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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세상의 모든 걸 만들 수 있죠" 모형작업가 이태운씨



커다란 세상을 담아낸 작업실이 있다. 중구 어느 골목에 있는 이곳은 작은 모형회사 코스모를 운영하는 이태운씨의 작업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남대문, 중국의 자금성,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 수 많은 작품들은 실제 건축물들을 그대로 축소해 만든 것이다. 





이 작은 세상의 조물주, 모형작업가 이태운씨를 만났다. 그는 한창 몰드 작업 중이었다. 

“잠시 만요. 이것만 마저 할게요. 오래두면 망가지거든요.”

그의 손길을 따라 후두둑, 떨어지는 것들은 업체에 납품할 부품이다. 요샌 커다란 건축모형을 만드는 일이 적어 이렇게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거나, 모형설계를 하는 일을 하며 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큰 모형들은 아웃도어 모형이라고 해서 야외전시용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예요. 주로 테마공원을 만들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죠. 요새는 테마공원에 납품할만한 일거리가 없어요. 워낙 수요가 적으니까요. 지금은 저 혼자서 설계나 부품을 만드는 작업만 하고 있어요.”


크게 모형을 인도어와 아웃도어로 나뉘는데,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크기의 모형을 인도어, 이 씨가 작업하는 목조건축물 같은 것들이 아웃도어 모형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어 모형을 만들었다. 그의 기차모형은 ‘한국철도 100년 자료집’에 자료로 쓰였을 만큼 견고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사무실 한 켠엔 그가 만들었던 인도어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기차며 선박이며, 실제모습과 100% 똑같지 않으면 불량품이 되어버린다는 모형들.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완성되는 만큼 가격도 상당하다. 커다란 아웃도어 모형을 만들 때에도 그의 꼼꼼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야외 전시용이다 보니 튼튼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기술이 관건이다. 


이태운씨가 만든 모형이 실린 철도청 자료집





설계를 전공한 그는 기계설계를 거쳐 모형설계로 넘어와 이렇게 작업까지 하고 있다. 벌써 30여 년째다. 덕분의 그는 설계부터 원형제작, 몰드작업, 조립, 페인팅 까지 모든 작업이 가능한 모형계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큰 건축물을 만들던 사람이 부품만을 만들려고 하면 좀이 쑤시지 않을까 했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지금은 부품이나 모형설계작업만으로도 바빠요.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할 것 없이 주문이 들어오거든요. 아무래도 설계를 할 줄 아니까 부품을 보면 어디에 쓰일 건지 감이 오거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많이 찾아주시네요.”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느라 밤낮없이 일을 하는 이씨는 휴가도 즐기지 못하고 이 작업실에서 올 여름을 보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모형 일은 계속 할 거예요. 다만 이제는 획기적인 것을 해보고 싶어요. 왜 예전에 구체관절인형이 한창 유행이었잖아요. 그렇게 생활에 다가갈 수 있고, 소장가치도 있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고 있어요.”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