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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부평중학교 럭비부와 함께한 1.5일

 

인천에 럭비부가 있다구요?
부평중학교 럭비부와 함께한 1.5일


2011년 전국 춘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인천기계공고.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활약 중인 정연식(체육교육과 12학번)선수를 비롯해 우수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던 당시와 비교하면 2013년은 위기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인천기계공고는 2013년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이 없어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고, 부평중학교는 12명의 3학년 선수가 졸업하자 얼마 전까지 2명의 선수만 남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신입생을 확보해 경기운영이 가능한 12명의 인원은 만들었지만, 당장 3월9일 있을 소년체전 선발전을 앞두고 노련한 경기운영을 하기에는 부족한 전력이다.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달려왔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초등학생 럭비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감독님들은 다른 종목에서 선수를 데려오거나 체육시간에 운동신경이 돋보이는 친구들을 즉흥적으로 스카우트해 지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카우트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학력수준만을 중시하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분위기에 명석한 친구들은 럭비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럭비라는 종목 자체의 장점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귀족스포츠로 시작했고, 국가적인 우대를 받으며 자라온 종목이지만 국내 학교스포츠 현실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훈련해 나가는 인천럭비선수들의 만나봤다.

 

 

 


All for one, one for all
럭비는 미식축구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긴 패스를 통해 터치다운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과, 거대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킥과 돌진을 통해 상대방 진영을 돌파해야만 한다. 때문에 선수 간 밀접한 연계를 통해 패스를 주고받아야 하고, 내 몸을 희생해서라도 득점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문회가 끈끈하게 이어지고, 선배들의 조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는 이런 럭비의 특징이 한 몫을 한다.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라고 할지라도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는 몸을 부대끼며 경쟁하지만, 시합이 끝난 후에는 다시 동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동료애’가 있기 때문이다.


부평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훈련을 맡고 있는 노철기 코치님은 “럭비는 격렬한 운동이고, 부상의 위험을 수반합니다. 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죠.” 라고 말하면서도, “남자대 남자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고, 팀의 단결을 중시하는 문화는 정말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럭비의 매력을 설명했다.

 

 

 


럭비에서는 무조건 공을 들고 달려야 한다. 나를 막으러 몸을 날리는 상대방이 보여도 더 세게 몸을 날리거나 순발력으로 피할 뿐 멈출 수는 없다. 턱밑으로 날아오는 커다란 어깨들은 숨이 턱턱 막히지만 참아내야 한다. 나 혼다 돌진한다 해도 결국은 막히기 마련, 동료들에게 공을 넘기고 누군가는 다시 이어서 돌진한다. 과감한 희생을 득점라인 까지 이어가려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럭비를 ‘All for one, one for All’, ‘희생 인내 협동의 스포츠’라고 부른다.


컴퓨터 앞에서 클릭만으로 활을 쏘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요즘 청소년들. 말만 앞서고 행동하지 못하는 이들을 ‘RPG세대’라고 부른다. 'Roll Playing Game'의 약자로 해석하기도 하고 'Rocket Punch Generation'로 이해하기도 한다. 어쨌든 관찰자 시점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손가락만으로 만사가 해결되리라 보는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자신의 몸을 던져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야 하는 럭비선수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청소년시기 학습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더불어 협동과 인내 희생을 배울 수 있는 럭비를 경험한다면 어떨까? 학력평가 우수학교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천의 학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부평중과 자매결연 한 제주국제학교에서는 이미 럭비를 필수종목으로 배우고 있다.


또한, 럭비명문으로 자리 잡은 서울 사대부중 · 고등학교, 양정 중 · 고등학교 모두 럭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인성 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천에서 럭비선수는 거칠고, 난폭하고, 쓸데없는 종목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인천럭비 파이팅!”

 

 

 

 

3월 9일, 인천기계공고에서 소년체전 대표선발전이 시작된다. 연수중학교와 부평중학교가 3번의 시합을 통해 대표를 선발하는 첫 시합이다. 럭비를 직접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기관람이 가능하다.


김상호 청년기자 reportek35@gmail.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