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월미도 문화의 거리 배경으로 찍다
거리의 사진사 한양섭 씨
카메라는 이제 생활용품이 됐다. 고가의 몸값으로 재산목록으로 분류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찍히는’ 것도 특별한 일이었다. 카메라 값이 낮아지고 휴대폰의 기능으로 셀카 찍기가 쉬워지면서 거리의 사진사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는 지금도 한 장의 사진에 추억을 담아주는 거리의 사진사가 있다. 친절한 한양섭 사진사는 여전히 바쁘게 셔터를 누른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행락객들로 사시사철 분주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문화의 거리와 월미도 앞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거기에는 진하고 굵게 ‘사진’이란 단어와 ‘1,000원’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단 돈 1,000원. 음료수 한 병 값이다. 천원으로 행복한 순간과 추억을 담는다니 사람들의 발길이 잠시 멈춰 선다.
“네... 좋습니다. 여기를 보세요. 됐어요. 어떠세요” 13년째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그는 친절한 한양섭(53세, 주안동) 사진사다.
디지털 카메라의 모니터 창을 보여주며 순간의 표정과 포즈를 취해 준 ‘모델’에게 그것을 확인시킨다. 메모리칩을 현상기에 넣으니 사진이 출력된다. 사진과 1,000원이 교환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신 미소를 잃지 않으며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고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인사를 나누기가 바쁘게 조금은 불편한 그의 걸음걸이가 사람들의 수만큼 분주해진다. 다정한 연인과 어르신, 연륜 있는 부부가 포즈를 취하는 사이를 누비며 그의 출력기도 열기를 뿜는다. 그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주말이면 더욱 바빠지는 그의 걸음과 셔터다.
그는 어눌한 말투와 자유롭지 못한 오른손을 가졌다. 그의 카메라는 왼손으로 작동되면서 고객들을 만족시킨다. 23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편마비로 장애1급이 됐다. 인천에 둥지를 튼 지는 27년. 월미도 인근에 거처를 두고 있었던 이유로 이곳은 그에게 친숙한 공간이었으며 가장 힘들 때 선택한 공간이다.
“오른손을 쓰지 못해서 처음에는 도장 파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그림도 좀 그리고...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이 거리에 10여명의 사진사가 있었어요. 거의 다 사라지고 3명 남았어요. 제가 가장 오래 됐어요. 벌써 13년 째 사진을 찍어요.”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이으며 몇 번이고 말이 끊긴다. 그럴 때면 “아이고... 말이... 안돼...요...답답해...요,”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몸이 불편하다고 집에서 쉬면 더 안 좋아요. 이렇게 매일 나와서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하고 일하니 더 건강해지고 기분도 좋아요.”
“한 장 찍읍시다.” 다시 그가 바빠진다. 지팡이를 내려놓고 포즈를 취하는 할아버지가 자세를 잡는다. 그는 어르신의 위치를 다시 잡으며 가장 좋은 포토존과 포즈를 안내한다. 작약도와 영종도를 좌우로 배치하고 손은 가지런히 고개는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이게 조언 한다.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위치와 포즈다.
문준한 (52세, 주안 거주)씨는 출력되어 나온 사진을 본다. “어느새 이렇게 늙었어. 할아버지가 있네.” “가끔 오죠. 우리같이 나이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못 찍으니 이렇게 찍어서 앨범에 딱~ 꽂아 두고 보죠.”라며 웃는다.
최웅규(69세, 숭의동 거주)씨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한양섭씨가 짬이 나길 기다린다. “커피 한잔 사주고 가려고 왔죠. 몇 년 째 이곳으로 운동 다니다가 알고 지내면서 친분이 쌓였는데 사람이 너무 착해요. 그냥 사진도 막 찍어주고 그러지. 내가 몸이 안 좋아 수술을 받느라 한 동안 이 사람을 못 봤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안부도 묻고 차 한잔하려고요. 이 사람은 이곳에 와야 만나는 사람이에요.”라며 그의 움직임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힘든 일은 별로 없어요. 말이 어눌하고 손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답답할 뿐이에요. 매일 오전 11시면 나와서 밤 10시까지 이곳에 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니 더 바빠질 거예요. 이곳에서 앞으로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야죠.”
그의 미소가 밝다. 계속해서 그의 카메라는 월미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또 다른 이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세상으로 나온다. “예.. 예... 고맙습니다.”
김민영 객원기자가 gem0701@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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