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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축제·공연·행사

사운드 바운드(sound, bound) in 아날로그 신포



1990년대 동인천과 제물포 근처의 소극장에서는 크고 작은 밴드들의 공연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많은 밴드의 뮤지션들이 인천에서 태어났고, ‘밴드음악’을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천으로 모여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밴드공연’하면 많은 사람들이 홍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인천의 밴드는 아직 살아있다!!! 


동인천과 신포동은 1990년대 <문화와 놀이>가 중심적으로 생성 되었던 곳이다. 현재 문화와 놀이를 찾는 세대는 동인천과 신포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재미를 찾아 떠났다. 이를 안타까워 하면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옛 명성 유지함과 동시에 군데군데 퍼져 있는 공간들을 모아 새로운 재밋거리로 만드는 취지로 지난 5월, 사운드 바운드가 열렸었다. 





동인천 전자 오디오 상가에서부터 인천 아트 플랫폼까지 곳곳에 자리 잡은 장소 안에서 서로의 소리(sound)를 되튀는(bound) 과정을 통해 젊은 청년 혹은 그 이상의 나이대까지 소통하고 싶다는 사운드 바운드는 지금껏 보아온 음악 행사와는 분명 달랐다.

첫 번째로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에 공연장이라 부를 수 있는 곳 뿐만 아니라, 이제껏 공연을 해본 적이 없던 장소에서도 이루어 졌다는 것과,

두 번째로는 11개의 공연팀 중에 5개의 팀이 인천 밴드라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5개의 인천 밴드 중에 3팀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는 점이다.

과연 인천에 어떤 밴드가 오디션에 참가해 뽑혔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는 풋풋한 인생의 밴드일까, 아니면...? 그리고 이들과 함께한 장소는 어떤 곳이며, 어떤 사람들이 함께 했을까?


사운드 바운드는 루비살롱 레코드에서 기획했다. 루비살롱 레코드는 허클베리핀, 윈디시티, 이장혁 등 다양한 색깔의 뮤지션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그날 함께 했던 뮤지션들의 공연은 이색적인 장소들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 사운드바운드 소책자의 뒷면 지도.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마련된 공연시간은 다양한 장소에서 연달아 시작된다. 나침반에 보이는 그림처럼 열심히(?) 돌아다니면 모든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사운드 바운드 소책자와 티켓밴드. 공연 가격은 평균적으로 두 팀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예매 5천원, 현매는 만원, 모든 장소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 패스는 2만원이었다. 총 8시간정도의 공연 시간을 감안한다면 공연 가격은 터무니없게 느껴질 정도로 저렴했다. 



● 록앤허니(Rock`n`Honey) in 퓨전 카페 그루브(cafe groove)



▲ 카페 그루브는 동인천에 위치해 있으며 2009년에 만들어졌다. 평소에는 시민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서부터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와 즐기는 안식처이다.>



▲ 그루브 대표 김동환 씨



공연전 리허설 현장에 김동환 씨는 공연팀들을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전문가적인 언변과 행동에 궁금해 물어보니 김동환씨 역시 밴드를 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밴드 사정을 잘 알기에 이번 행사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동생들(공연팀)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공연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관중을 채우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원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인 관객들의 태도입니다.‘과연 얼마나 공연에 익숙하고 즐길 마음이 열려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사실 인천에는 이런 관객들을 만들 공연이 적었거든요. 이점에 있어 인천은 사운드 바운드 이후에도 공연이 자주 열려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관객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록앤허니. 팀의 처음 이름은 허니딥이었으나 EP앨범 제작중(2008년) 비슷한 이름의 허니디 라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지인의 권유에 따라 팀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그루브에서의 공연 시작을 알리는 인사와 함께 록앤허니의 신나는 무대가 시작됐다. 첫 곡부터 바닥에 누워 기타를 연주했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신나는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 속에 어울릴 듯 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묘한 매력의 유쾌한 가사들은 보는 이들을 미소와 함께 발을 동동 굴리게 만들었다. 거기다 가게 밖에까지 울려 퍼지는 보컬의 시원한 샤우팅은 부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록앤허니는 보컬 전정열, 기타 박경용, 베이스 엄용민, 드럼 최민우로 구성된 4인조 하드록 밴드이다. 기존의 멤버였던 베이스와 드럼의 탈퇴 이후 박경용이 택배를 하던 중 알게 된 엄용민과 후배 최민우를 영입하여 다시 팀을 재정비했다. 사운드 바운드는 지인이 알려줘서 응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오디션에 뽑혀 공연도 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이런 좋은 행사를 다른 여러 밴드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된 점이 너무 좋습니다.” 





