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깝고 바다와 더 가까워 찾는 곳 인천 중구청 언덕길. 이곳에 가면 뜨거운 해풍이 마치 이국의 바람을 실어 나르기라도 하는 듯, 이색 문화들이 서로 얽혀 마음까지 들뜨게 된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캘리포니아 가정식 음식 카페를 여는 여인의 집도 또한 그렇게 이국적일까. 건포도 빵 냄새 솔솔 풍기는 중구청 앞이 맛있다.
내가 미국 남자와 사는 이유는
인천 중구청 언덕. 대불호텔 자리 맞은편에 자리한 작은 카페 ‘포그시티’.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식 가정식 요리들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통밀 피자와 빵, 와인으로 재운 스테이크, 파스타 요리 등은 투박해 보여도 구수하게 식욕을 당기기에 충분하다.
많고 많은 음식점과 카페들. 그 사이 이곳처럼 이야기 거리를 간직한 집들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그 음식 맛까지도 더 특별할 것만 같다. 그 궁금증을 풀어내는 첫 번째 실마리. 미국 남편을 얻은 김현순(51) 포그카페 안주인이다.
“친구 남편이 저와 잘 어울리는 미국 신랑감이 있다는 거예요. 병원에서 근무하며 한창 코가 높던 저에게 코쟁이와 결혼이란 건 가당치도 않았죠. 근데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왠지 진실함이 와 닿더라고요.”
88년 3월 국제결혼을 하고 지금의 카페를 함께 하는 그의 남편 로버트 와이머(57). 인천 사람들에게 닉네임 밥 아저씨로 통하는 그와의 한국생활은 이곳 중구청 앞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곳 인천 이 언덕이었을까?
“76년 부평미군기지에 남편이 13개월간 근무한 적이 있어요. 당시 길 아래 중부경찰서 자리가 있던 곳에 미군군수창고가 있었대요. 그래서 중구 이 언덕을 오갔나 봐요. 다니다보니, 인천이 고향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닮았대요. 다시 한국에 온 남편은 두말 않고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고향 같은 이곳을 택하게 되었어요.”
<로버트 와이머씨>
한국 가정식 백반처럼 차린 미국 음식들
친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제결혼을 선택한 현순씨는 미국에서 한 동안 살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떨어진 시골에서 보고 배운 한국의 가정식 백반 같은 미국 토속 음식들. 둘의 공통점이 건강식이고 소화도 잘 된다면, 차이점은 음식 재료이다.
그는 “카페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가정식 음식메뉴를 내놓기 위해 재료를 엄선해요. 특히 남편이 좋아하는 빵 재료도 서울 양재동에서 구해 쓰다가, 이제는 수인상가 쌀집에서 통밀을 갖다 쓰죠”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와인전문점을 내기 위해 미국에서 4년 간 약1,842개 와인공장을 다니며 1만 종류의 와인과 만나며 소믈리에 수업을 닦았다. 하지만 와인점에 실패하면서 더 한국에 어울리는 업종을 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포그시티카페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소도시의 농촌마을 음식 맛을 고수하는 포그시티카페. 이를 위해 현순 씨는 미국 레시피를 사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 양념보다 재료중심, 먹은 후 편안한 집 음식 효과. 이게 그의 요리 노하우다.
빵 굽는 남편의 축복이 그녀의 행복
‘기도는 하늘에서 축복을 받고, 노동은 땅에서 축복을 파낸다. 기도는 하늘의 차, 노동은 땅의 차, 이 둘은 당신의 집에 행복을 실어다 준다.’
몽테뉴의 싯귀를 삶으로 받아낸 현순씨와 밥 아저씨 부부. 그녀는 남편이 빵을 구우며 열중할 때 가장 행복하다. 빵이 카페 메뉴 중 하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포도 발효효소를 사용한 밥 아저씨 빵>
“밥 아저씨 빵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남편자랑 하나 할까요. 얼마 전 밥이 ‘2013 제7회 캘리포니아레아즐 베이커리 신제품 개발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그의 빵을 먹어본 국내 전문 빵 셰이퍼와 건포도 수입회사에서까지도 놀라 찾아올 정도가 되었죠.”
밥 아저씨 빵이 수상 외에도 멀리에서 찾아오는 이유는 이 또한 미국 가정식 빵이기 때문이다. 버터와 우유, 이스트 대신 통밀과 견과류, 호두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특히 남편은 건포도 등 마른 과실에서 발효물질 효소를 개발해 빵을 만든다.
<두 아들과 함께 한 김현순 씨>
도원역 근처 빵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몰두하는 밥. 블르베리스콘, 브런머핀, 건포도호두오트밀쿠키, 막걸리브레드 등은 그의 작품이자, 빵도 밥처럼 친근하게 먹을 수 있는 주식임을 알리는 시간들이었다.
이스트 대신 과일에서 효소를 추출해 만든 밥 아저씨 빵을 만드는 남편, 미국 가정식 백반을 요리하는 부인 현순씨. 또 그 인연으로 태어난 아들 로버트와 데니엘은 샌프란시스코와 인천이 서로 닮은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문의:032-766-9024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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