해산물인 바지락을 쌈밥에 이용한 곳이 있다. 바지락을 쌈 싸 먹는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데 쌈장 속에 바지락을 넣어 특별한 별미를 탄생시킨 것이다. 





특허청에 상표 등록 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바지락 쌈장 

만석고가 밑 주꾸미 골목에서 30미터 쯤 떨어진 곳에 바지락 쌈장을 파는 식당 ‘가연’이 있다. 이렇게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까 싶은 장소지만 식당 안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소문난 맛집이다 보니 이곳에는 10년 이상 된 단골들도 많다. 

인근형씨 역시 10년 째 단골이다. “솔직히 교통은 좀 불편하죠. 저도 사무실에서는 차로 15분 정도 와야 하고, 집은 더 멀어요. 남동구 구월동인데요. 그런데도 한 달에 서너 번은 항상 오게 되더라고요.” 인근형 씨는 불편한 교통을 감수할 만한 특별한 맛이라며 바지락 쌈장을 추천했다. 또한 구월동 정도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운 편이라고 말하는 일산, 수원, 분당 등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다. 매주 화요일에는 10년 째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 단체손님들도 있다. 





바지락 쌈장은 황해도가 고향인 사장님의 친정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가끔 별미로 먹던 음식이었는데, 연안어시장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보니 박영선 사장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직접 만들어 먹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이 음식을 접하고 메뉴 개발을 적극 권해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된 것이다. 

“젊었을 때 출장뷔페 일을 했는데 대형업체들이 생기면서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가 원래 친정집이었는데, 집을 개조해서 식당을 차렸어요. 처음엔 설렁탕을 팔았는데 그때는 정말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됐어요. 그러다 바지락 쌈장 팔고 나서부터는 손님들이 정말 많이 찾아와 주셨어요. 이 외딴 곳까지 와 주시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죠.” 박 사장의 말처럼 바지락 쌈장은 그야말로 쪽박집을 대박집으로 완벽 변신시켰다. 






손님이 많아지고 소문이 자자해지니 주변에서 몰래 따라하던 가게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몰랐었는데, 손님들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다른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 판다고요. 그래도 뭐 워낙 바쁘기도 했고 특허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니까 그냥 있었는데, 결국 얼마 안 가서  그 가게에서 바지락쌈장 메뉴는 없어지더라고요.” 

손님들의 맛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결국 이 가게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것이다. 이런 일을 경험 삼아 주변의 권유로 박 사장은 2004년에 바지락 쌈장을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다. 분점을 낸 적도 맛을 전수한 적도 없으니 바지락 쌈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직접 말린 생선, 직접 키운 채소로 밑반찬에도 정성 

바지락 쌈장과 같이 나오는 고정 밑반찬으로는 박대조림, 계란찜, 잡채, 부침개 등이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나 부침개도 매일 만든다. 박 사장은 “하도 오랫동안 해 왔던 거라 이런 반찬 빼면 손님들이 섭섭해 하세요. 장사하는 사람이 이런 걸 귀찮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라며 반찬에도 정성을 다한다. 특히 박대는 식당 옥상에서 직접 말려서 사용한다. 생선 말리는 일이 생각보다는 무척 귀찮은 작업이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비린내도 감수해야 하고, 벌레를 쫓는 일도 쉽지 않다. 손재주 좋은 남편이 벌레를 쫓으며 박대를 말릴 수 있는 기계를 직접 만들어 주어 그나마 일을 덜었다. 

최근에는 사장님이 직접 농사지은 상추와 마늘 등을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요양 차 무의도에 있는 남편 때문에, 점심 장사를 마치면 며느리에게 식당을 맡기고 무의도에서 출퇴근을 한다. 남편의 건강도 회복되고 있고 무의도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식당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바로 채소 농사였던 것이다. 






바지락쌈밥 1인분의 가격은 7,000원이며, 550g 단위로 포장 판매하는 바지락쌈장은 10,000원이다. 예전에는 인기리에 인터넷 판매도 했지만 남편의 건강 악화로 일손이 모자란 요즘은 잠시 중단한 상태다. 

식당의 인기 비결은 단연 맛 때문일 것이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불편한 교통을 감수하고 밥 한 끼 먹자고 멀리까지 손님들이 찾는 이유는 또 있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연신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실천하는 사장님의 미소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가연 : 중구 만석동 36-19  ☎763-3615 / 773-9012)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