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파~솔~.
어수선한 부평역 안에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일까 싶어 둘러보니 인천지하철과 국철의 환승 통로 부근이다. 그런데, 피아노는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환승통로의 52계단 중 17계단에 피아노 건반이 그려져 있다. 계단에 발을 디딜 때 마다 환한 조명과 함께 도~레~미~ 건반 음이 차례대로 소리가 난다.
바쁜 지하철 환승역....피아노 건반 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고르기를 하게 된다. 경쾌한 멜로디가 분주한 마음에 여유로움을 맛보게 해준다.
지난 8월 27일부터 첫 연주를 시작한 피아노 계단은 연인들, 여학생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부평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부현, 임지원, 홍세형 학생(15)은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많아도 전에는 에스컬레이터 줄 서서 탔는데 지금은 계단으로 다니고 있어요.", "재밌잖아요. 다른데도 이런 계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소리가 나면 좋은데 아쉬워요. 살도 빠지고 건강수명도 늘어난다니까 더 좋은것 같아요." 라며 앞 다투어 건강 계단 이용 소감을 전했다.
피아노 계단은 인천교통공사와 가톨릭 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뜻을 모아 '건강 동행'이라는 테마로 설치했는데 지하철기관 최초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양 기관은 최근 역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지자 건강계단을 기획하게 됐다.
피아노 소리가 나는 흥미로운 계단을 설치해 이용객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에스컬레이터의 혼잡을 막고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또한 이용객의 건강에도 좋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피아노 계단을 지나면 나무숲과 파란 하늘이 그려진 계단을 오르면서 층층이 열량 소모량과 건강수명 증가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0.15kcal가 소모되고 건강수명은 4초가 연장 된다. 막연하게 살이 빠지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는 것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기록해두어 더 신뢰가 간다.
계단의 오른쪽 벽에 부착된 건강을 위한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하루에 2L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 식사는 최대한 천천히 해서 포만감을 높여야 한다는 것 등의 비만 예방법과 걷기의 효과와 걷기의 장점이 간결하게 기재돼 있다.
출퇴근 시 매일 부평역 환승 통로를 이용하는 윤명철 씨는 피아노 계단이 생긴 후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고 한다. “피아노 소리가 신선하기도 했지만 칼로리 소모와 건강수명 연장에 대한 글귀가 인상 깊어 다른 역에서도 이제 계단으로만 다닌다. 운동할 시간도 없는데 이렇게라도 운동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단을 오른다.
인천교통공사의 오홍식 사장은 "힘든 이동경로라고 느껴졌던 계단을 건강 테마로 변화시켜 재미뿐 아니라 걷기, 비만예방 등 쉽게 잊을 수 있는 건강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 대중교통이용고객과의 건강동행을 위해 건강계단 확대 설치는 물론 다양한 건강 테마발굴로 고객만족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엄마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 연주에 집중하는 김인우 어린이는 올해 4살이다.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웃는 인우의 얼굴이 하도 즐거워 보여 엄마에게 원래 계단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평소에는 땅에 발도 잘 안 디딘다. 지난번에 우연히 지나가다 한번 밟아봤는데, 그걸 기억하고 가자고 조르더라. 아라뱃 길에 있는 바다 피아노도 좋아한다." 그러고도 인우의 피아노 연주는 한참을 신나게 이어져 행인들을 흐뭇하게 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뛰다시피 할 만큼 바쁘게 하루를 보내느라 정신없는 현대인들에게 피아노 계단의 연주는 건강과 더불어 잔잔한 여유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한다.
주란 청년기자 rri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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