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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구두장이 조대영씨 (자료:인천시 인터넷 신문)



뚝딱뚝딱, 각기 모양이 다른 신발들이 쌓인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나와 해가 지고 나서야 들어가는데 하루에 다섯 켤레의 신발밖에 만들 수가 없다. 밑창 재단부터 바느질까지 모두 손으로 작업하는 수제화이기 때문이다. 수제화를 만드는 구두장이 조대영(71)씨의 유일한 동업자는 낡은 라디오다.


그는 남자구두 한 켤레를 바느질하고 있다. 한 치의 실수도 조심해야 하기에 그는 숨을 죽인 채 바느질에만 몰두한다. 그의 곁을 지키는 라디오만이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건넬 뿐이다.






완성된 구두 한 켤레를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다시 새 신발을 만들기 시작한다. 능숙하게 밑창을 만들어 보이고 다시 본드 칠을 한다. 

그에게 구두 만드는 일은 어렵지가 않다. 평생을 해온 일이라 너무도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인다. 요즘 그가 유일하게 힘든 일은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란다.





40여 년 전, 처음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울 당시엔 장사가 제법 잘 될 때여서 꽤나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매일 구두 판 돈으로 삼남매를 키우고 먹고살았는데, 요새는 다들 ‘메이커’를 찾아가느라 수제화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인근에 신발가게도 전부 문을 닫았지만 조 씨는 수제화를 놓지 못한다.

“그만 둬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재료가 많이 남아서 버릴 수도 없고, 그냥 일상인 거예요. 놀면 뭐해요.”





더 이상 그에게 수제화는 돈벌이가 아닌 일상이 되었다. 간간히 들어오는 주문에 맞춰 구두를 짓고, 판매하는 구두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의 노년은 채워진다. 

본드가 마르길 기다리면서 조 씨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점심식사도 대충 해결하고 일을 하는 그에게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혼자 일하다 보면 심심해요. 그러니 라디오만 틀어 놓는 거죠. 사람소리가 들리니까…….”

깔깔대는 소리가 커지는데도,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다. 라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소리만 듣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세월 그가 이 작업실에서 느꼈을 외로움을, 라디오가 대신 전하고 있다.





그는 다시 구두를 집었다. 가만 보니, 구두밑창만을 만든다. 다른 곳에서 디자인을 해오면, 그는 발바닥을 책임지는 밑창만 작업한다고. 본드 칠과 바느질, 망치질을 수차례 걸쳐 밑창 하나가 완성된다. 

“수제화는 튼튼하고 편안해야 하니까요. 공장에서 만든 것보다는 훨씬 질기고, 발에 잘 맞고, 그게 장점이지요. 신발을 만들면서 남이 만든 신발은 신어본 적이 없어요. 새 신이 신고 싶으면 그 자리서 하나 만들어요. 내가 만든 게 내 발에 제일 잘 맞아요. 다른 신발은 이제 못 신어요.”

이제 다른 일은 할 수 없다는 조대영 씨. 그에게 신발을 만드는 일은 수제화같은 것이 아닐까. 그는 꼭 맞는 신을 신고, 구두 한 켤레를 또 완성했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