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에만 드러나는 바다 위의 길.
흔히 성경의 일화에 빗대어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 운다. 국내에서는 소매물도, 무창포, 제부도 등이 유명하다. 전남의 진도군은 세계 최장 길이와 최고의 폭을 자랑하는 국가지정 명승 제9호인 신비의 바닷길을 품고 있어, 지난 4월과 5월에 총 51만 명이 넘는 국내외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그 정도의 진풍경은 아니지만 ‘작은 모세의 기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인천시 옹진군에도 있다. 인천의 끝, 경기도와의 경계에 있는 섬 선재도가 그 곳이다. 선재도는 2000년, 선재대교가 개통 이후, 대부도(경기도 안산시)와 영흥도(인천시 옹진군)를 잇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세 개의 섬은 모두 육지와 연결된 다리로 인해 배를 타지 않고도 편하게 갈 수 있는데다 시화 방조제에서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를 지나 십리포 해수욕장 까지 갈 수 있어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시화 방조제에는 폭 4.5m쯤 되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 요즘 자전거족에게도 인기가 늘었다.
선재도는 목섬과 측도, 두 개의 작은 섬을 끼고 있다. 그 중 목섬은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지나면 왼편에 바로 보이는 섬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라, 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 그저 동그랗게 홀로 떠 있을 뿐이지만 매일 2번씩 바닷길을 열고 닫는다.
물때를 기다리는 이들이 백사장에서 저마다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른 더위에 인파가 몰린다는 뉴스를 듣고 일부러 해수욕장을 피해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들어왔다 빠지는 물살을 따라 백사장과 목섬의 가운데 쯤, 허연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바닷길을 뛰어가고 부모는 카메라를 들고 그 뒤를 쫓는다. 연인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건넌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 까, 천천히 드러나던 길이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고운 모래와 조약돌, 조개껍질로 이루어져 있어 더 운치가 있는 길이 넓지 않아 더 정감이 간다. 걸음마다 전해지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마음까지 적신다. 생각보다 맑고 차가운 바닷물에 더위는 어느 새 싹 잊혀졌다.
마산이 고향인 서한나 씨는 서울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바람을 쐬러 왔다.
“바닷길 열리는 걸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라 너무 설레요.”라는 말과 함께 “요즘 힘든 일이 정말 많았는데, 여기 오니 모든 것이 다 괜찮다.”며 바지를 걷었다. 이번 여행은 완벽한 힐링여행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고.
서울 석계동에서 온 7살 이수현 어린이는 소라게를 한 마리 잡아 벌써 집까지 만들어 줬다. 가족들은 “근처에 있는 펜션 예약을 해서 가까운 해변에 나와 봤는데 이런 곳 인줄은 몰랐다.”며 연신 환한 얼굴로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중이다.
목섬은 바위와 숲으로 이루어져 가볍게 둘러보기 딱이다. 해변의 굴곡이 아름답고 물이 맑아 선녀들이 내려와 멱을 감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자연경관의 우수함과 주변 해양생물의 다양함을 인정받아 특정도서 ‘제 15항도’로 지정됐다.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섬 안에서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흙, 돌, 광물의 채취나 지하수 개발, 도로의 신설도 당연히 불가 하다.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 하고 있다. 특정도서임을 알리는 비석 외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곤, 다녀간 사람들이 쌓아두고 간 돌탑뿐.
멀리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세월이 켜켜히 쌓인 기암괴석과 바람을 견뎌낸 소나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섬 뒤로 돌아가니 탁 트인 바다에 수평선을 따라 짙게 깔린 안개가 보인다. 맑은 날엔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눈에 들어올 터이다. 왼편으로는 대부도 해솔길이 있는 구봉도와 고깔섬이 고요하게 떠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길, 주변이 온통 뻘로 변했다. 새카맣게 빛나는 갯벌사이로 난 모랫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선재도의 갯벌은 바지락이 풍부하기로 유명한데 허락 없이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촌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선재도 옆의 또 다른 섬, 측도 주변 갯벌 체험장에서 바지락을 캐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올해는 4월 27일 개장해 주말이면 하루에 500여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구와 달의 인력으로 바닷물이 빠지고 들고, 퇴적물이 쌓여 주변 보다 높아진 해저 지형이 되어 때가 되면 드러나는 현상.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비밀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 길을 눈 앞에서 보고 걷는다면, 분명 고단한 일상에 ‘기적’같은 휴식과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물때 시간 확인 및 문의>
위치: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108-50?
예약 및 문의:032-887-3110 (선재 어촌계)
참고: 선재어촌 체험 마을 http://sunjaefarm.com
주란 청년기자 rri0217@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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