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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무거운’ 삶 이기는 ‘가벼운’ 웃음. 영화감독 육상효

 

 

‘무거운’ 삶 이기는 ‘가벼운’ 웃음.
영화감독 육상효

 

“코미디는 약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입니다. 약한 사람이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웃음으로 위로 받는 거죠.”
육상효 감독은 전작 <방가? 방가!>를 통해 차별 받는 외국인노동자들과 학력, 외모 등 소위 ‘스펙’ 없이는 취업하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근 영화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에서는 짝사랑하는 여대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혁명투사가 된 중국집 배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육상효, 그는 사람들을 웃기는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요절복통 코미디 안에는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삶과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면 혼을 쏙 뺏길 정도로 정신없이 웃다가도 어느 새 눈가가 촉촉이 젖어든다.

그의 영화와 기존 코미디의 차이점은 사회적인 배경에 있다. ‘강철대오’는 1985년 미문화원 점거농성이라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내용이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82학번인 그는 당시 대학 4학년생으로 사회에 순응하며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렵 신문을 통해 본 민주화투쟁 현장 속 학생은 순수하고 열적이었다. 그 모습이 가슴 깊이 각인되어 오늘 ‘강철대오’라는 영화를 탄생시켰다.

 

“요즘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학이 순수했던 적도 있었다, 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의 코미디가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파고들수록 재미가 떨어지고, 재미있는 상황이 이어지면 메시지가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8억이라는 저예산으로 100만 관객을 이끈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 <방가? 방가!>를 제외하고, 그의 영화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육 감독의 뜻에는 흔들림이 없다.

 

“강자가 아닌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봅니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 코미디가 의미 있는 것이고요. 영화를 통해 세상의 약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취업의 고배를 마시고 부탄 사람으로 위장 취업한 청년, 계급(?)을 넘어 여대생을 짝사랑하는 중국집 배달원. 육상효 감독 영화의 중심에는 늘 ‘평균 이하’의 남자가 있다. 하지만 따뜻하고 지적인 유머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싶다, 는 그는 ‘평균 그 이상’의 사람이었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 <장미빛 인생>(1994)의 시나리오를 써 충무로에 입문했다. 이후 <금홍아 금홍아>(1995), <축제>(1996) 등을 각색하고, <아이언팜>(2002)으로 데뷔, <달마야, 서울가자>(2004),  <방가? 방가>(2010) 등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현재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강철창작단’을 이끌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기도 하다. 송도국제도시를 배경으로 한 SF코미디를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다.

 

글. 정경숙_굿모닝인천 편집위원   사진. 김보섭_자유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