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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노래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부부합창단'





올해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국가 중에서 불명예스럽게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격차이, 고부간의 갈등, 폭력, 도박 및 알콜 중독, 외도 등 다양한 이유로 이혼율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가정이 점점 무너져 간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살율도 늘어만 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부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을 하며, 이웃 나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8시가 되면 중구 송학동 홍예문 인근이 아름답고 곱게 물든다.

남편과 아내의 마음을 담아 빚어내는 소리의 빛깔들이 향기를 품은 하모니가 되어 무지갯빛으로 피어나고 있다. ‘사랑의 부부합창단(이하. 합창단)’의 노랫소리다.

‘사랑의 부부합창단’은 1987년 대구에서 당시 음대 재직 중이던 교수 부부에 의해 처음 창단되어 나눔을 실천하는 국제적인 부부합창단 연합체로 성장하고 있는 사회봉사단체이다.

현재 서울, 대전, 여수, 부산, 광주, 밀양, 포항 등 국내 13지역과 미국 로스엔젤레스, 싱가포르 등 해외 2곳에서 부부의 합창을 통해 나눔 사랑을 펼치고 있다.





지난 24일, 제일교회의 성가대실에는 인천 각 지역에서 온 부부 26쌍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합창을 하기 위해 모였다.

집에서 쪄온 옥수수와 따뜻한 차를 마주하며 장난스럽게 건네는 모습이 연애하는 사람처럼 행복하고 설레어 보인다.

여러 쌍의 부부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준비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추석명절 지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시작 시간이 되자 단원들은 발성을 위한 준비 운동을 위해 자리에 앉는다. 이 날은 명절 동안 힘들었던 아내를 위해 안마와 마사지로 남편들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여보 시원하지?” 아내들은 수줍은 듯 빛나는 미소로 화답한다.

삶의 무게로 지친 남편과 남편의 마음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아내. 이들은 서로를 위해 노래와 율동으로 활력과 기쁨을 선사한다. 어느새 두 마음은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포근한 사랑으로 채워져 간다.





안주백 단장(66세, 중구 신흥동)은 “부부가 화목하면 가정도 화목해지고 자녀들의 인성과 정서에도 좋지요. 요즘 이혼율이 높은 이유는 부부간의 소통이 부족해서입니다. 부부 합창단이 생긴 이유가 그것이에요. 노래를 통해 소통하면서 사랑을 돈독하게 다지자는 거죠. 노래하러 오고 가고 하면서 최소한 서너 시간은 둘이 함께 할 수 있잖아요. 다투다가도 끝날 때는 풀어져서 갑니다.”라며 합창단원들이 자비를 들여가며 모이는 이유를 말한다.

제일교회에서도 이들을 위해 자리를 선뜻 내줬다.





단원끼리 서로 가족이 되어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이 합창단은 2004년 4월에 창단해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30대에서 60대 연령층으로 회사원, 자영업자, 교사, 의사 등 직업들도 다양하다.

합창단이 창단할 때부터 노래를 시작했다는 이영득씨(62세, 부평구 일신동)는 노래를 시작하면서 부부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아내 이은영씨(62세)를 사랑이 담긴 눈길로 바라본다. “남편과 함께 노래로 취미생활을 하니까 부부애도 생기고 더 잘 통해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니까 더 존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성대씨(62세, 남구 주안동)는 “화요일마다 부인과 함께 노래하러 오면서 깊은 이야기도 나누니까 좋습니다. 노래하면서 아내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주름을 보면서 안쓰럽고 미안해지더라고요. 앞으로 더 잘해줄 생각입니다.” “아들과 며느리도 함께 하고 싶어요.”라며 부인 이종옥씨(58세)는 수줍게 웃는다. 10년을 함께 해온 두 부부는 카메라 앞에 서며 말한다. “우리 집 사람 주름살 안 나오게 예쁘게 찍어주세요!” “우리 남편도 잘 찍어주세요!”





이들은 연말과 가정의 달인 5월이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인천종합예술회관에서 자선공연도 펼친다. 공연을 통해 들어온 후원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전액 기부한다. 그동안 이렇게 매해 기부한 금액도 4천 여 만원이 넘는다.   

부부가 함께 손을 맞잡고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들이 이들에게는 사랑의 묘약이 되어 부부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과 믿음이 되어 피어오른다.

백승호씨(50세, 동구 송림동)는 “지인을 통해서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늘 환자를 돌보며 바쁘게 살다가 잠시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노래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금슬도 좋아지고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참석할 생각입니다.”라며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두 시간 동안의 합창이 끝나고나면 ‘스마일 시간’이다. 이 시간은 함께 나눌 기쁜 소식이 있는 단원이 자신의 개인적인 소식을 전하면서 모금주머니에 기부금을 자유롭게 넣는다.

남편이 많이 늦을 것 같아서 먼저 왔다는 한 단원은 “연휴 내내 시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셨어요.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이제는 조금씩 회복돼서 일반실로 옮겼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요.”라며 모금주머니에 기부를 한다.

단원들은 기쁜 소식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한다.

이날 ‘스마일 시간’에 모아진 기부금은 7만원.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일 예정이다.


젊은 부부를 보면서 옛 시절을 떠 올리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부부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선배 부부를 보면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젊은 부부들.

세대를 넘어 노래로 소통하고 사랑을 키우는 부부합창단. 

어느새 비가 그쳤다. 송학동 하늘을 수놓는 별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가을밤이다.

(‘사랑의 부부합창단’ 가입문의: 안주백 단장 ☎010-6327-1522)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


자료 : 인천시 인터넷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