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삶의 냄새 인천 소래포구
***
가을철 어시장은 어느 곳이나 먹거리가 풍성하지요. 비가 오는 평일 재밋거리를 찾다 자연스레 수도권과 가까운 소래포구로 향해봅니다. 여기저기 가을 전어에 꽃게로 어물전이 시끌벅적합니다.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주민들이 당일 코스로 즐기기에 충분한 거리입니다. 그날의 어획한 선도 높은 생선과 새우, 꽃게가 풍성하니 시장의 모습은 더욱 활기차 보입니다. 수인선 협궤철도가 철거되었지만, 그 자리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더욱 운치 있어졌습니다. 철거된 수인선이 관광지로써 든든한 몫 하는듯 합니다.
▲추억과 낭만이 서린 수인선 철길
사라진 협궤 열차의 추억을 되새기며 철길을 걸어봅니다. 일제강점기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열차. 서민들의 애환과 역사의 시간 속에 바닷길을 열어주었던 곳이니 더욱 정감이 갑니다. 수인선은 1993년 소래 염전이 들어서고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가 1937년 개통되어 1995년 폐선이 될 때까지 많은 사연을 싣고 운행되었습니다. 수인선 좌측으로 장도포대지가 보입니다. 인천 둘레길 7코스 시작지점이면서 문화재 자료 제19호인 장도포대지는 소래포구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노루처럼 생겼다 하여 '장도'라 불린 이곳은 조선 말기 외국 선박들이 소래 수로로 침입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었습니다.
▲수인선과 어시장이 연결된 통로
다리를 건너 자연스레 어시장으로 연결되는 곳에 얼마 전만 해도 잔 막걸리를 파는 곳이 즐비했습니다. 잔 막걸리 한잔에 그냥 내어주는 안주인 양파조각과 마른 멸치는 서민의 삶을 닮았습니다. 주인을 잃은 철길을 사람들이 오가며 옛 향기를 되새기던 곳인데 정비사업으로 인해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네요. 그나마 남아있는 가게에서 잔 막걸리 한잔 해봅니다.
소래포구는 1960년대 실향민이 10여 척의 어선으로 새우잡이를 하면서 만들어진 포구였습니다. 밀물 때 바다에 나가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을 어시장으로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되면서 새우잡이를 하던 소형 어선의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그야말로 소래포구는 문전성시의 어시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노천 횟집 100여 곳이 성업 중인데 횟감을 떠서 선착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먹는 재미가 독특합니다. 특히 겨울이 되면 젓갈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각종 젓갈이 풍성합니다.
소래의 지명은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냇가에 숲이 많다는 뜻의 솔내에서 나왔다는 설과 소라 모양으로 생긴 지형 때문에 생겼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늘 시장에선 변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의 사리 때에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물론 때를 잘 맞추면 싸게 살 수도 있다는 말이 되네요. 봄에는 암게가 맛있지만 요즘 가을철에는 수캐를 사야 하는 것 아시지요? 배 부분이 둥근 것 말고 길죽한 것이 수캐입니다.
대하도 한창이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얼린 대하가 눈에 많이 띕니다. 이 얼린대하가 자연산이고 살아있는 대하는 대부분 양식이라고 합니다. 저도 얼린대하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었는데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으로 맛있더라고요.^^
소래포구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회를 구입하여 식당에서 상차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2011년 개장한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에서 횟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구에 앉아 회를 주문했습니다. 이 맛에 소래포구를 찾는데 비가 온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랑비에 우산을 쓰고 먹는 이곳만의 정취는 어느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기막힌 맛이지요.
▲인천수협소래포구 공판장
간단한 음주를 마치고 포구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늘 어시장만 들렀다 가곤 했는데 이어진 포구에는 많은 배가 정박하고 있습니다. 바쁜 시간을 마친 소래 공판장은 질서 있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소래포구 경매장에서는 하루 10만여 마리의 꽃게가 거래됩니다. 요즘처럼 꽃게가 맛있는 철에는 경매장의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겠지요. 경매되는 가격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찡해집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 포구에는 내일을 준비하며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새벽이 되면 시끌벅적 비릿한 사람냄새가 나는 하루가 되겠지요.
밤 8시가 되니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떠들썩한 시장은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소래포구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걷습니다. 다음달 10월 10일부터 3일간 소래포구 축제가 소래포구를 비롯해 소래습지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립니다. 풍어제와 불꽃놀이, 퍼레이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니 올 가을은 소래포구로 떠나보는것은 어떠신가요~
***
비릿한 삶의 냄새 인천 소래포구
'통하는 인천 > 여행·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분위기가 물씬나는 인천나비공원으로 (0) | 2014.09.29 |
---|---|
커피와 미술의 만남, 갤러리 카페 (0) | 2014.09.29 |
서쪽 하늘에서 퍼지는 희망을 품다, 정서진 (1) | 2014.09.23 |
가을에 걷기 좋은 도심 속 인천중앙공원 (1) | 2014.09.22 |
인천문학경기장 속 유물전시관 (1) | 2014.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