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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당극 '문학산의 전설' 공연을 다녀와서




창작 마당극 '문학산의 전설' 공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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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당극 통해 문학산 전설 알아볼까"


인천 남구에 위치한 문학산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남구 주민분들은 거의 모두가 알고 계실 지역의 중심 산이고 다양한 전설들이 깃든 산인데 다른 구의 주민들이나, 타 지역 분들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전설의 경우 누군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산을 많이 오르내려도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 특히 더요.


이런 부분들을 해소코자 남구에서는 사모지 고개, 술바위, 안관 할아버지와 최씨 부인, 비류성 등 문학산에 얽힌 설화와 문화유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창작마당극 '문학산의 전설'을 선보이고 있어요. 우리 지역 산을 주제로 마당극을 만들었다는 게 참 참신하죠?


 


이날 공연이 진행된 '인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에요. 정확히는 여기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됐는데 날이 춥지 않을까 걱정한 것과 달리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적당히 선선한 공연보기 딱 좋은 날씨였어요.


 


본격적인 마당극의 시작입니다. 마당극은 거의 접한 적이 없어서 조금 낯설 것 같았는데 배우간 나누는 대화를 통해 문학산에 대해 재치 있고 알기 쉽게 소개해 주더군요. 배우 분이 문학산의 전설을 하나하나 손꼽고 있네요.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입니다. '문학산의 전설'은 문학산의 문화유산과 그 문화유산에 얽힌 설화를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서 소개하는데 징을 든 분이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출연, 각 에피소드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징을 쳐 극이 시작됨을 알려줘서 한결 몰입되더군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모지 고개'에 얽힌 전설이에요. 문학산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문학산과 연경산 사이에 있는 고갯길을 사모현이라 하는데, 발음에 따라 '사모지 고개', '사모재 고개'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옛날 사신들이 이 고개를 넘어 중국으로 갔는데 그 때 당시만 해도 길이 험하고 사고도 많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그래서 슬픈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이별 인사를 세 번하고 이 고개를 넘어갔다고 해 '사모지 고개'라고 합니다. 사진은 짐을 들고 떠나는 사신들의 모습과 고개를 넘어가기 전 가족들과 손을 흔들며 이별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에요.


 




다음으로는 '술바위'에 얽힌 전설이 소개됐어요. 옛날에 문학산 근처에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그의 효자 아들이 살았는데 집이 가난해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술을 많이 사다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학산을 지나던 아들은 '술이 나오는 바위가 있는데 그 술은 딱 세잔만 마셔야 한다.'는 도깨비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 바위에서 술을 받아 아버지께 드리죠.


그런데 '왜 꼭 세 잔만 마셔야 하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들은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하고 아버지는 도깨비들의 말을 믿냐며 아들의 안내로 술바위로 가 여러 잔의 술을 마셔요. 그리고 세 잔 이상의 술을 마신 아버지 때문에 바위에서는 더 이상 술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전설입니다. 이 술바위는 어느 파계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술 맛이 너무 좋아 한 번에 몇 잔을 마신 뒤로 술이 말라 없어졌다고 해 '중바위'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마당극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과의 자유로운 소통에 있지 않나 싶어요. 공연 중간에 관객들의 옆 자리에 앉아 대화하고 때로는 관객을 공연으로 끌어 들여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이날 공연에서도 배우가 마당극을 보러 온 아이의 옆에 앉아 이야기하고 아이를 공연 속으로 데려가는 등 자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안관 할아버지'에 얽힌 전설입니다. 옛날 문학산 봉수대 밑에는 '안관당'이라는 사당이 있었는데 이 사당에는 나무로 깎아 새긴 할아버지 목조상을 모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할아버지 상은 위엄이 있고 눈을 부라리는 모습에서 용맹한 기상이 넘쳐 흘러 문학산을 찾은 사람들이 이 할아버지를 문학산의 산신이라 믿고 매년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풍년을 빌기도 하고 태기가 없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면서.


그런데 사모지 고개 근처에 살던 최씨 집안 첫째 며느리는 안관 할아버지의 험상궂은 모습을 흉보며 제사와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비웃곤 했답니다. 나중에 이 며느리가 태기가 있어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아들이 바보천치처럼 생긴데다 사람들을 보면 안관 할아버지처럼 눈을 부라리고 사람들을 쥐어박을 듯이 주먹을 쥐고 '씩- 씩-'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맨 위쪽 사진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최씨 부인이 사람들에게 패악을 부리는 장면, 두 번째 사진은 그런 최씨 부인의 패악에 대해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터에서 이야기 하는 장면, 마지막 사진은 최씨 부인의 아들이 '씩- 씩-' 거리며 돌아다니는 장면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인천의 전설에서 빠지지 않는 비류와 온조의 이야기입니다. 고구려왕 주몽이 죽기 전 부인인 소서노의 아들인 비류와 온조가 아닌, 옛날 백제의 대소왕자에게 핍박 받아 도망 나올 때 두고 나온 정실부인이 낳은 유리 왕자를 후계로 삼기로 해 비류와 온조는 다른 곳으로 가 나라를 세우기로 합니다.


형인 비류는 바다가 넘실대고 소금이 많은 미추홀(지금의 인천)에, 동생인 온조는 하남 위례성에 터를 잡고 나라를 세웁니다. 그런데 짠 바닷물이 배인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자 백성들은 못 살겠다 아우성쳤고 절망한 비류가 문학산에서 땅을 파자 물이 나와 '비류정'이 됐다고 합니다. 6.25 전쟁을 거쳐 지금은 사라진 비류정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마당극은 마무리도 관객과 함께 합니다. 공연을 마친 배우들과 관객으로 왔던 아이들이 손을 잡고 무대를 돌며 인사를 마는 것으로 유쾌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 내용에 대한 간단한 퀴즈가 진행됐어요. 아이들과 함께 오다보면 아무래도 교육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가 없는데 이번 '문학산의 전설'은 문학산에 얽힌 설화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퀴즈를 통해 이를 되새기게 해 재미와 배움을 더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코스가 남았어요!

'문학산의 전설' 공연을 본 후에는 문화해설사 분들의 안내를 받아 지금까지 공연을 통해 본 문화유산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학산둘레길 탐방'이 진행됩니다. 문화해설사 분들이 연령 등을 고려해 코스를 유동적으로 정해주셔서 부담 없이 둘레길을 탐방할 수 있어요. 문화유산도 보고 가을산의 정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학산둘레길 탐방까지 함께 즐기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을 나들이가 될 것 같지 않나요?


'문학산의 전설' 공연은 오는 22일에도 진행된다고 하니, 꼭 한 번 방문해서 지역 문화유산에 얽힌 전설도 알고 재미도 느끼는 일석이조의 공연을 맛보셨으면 합니다. 단! 둘레길 탐방을 하실 분들은 편한 신발과 복장으로 공연장 방문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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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당극 '문학산의 전설' 공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