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의 법칙. 제아무리 만고강산을 뒤흔드는 힘이라 해도 오랜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그 적지 않은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매섭게 수놓는 작업을 해오며 환갑 나이를 맞이하는 이가 있다. 바늘과 실이 서로 벗하며 피어나는 자수의 세계를 밟는 이가 그렇다.
흔하다면 벌써 접었을 ‘자수의 세계’
명절이나 경조사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입는 한복. 그 옷의 가치는 고운 선의 전통 외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원과 숲, 잎과 꽃들을 그대로 옷깃에 여며주는 자수의 발견이다.
예원자수 대표 권인희(61) 씨. 그가 자수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30여 년째 접어든다. 그의 딸이 7세 때부터 시작한 한복에 수놓은 일 자수. 딸이 34살이 되었으니 모녀의 나이를 되짚어보면 그만한 세월에 수를 새겨 넣은 셈이다.
권 씨는 “손재주가 있어 재봉틀을 잘 했어요. 주변에서 솜씨 좋다는 말은 빼놓지 않고 들었죠. 그래서 시작한 미싱자수로 이렇게 나이를 먹고 말았네요. 자수를 안했으면 무엇을 했을까 생각도 안날만큼 자수가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그가 처음에 잡은 재봉틀은 로얄. 그 뒤를 이어 지금까지 자수 재봉틀로 최고로 치는 JUKI 미싱이 그의 동반자가 되었다. 한복에 수를 놓는 미싱자수에서 한 때 대량생산을 위한 컴퓨터자수를 했다가 다시 미싱자수로 돌아온 그. 얼마나 재주가 있었던 것일까.
부평시장 시절 전국에서 주문 받을 정도라면
처음 권 씨가 한복자수를 시작한 곳은 집이었다. 솜씨와 일감이 늘면서 그는 부평시장에 자수 집을 냈다. 약 7년 간 정말 그 때야말로 지금까지 해온 자수 일감을 칠 때, 이른바 전성기 시기였다.
권 씨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만해도 사람들이 ‘부평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다’고 몰려들던 장터였죠. 그러니 내 자수집도 덩달아 손님들로 붐볐어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잘 되었죠”라고 말한다.
그런 그도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한 때 컴퓨터 자수로도 방향을 돌렸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은 역시 미싱자수이다. 미싱자수는 본을 떠서 손과 발로 정밀하게 실물처럼 모양을 밖아 내는 또 하나의 공예예술이기 때문이다.
권 씨는 “미싱자수는 컴퓨터자수나 나염자수에 비해 생동감과 입체감이 뛰어나죠. 또 옷을 해 입었을 때, 기계로 나온 문양보다 귀태가 나고 품위가 좋아요. 한동안 나염이 인기를 얻다가 다시 미싱자수로 유행이 돌아온 것도 제겐 반가운 일이죠”라고 말했다.
쓰임새가 전천후라 더 매력 있는 미싱자수
미싱자수는 한복 문양은 물론 이불과 테이블보, 각종 혼수품 등에 두루두루 쓰인다, 여기에 멀쩡한 옷 한군데가 찢어져 낭패를 보았거나, 나도 모르게 물든 오염 자리에도 자수를 놓아주면 훌륭한 새 옷으로 탄생하는 리폼역할까지 해준다.
하지만 미싱자수를 통해 원하는 문양을 멋들어지게 그려내려면 그만한 시간과 품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도안그리기를 위한 눈썰미부터 재봉틀 땀 맞추기, 색실 배합 등 세심한 공정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인천지역에서 미싱자수를 웬만하게 다루는 자수 가들은 동인천과 부평 등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그 중에 권 씨가 꼽히는 이유. 역시 오랜 세월 이겨낸 꼼꼼함과 인내의 정신 때문이 아닐까.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오늘 배우면 당장 내일부터 돈이 되는 줄 알아요. 자수야말로 색감을 터득하고 기능을 훈련하는 점에 있어서 긴 시간이 전제되지 않으면 작품탄생이 힘든 분야죠. 이제 나이 듦을 벗 삼아 더 멋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문의:032-512-3007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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