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하는 사람은 튀기 마련이다. 모두가 ‘원조’라고 내세울 때 ‘아닌 건 아니지’하며 순순히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조가 즐비한 화평동냉면거리에서 원조보다 눈에 띠는 건 ‘탤런트의 집’이라는 문구다. 배우 정대홍씨가 운영하는 냉면 집, ‘냉면천국’의 문을 두드렸다.
“어서 오세요. 주차 도와 드리겠습니다.”
최근 연극 ‘여자일생’을 마치고 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그는, 배우답지 않은 소탈함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화평동냉면거리에서 냉면집을 하는 탤런트 정대홍>
정 씨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온 국민에게 시골의 푸근함을 보여준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 노인 역을 맡았다.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당시 30대의 나이로 노인 역을 소화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 냉면집을 운영 하고 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엔 냉면은 생각도 못했었죠. 전원일기가 끝나고 부업으로 고깃집을 운영하려던 참이었는데, 집사람이 우연히 이 자리에 세가 난 걸 본거예요. 냉면거리라서 냉면집밖에 할 수 없다는 말에 냉면을 시작한 거였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 했던 가게 운영이 10년을 이어오기까진 어려운 일도 많았다. ‘탤런트’라는 인지도가 주변 상인을 위협했던 것이다. 자동차 몇 대가 가게 문을 막아 장사가 어려웠던 일도 있었다.
“과정이 쉽지만은 안았어요. 모든 원인은 나한테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했지요.”
<고추를 직접 말리는 정성을 들여 식재료를 만든다>
그가 하루하루 노력한 결과는 음식으로 나왔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정 씨는 건강한 냉면에 주력했다. 음식솜씨가 좋은 아내의 손맛도 한몫했다. 화학조미료는 일체사용하지 않고 전부 천연조미료로 맛을 냈다. 국내산 재료만을 고집해 직접 매실을 담그고, 고추를 말리며 건강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성껏 담근 매실액기스로 양념과 육수의 맛을 낸다>
비빔냉면엔 한우가 고명으로 올라 풍미를 한층 깊게 한다. 매실액기스로 맛을 낸 양념과 냉면 육수는 담백하고 입맛을 당긴다. 여름 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데 냉면이 손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단가는 더 비싸졌지만 그래도 건강을 생각하면 이게 맞지, 싶어요.”
<냉면천국의 메밀냉면엔 메밀이 40%나 들어갔다>
냉면천국엔 냉면의 종류가 두 가지다. 일반적인 화평동 냉면과 메밀냉면. 일반 냉면의 메밀 함유량은 9%인데 반해 메밀냉면은 40%로 함량비율이 월등히 높다. 일반 메밀면도 메밀함유량이 3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율이다. 쉽게 끊기는 메밀면의 특성상 개발당시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뽑아낸 메밀 면은 한층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하지만 일반 냉면과 천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 담백하고 입맛을 당기는 맛 >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냉면육수는 화학조미료 덩어리인데다, 공업용 얼음을 사용한다고 고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냉면천국’에선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 육수 통은 아예 홀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최고가 되는 것보다도, 화평동 냉면거리 자체가 발전하길 바랍니다. 지금도 값싸고 양이 많은 냉면으로 유명하지만 거기에 음식의 질이 높아지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냉면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의 건강은 결국 국가가 부담하는 것 아닌가요? 건강한 음식판매는 결국 국가발전까지 이어지는 일이라고 믿어요.”
< ‘냉면’과 ‘연기’. 둘 다 중요해 >
냉면과 연기 중 하나를 택한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렵네요. 두 가지 모두 저한텐 중요한 일이예요. 연기는 연기대로 꾸준히 하고, 냉면은 냉면대로 음식문화 발전에 기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모두 열심히 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 가는 중이라고 했다. 인지도를 이용해서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간판에는 ‘탤런트’라는 말이 크게 붙어있었지만 냉면천국에 탤런트는 없다. 단지 건강한 냉면을 생각하는 정대홍만 있을 뿐이다.
냉면천국
주소 : 동구 화평동 294-2
전화 : 032-777-1248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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