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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이야기를 만드는 숲 속 결혼식, 청천동 힐록

이야기를 만드는 숲 속 결혼식  

청천동 ‘힐록’의 특별한 손님맞이 


청천동 장수산 자락에는 조금 특별한 음식점이 있다. 길고 긴 언덕을 지나 숲으로 이끄는 나무를 따라가면 마치 작은 분교처럼 보이는 건물 하나가 펼쳐진다. 산새소리, 바람소리까지 귓가에 멤 돌 것 같은 고요함.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눈이 번쩍 뜨였다.      





이곳은 정시운(힐록 대표)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들이 전쟁고아들을 교육시키던 기술전문학교였다. 폐교된 이후에는 정씨의 시부모님이 소유해 오다 4년 전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 문을 열었다.    

“벽돌이 좀 특이하죠? 러시아 대사관 허물 때 100년이 넘은 벽돌이 경매로 나왔어요. 남편이 그 벽돌을 이용해 손수 꾸민 거예요.” 

세월이 묻은 벽돌과 오래된 건축물…. 내부에 흐르는 고풍스런 멋과 편안함이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싶다. 



정시운 대표 

 




주인장 정씨를 따라 뜰을 산책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키 큰 나무들과 푸른 하늘, 앙증맞은 소품과 야생화들이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기분 좋은 고요함이 밀려든다. 

이 곳이 일반음식점과 조금 다른 이유는 이런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손님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장소로 이용하기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주인장 역시 틀을 정해놓지 않고 손님들의 바람을 기꺼이 들어주며 최선을 다해 신경을 써준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이곳 마당에서 두 번의 결혼식을 치뤘습니다. 간소하고 조촐하지만 아기자기한 멋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결혼식이었죠.”

정씨는 “신부가 하얀 원피스에 꽃만 꽂았을 뿐인데도 햇살을 받으니 더 없이 빛나 보였다”며, “자연스러운 숲속 분위기와 결혼식이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요구에 의해 제공된 색다른 결혼식장. 정씨의 말을 떠올리며 결혼식 분위기를 잠시 상상해 보았다. 음식점 마당 테이블 위엔 홍어무침, 떡, 과일, 해파리냉채, 연어 샐러드와 잔치국수 등 풍성한 음식이 차려져 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담소를 즐긴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릴 위엔 바비큐와 소시지, 파인애플이 구워져 향긋한 음식냄새가 가득하다. 

피아노 연주와 콘트라베이스, 드럼, 기타를 이용한 재즈공연도 이루어진다. 신랑신부는 동화책에서 본 듯한 왕자와 공주처럼 눈부신 자태로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번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직접 기획하고 꾸몄어요. 들어서는 입구부터 꽃 장식을 하고 연애 때 찍은 사진이나 추억이 담긴 서로의 어릴 적 사진을 전시해 놓아 볼거리도 가득했죠.”

그렇게 결혼식은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랜만에 만난 손님들은 음식을 들며 정담을 나누었고 신랑신부의 친구들은 피로연까지 진행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가족들은 여운을 즐기며 저녁까지 들고 갈 만큼 원스톱이 가능했다. 

정씨는 “결혼식장이 아니고 저도 결혼식을 진행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당황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보는 내내 따뜻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또 ‘도심에선 야외결혼식장이 흔치 않은데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 못지않은 결혼식을 치뤘다’는 손님들의 반응에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계절을 그대로 여기에서 만나요.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데로, 또 비를, 바람을, 모든 것을 다 보고 느낄 수 있죠. 자연을 좋아하고 음악과 음식도 좋아해요. 제가 느끼는 것을 사람들도 오랜 친구와 더불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장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주말이면 한꺼번에 몰리는 번잡한 결혼식. 신랑 신부에게 축복의 인사말도 나누지 못한 채 축의금만 전달하고 빠져나오기 일쑤인 바쁜 세상. 그래서 소박하지만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이곳에서의 결혼식이 더욱 빛나 보인다. (문의: 032-502-3878)


김지숙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