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농부를 꿈꾸는 도시인들이 영종도에 위치한 배 밭으로 하나 둘 모인다.
“오늘은 가지치기를 배워볼께요. 가지를 치되 가지를 부러뜨리진 말아주세요.” ‘흥이 나는 농장’의 서영숙, 이재학부부는 농사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농사의 최고기술을 요하는 배농사 짓는 법을 열심히 설명한다.
하늘신도시와 공항신도시 사이에 위치한 배농장은 배밭을 이웃 주민에게 개방했다.
한가구당 세 그루의 배나무를 분양하여 주말이면 도시인들은 배농장의 주인이 된다. 영종금산분교의 고즈넉한 운동장은 농사 지러온 가족의 놀이터가 된다. 농장 주변의 측백나무 숲을 걷다보면 한 주간 상처받았던 몸과 마음이 힐링된다.
올망졸망 수없이 달린 배열매 중 일정 공간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쳐야 튼실한 열매가 열리는데 오늘은 튼실한 열매를 솎는 ‘가지치기’가 있는 날이다.
대부분 하늘신도시와 공항신도시에 사는 도시인들이라 서툴고 떨리는 손으로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손에 생사(生死) 운명을 달리할 가지를 섣불리 선택하지 못한다.
“모두다 이렇게 예쁜 열매를 달고 있는데 어떤 것을 잘라내요?”
김행이씨는 울상을 지으며 질문한다.
긴팔 옷에 큰 챙모자, 전지가위를 든 모양새가 영락없는 농부지만 이들은 교수, 초등학교 선생님, 기관사, 회사원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엄마아빠가 어떤 가지를 살릴지 고민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과 대화를 시작한다.
“엄마, 나무 목마르대요.” 엄마아빠를 따라온 나윤서양은 나무에게 물을 주면서 연실 “아직도 목말라? 기다려. 언니가 더 줄께.”라며 나무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박예랑 어린이는 “여기오면 벌레도 잡고 배도 따서 정말 좋아요. 자연한테 배울수도 있고 우리는 자연에게 꿈도 주어요.”라며 시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말한다. 소녀의 작은 손에는 달팽이가 꼬물락거린다. 자연은 어린 꿈나무를 시인으로 성장시킨다.
건강이 좋지 않아 영종도에 들어왔다는 노교수는 부인의 부축을 받고 배나무밭에 와서 쉬었다가면 혼자 거뜬히 걸어서 귀가한단다. 주변 측백나무 숲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 아팠던 병도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우와~ 지렁이다!” 불과 한 달 전에 호들갑을 떨며 기겁하던 김주아씨는 뱀만큼 두꺼운 지렁이가 있는 살아있는 땅에서 농사를 지어 유기농 농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 있어 행복하단다. 김주아씨도 이곳에 들어오기 전 ‘뇌종양’수술을 받는 등 투병생활을 해왔다.
농장에서는 성장촉진제나 제초제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방충작업만 한다. 또한 분양받은 배나무 아래 땅은 텃밭으로 분양되어 상추, 고추, 가지등이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할머니, 엄마, 딸 삼대가 배나무를 돌보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자, 식사합시다.” 누군가의 외침에 배나무밭에 소박한 밥상이 차려진다. 금방 딴 상추와 치커리에 쌈장을 얹어 이웃에게 권한다. 쌈을 받아 먹은 이웃은 입이 터질지경이지만 더 크게 상추쌈을 싸 이웃에게 다시 권하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까르르 웃다보니 모두가 내 가족이 된 기분이다.
“배나무를 주변 이웃에게 분양해야겠다는 생각을 그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사방농법에서 터널식 Y자 신기술로 바꿨죠. 그래야 낮은 가지에서 쉽게 과실을 딸 수 있거든요. 현재 이곳의 배나무는 청년기에 해당하는 17년에서 20년 된 나무들입니다. 가을에 아마도 튼실한 유기농 배를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수 십 년간 지켜온 자신의 밭을 도시인들에게 내준 농장주의 배포가 존경스럽다.
서영숙, 이재학 부부
서영숙대표는 몇 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서 돈도 땅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단다. “건강을 잃고나서 건강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내가 가진 땅을 내주고 모든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부자 아니겠어요?”
그녀의 꿈은 영종도에 ‘발효체험관’을 만들어 공동체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음식과 발효음식을 알리고 싶단다.
회원들은 다음 주에 모여 삼겹살 파티를 열 예정이란다. 서로 힘들고 도울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해 돕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게 과수원댁의 마음입니다. 내 것보다는 옆집 것을 챙겨주는 진정한 농민의 마음이지요.” 서영숙, 이재학 부부의 열린마음이 새로운 땅 영종도에 정착하는 신도시 사람들에게 ‘살맛나는 세상’을 선물하고 있었다.
현재 회원은 모두 35명이며 세그루씩 자신의 가족의 이름을 걸고 배나무를 키워 가을에 수확하게 된다. 한편 ‘흥이 나는 농장’에 가입하고자 하는 대기자는 수 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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