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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축제·공연·행사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인천청소년가요제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인천청소년가요제 본선진출 19팀 확정


‘대한고등학교 홍길동 명문대 합격!’

‘민국고등학교 13회 졸업생 이순신 사법고시 합격!’


해마다 때가 되면 학교 정문과 아파트 입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수막이다.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내는 이유는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신기한 현수막이 나타나 네티즌을 즐겁게 한 일이 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바로 ‘부천이 낳은 스타 이하이’. 이하이양이 TV 프로그램 ‘K-POP스타’를 통해 가수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후, 지역의 응원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와 동시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인천에서는 어떨까? 크고 작은 밴드도 여럿 생겨났고, 댄스동아리와 보컬동아리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토요일, 제22회 인천청소년가요제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발휘한 인천의 청춘들을 만나봤다.


“1등이요? 글쎄요. 그냥 맘껏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벌써 22회를 자랑하는 인천청소년가요제. 

본선무대는 대학가요제만큼이나 화려하게 꾸미기로 유명해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연거푸 도전하는 참가자도 여럿이다. 올해는 어떤 참가자들이 있을까? 대기실을 찾아가봤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두리번거려도 피하지 않는 팀은 대략 2팀.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 노란색 티셔츠를 맞춰온 퍼드림(for dream)



인천 조동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퍼드림은 말 그대로 음악을 퍼준다는 뜻이다. 원래 꿈을 위한다는 'for dream'이었지만, 장난스럽게 발음한 의미가 마음에 들었단다. 교장 선생님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는 퍼드림은 같은 학교에서 활동하는 교사밴드의 도움으로 생겨났다. 

그룹의 리더인 김준현군(조동초, 6학년)은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외부가요제지만 저희 자신 있으니까 한번 보세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준비한 노래는 소녀시대. 물론 원곡이 아닌 마야가 밴드 버전으로 편곡한 노래다.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보컬의 미성을 자랑하는 멤버들의 칭찬을 들어보니 제법 단합력이 좋아 보였다. ‘음, 기대해볼만 한데?’ 다음으로 카메라를 겁내지 않는 팀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그룹이었다.



▲북인천 정보산업고등학교의 BIPOLAR. 밝은 에너지가 돋보였다.


북인천정보산업고등학교 노래연기과 2학년으로 구성된 BIPOLAR의 그룹이름은 조울증이라는 영어단어다. ‘밴드이름이 조울증? 무슨 뜻이지?’ 리더에게 사연을 들어봤다. 알파벳의 어감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지만, 단어의 뜻이 부정적이어서 망설였단다. 하지만 결성 초기라서 기복이 있는 자신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기보다는 개그콘서트의 이태선 밴드나, 나는 가수다의 세션팀처럼 ‘반주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의 진지함이 엿보였다.


결성 이후 계속 외부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계속해서 ‘보컬이 튄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만 받아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해오고 있다는 BIPOLAR의 무대가 왠지 모르게 기대됐다.


21개 팀 중에서 4팀만 본선에 진출

초등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실력으로 승부하는 예선전, 시계가 1시를 알리고 사회자의 인사가 이어졌다.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첫 번째 그룹의 공연이 끝났고 심사위원들의 평이 참가자들의 두근거리는 마음 위로 쏟아졌다. 초반이라서 긴장한 탓일까? 칭찬을 받는 팀보다는 성장을 위한 지적을 듣는 그룹이 대부분이었다.




▲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대의 세부적인 조언은 그 자리에서 진행됐다.


심사위원도 관객들도 조금은 지루해지던 그때, 8번째 참가자인 BIPOLAR의 무대가 시작됐다. 곡명은 Daybreak의 ‘들었다 놨다’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던 보컬들과 다르게 갑자기 발랄한 율동으로 시작한 무대는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순서를 기다리던 참가자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원곡이 가지는 인지도도 있지만, 그 분위기를 살린 무대에 모두들 즐거워했다. 심사평은 어땠을까?



▲ 밝고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BIPOLAR



< 하이라이트 영상보기> 


  


“우선, 보컬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네요. 고음 부분에서는 실수하기도 했지만, 가성과 진성을 번갈아 사용하는 창법이 적절했어요. 지금까지 봤던 팀 중에서 가장 신선하네요.” 순간 팀원 모두 기쁨으로 입이 크게 벌어졌다. “세션(반주)도 아주 안정적이었어요. 크게 흠 잡을 데가 없네요. 쭉 연습하면 되겠어요.” 칭찬일변도인 심사가 이어지자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무대를 내려오는 BIPOLAR에게 소감을 물으러 다가가는데, 기자를 밀치며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실용음악과 교수와 가수지망생을 발굴하는 소속사직원이었다. 그들은 밴드의 드러머와 보컬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소개를 한 후 명함을 건네주고 사라졌다.


항상 지적만 받아서 움츠러들어 있었던 그들의 어깨가 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음악계통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들의 꿈에 조금은 힘이 실어졌길 바란다. BIPOLAR의 무대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실력 있는 그룹이 공연을 펼쳤다. 심사위원들도 연이은 실력파의 등장에 “실력 있는 팀은 이제 나오나 보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관객들도 점점 기대하며 무대를 즐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참가자들의 긴장은 더해갔다. 실력파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압도되는 그룹도 있었다. 외부 공연이 처음인 퍼드림은 형들의 무대를 보며 점점 압박이 심해지고 있었다. 토요일이지만, 교장선생님도 직접 응원을 와서 캠코더를 준비하고 계셨다. 무대 뒤에서 리드기타와 베이스는 손가락을 풀고, 리더는 무대장비를 점검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퍼드림의 순서. 어린아이들이 무대로 올라오자 다들 긴장하지 말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침묵을 깨뜨리는 리드기타의 연주에 모두 얼어붙었다. 정말 청년기자도 ‘깜짝‘ 놀랐다. 이어지는 보컬의 카랑카랑한 고음은 잔잔했던 관객들에게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 이충희군(조동초, 6학년)의 기타솔로로 노래가 시작됐다.



▲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정말 아무도 어리다고 놀리지 못할 기세였다.



< 하이라이트 영상보기> 




심사위원들은 “밴드를 이끌어가는 보컬의 에너지가 정말 돋보이네요. 그리고 그 보컬에 손색없는 멋진 반주가 정말 힘차고요.” 앞서 공연한 중학생 팀들은 고등학생 형들과 비교하면 실력과 무대매너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초등학생인 퍼드림의 수준급 무대에 모두가 만족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퍼드림 역시 전화번호를 묻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본선진출자의 무대는 언제?

그룹사운드 부문 4팀, 솔로 및 중창분야 11팀, 총 19개 팀이 선발됐다. 퍼드림은 합격했지만, 아쉽게도 BIPOLAR는 다음을 기약했다. 퍼드림의 강렬한 무대가 궁금하거나, BIPOLAR를 실력으로 앞선 밴드들, 그리고 11명의 보컬을 만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본선무대는 6월 8일(토) 오후 3시에 인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천에서 배출할 스타가 궁금한 당신! 다이어리에 꼭 표시하길!


김상호 청년기자 reporter@gmail.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