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 안의 맑은 것을 이끌다 아벨서점 시 낭송회 사회자 신은주씨
39년 동안 배다리를 지키며 이젠 헌책방 거리의 대명사가 된 아벨서점...그 아벨서점에서는 한달에 한번 시낭송회가 열린다. 아벨서점 곽현숙씨가 서점 2층에 다락방을 직접 꾸미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하면서 시작된 시낭송회가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느덧 60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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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긴 시간동안 곽현숙씨와 함께 배다리 시낭송회를 이끌어 나간 사람이 있다. 바로 현직 인천인일여고 국어교사로 4년째 배다리시낭송회에 사회를 맡고 있는 신은주씨다. 신은주씨가 사회를 보는 날이면, 오래된 헌책방에 여고생들이 찾아온다. ‘시를 보고 문제를 안 풀어서 좋아요. 시가 어렵게 다가오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여고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학교마다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독후감쓰기와 같은 숙제를 내준다. 그러나 이곳 배다리 시낭송회는 현직국어선생님이 사회를 보며, 아이들에게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스스로 문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남’을 이끌어 나갈 뿐이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이러한 특별한 ‘만남’이 있는 곳이다. 새로운 시를 만나고, 새로운 시인을 만나고 시인은 독자를 만나는 특별한 만남이 이어지는 배다리 시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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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를 맞은 배다리 시낭송회의 초대시인으로는 <검은 강물 서늘한 바람> 시집을 낸, 김철성 시인이 참석했다. 김철성 시인은 배다리 시낭송회가 시작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줬었다.“저는 책 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김철성 시인이 오셔서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가 사는 지역을 생각해라. 너 안에 맑은 것을 이끌어 내어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배다리 시낭송회를 시작한 곽현숙씨의 말이다. 배다리시낭송회의 의미는 이 안에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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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끝나고, 사람 안에 맑은 시를 이끌어 내는 사회자 신은주씨와 배다리 시낭송회의 숨은 이야기와 인천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문학이 좋아서 선생님의 길을 택했다는 신은주 씨. 그런 그녀에게 아벨서점의 시낭송회는 커피향이 좋은 커피가게와 다름없었다. 한두 해 손님 입장에서 시낭송회에 참여했던 신은주 씨. 그때만 해도 고정 사회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기로 한 사회자분이 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시낭송회에 차질이 생기자, 신은주 씨가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지역에서 열리는 배다리시낭송회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마이크를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날을 시작으로 신은주 씨는 주인 없는 마이크의 주인이 되어 4년째 사회를 맡게 되었다.
신은주 씨는 사회자로서의 경험으로, 교과서 너머에 있는 다양한 문학과 삶을 아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했다. 단지,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도 아이들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다녀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왔다. 아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시낭송을 하고, 시와 시인을 동시에 만나는 과정을 통해, 문화공간이 주는 따뜻한 매력을 먼저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신은주 씨의 눈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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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씨에게 배다리 시낭송회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신은주 씨는 모든 시인들이 다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8월에 오신 하연수 시인이 인상에 남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하연수 시인이 강원도 영월에 땅을 부동산 중계업자의 말만 믿고, 시중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하연수 시인은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러나 그러한 사실보다 시인은 그곳에서 좋은 시를 쓴 사실에 더 가치를 두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그 가격에 판 부동한 중계업자가 불쌍하게 여기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신은주 씨가 웃어보였다. “그때 시인은 정말 시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돈을 손해를 주고 산 땅에서 불평과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행복하게 즐겁게 시를 쓴 그 사실을 더 중히 여기는 마음이 너무나 맑아보였거든요.” 신은주 씨에게 인천 또한 시인이 산 땅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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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씨는 1994년 인천에 와서, 지금까지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동안 인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너희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인천사람들이 서울사람들한테 치여서 인천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보다도 단점을 많이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한테는 인천에서 누릴 수 있는 자원들이 보이거든요. 변하지 않은 곳도 많이 있으니깐, 더 옛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는다면 좋은 점이 많은 곳이 인천”이라고 말하는 신은주 씨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나쁜 것보다도, 그 안에 맑은 기운과 가치를 찾아내는 시와 함께 살아가는 신은주 씨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어보았다. 신은주 씨는 앞으로 정년까지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 이후로는 즐겁게 노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년이 되어도 시 낭송회의 사회를 계속 맡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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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씨와의 즐거운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이야기 도중 연신 웃음 짓던 아이들에게 한마디 물어보고 싶어졌다. 배다리 시낭송회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묻자, 유지현 양(인일여고2학년)은 “새로운 시를 만나서 좋아요. 자주 보는 시인의 시가 아니잖아요”. 환희 양(인일여고2학년)은 “시를 읽고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그래서 시가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맑아보였다.
< 배다리 시낭송회 > 일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낮 2시 장소: 아벨서점 인천 동구 금곡동 13-1 / 연락처: 032-766-9523
강나영 청년기자 quoifk@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