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가득한 연말. 가족, 연인, 친구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은 언제나 마음에 위안과 풍요를 가져다준다. 이렇게 행복한 연말를 다르게 보내는 생명이 있다. 길 위에서,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이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유수천(유기견의 수호천사들)’은 유기견을 구조해 보호하는 인천시 1호 비영리단체다. 2008년 3월에 낡은 초가집을 보수해가며 지금껏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이 일반적인 시 보호소와 다른 것은 안락사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보호소의 경우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지 못한 채 열흘이 지나면 안락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적인 음식들만 제공될 뿐. 어떤 치료도, 관리도 받지 못한 채 작은 철장에 갇혀 지내는 것이 보호소 유기견의 운명인 셈이다.
유수천은 전국의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들을 구조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끔 도와주고 있다. 유수천에서 깨끗이 미용을 하고, 건강해진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되길 기다린다. 지난해 입양된 유기견만 해도 208마리다. 매년 20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찾아가고 있다.
유수천의 회원은 총 3만 5천여 명. 이중에서도 후원회원들은 매월 1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바자회와 네이버 포털사이트의 해피 빈으로 후원을 더하기도 한다. 유수천의 대표나 운영진들도 마찬가지로 후원금을 내며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가장먼저 유기견의 치료비용으로 사용되고, 보호소 환경을 개선하는데 쓰인다.
유수천의 대표 정은화(48)씨를 만났다. “처음엔 전국 이곳저곳 봉사를 많이 다녔어요. 시 보호소에 가면 안락사당하는 아이들을 보게 되고, 개인 보호소에 가면 열악한 환경을 보게 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죠. 그러던 중 제가 기르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남동구에 있는 시 의탁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입양한 뒤, ‘인천에서 보호소를 운영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유수천 보호소는 260평이다. 이곳에서 보호되고 있는 180마리의 유기견을 정대표와 간사 한명이 돌보고 있다. 매월 평균적으로 180여명의 봉사자들이 봉사를 오지만, 평일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아침마다 배변을 치우고, 깨끗한 물과 양질의 사료를 공급하고, 이불을 빨래하는 등의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기견에게 관심을 주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보호소는 언제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겉은 낡아도 속은 지저분할 수 없잖아요. 잘 살려보겠다고 데려온 아이들을 지저분한 환경에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최대한 좋은 환경, 좋은 먹을거리를 주려고 노력해요.”
유수천에서는 유기견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유기견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정기적으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유기견 사진전을 열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위해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일명 ‘캣맘’들에게 사료를 후원해 주기도 한다.
“고양이까지 케어하기엔 저희 보호소가 아직은 물질적으로 여력이 안돼요. 보호소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캣맘들에게 사료를 후원해 드리기로 한 거예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외된 생명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유기견의 수호천사들’. 정대표는 그래도 늘 마음은 즐겁다고 전한다.
“사실 제겐 보호소가 늘 1순위예요. 그게 정이 들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사명감도 아니예요. 그저 이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 뿐이예요. 작은 봉사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인생의 80%를 차지하게 된 거죠. 저 뿐 아니라 봉사하시는 분들이나, 운영진 분들도 마찬가지 일거예요. 누가 돈 주면 하겠어요?”
안락사를 기다리던 유기견들이 유수천에서 새 가정을 기다리고 있다. 올 겨울, 이들에게 따듯한 사랑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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