록앤허니는 음악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홍대에서 다양한 장소와 관중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을 법도 한데, 홍대가 너무 멀어 공연할 기회만 있다면 가까운 인천에서 계속 공연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드록이란 장르가 요즘에는 인기는 없지만 저희는 계속 할꺼예요. 그렇다고 관객하고 호흡하는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공연하다 보면 하드락 세대의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면 양주 건네는 아저씨들도 간혹 있어요. 맥주 건네는 청년들보다 양주 건네는 아저씨가 그런 면에서 관중으로 본다면 더 최고죠(웃음)”


유쾌한 답변으로 너스레를 떨어 대는 록앤허니는 사운드바운드 이후로 대중들과 잦은 만남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활동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활약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임우진 in LP cafe 흐르는 물



▲ 신포동 부근 2층에 위치한 흐르는 물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24년 동안 흘러왔다.   



▲ 흐르는 물 대표 안원섭 씨



등산복 차림으로 묵묵히 무대가 꾸며지는 걸 지켜보는 안원섭 대표는 이 가게를 운영하기 전에도 라이브 공간을 운영했었고, 통기타도 조금 쳤다고 한다. 그러한 음악적 인연 덕분에 지금의 흐르는 물이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3년이란 시간에 흘러와서는 사운드 바운드를 꾸며주는 장소가 된 것을 보면 운명이란 이때 맞는 단어라는 느낌을 받는다. 흐르는 물은 이러한 운명을 통해 또 다른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사운드 바운드의 취지가 맘에 들어 흔쾌히 협조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저희 흐르는 물에서도 한달에 한번 무대를 가질 예정입니다.”  



▲ 공연장마다 열심히 모습을 비추었던 설지희 양은 고향이 부산이며, 충남 부여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다.



포크록을 좋아한다는 설지희 양은 당일치기로 인천에 왔다. 평소에 인천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전시나 공연 등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소셜커머스에 소개된 사운드 바운드를 알고 주저할 것도 없이 표를 구매했다고 한다. 처음 방문한 인천도 재밌고, 행사도 즐겁지만 시간을 길게 보낼 수 없기 때문인지 인터뷰 도중 사뭇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제가 시내랑 시장이 붙어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이곳이 참 맘에 들어요. 마치 부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친구랑 같이 올거에요!”



▲ 임우진. 대학교 시절 노래방을 다니던 친구들과 같이 밴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의 임우진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허클베리핀의 공연 후반부와 겹치게 배치된 때문일까. 임우진은 공연 전 관중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공연은 배치된 좌석 말고도 여분의 의자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붉은 빛이 빛나는 전구 불빛과 차분하면서도 적적한 분위기의 흐르는 물, 이 안을 맴도는 임우진의 기타 소리와 휘파람 소리의 조화가 돋보인 공연이었다. 



▲ “제가 하는 음악의 장르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말하면 가요라고 할까요. 한국말이니까요”>



싱어송라이터 임우진 씨는 자신이 하는 음악의 장르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결국 가요라는 범주로 자신을 설명하는 임우진 씨는 현재 디지털 싱글을 두 개 보유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월간 윤종신처럼 한달에 한번 곡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목표일 뿐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 임우진 씨는 홍대 근처에 작업실을 두고 자신의 곡 작업 및 기타레슨을 해주고 있다. 가끔 집(도화 부근)에 내려가는데 그때면 자전거를 타고 신포동에 가서 닭강정을 사 간다는 그는 인천이 공연하기에 좋은 곳이 된다면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인천 주변을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사운드 바운스는 트위터를 통해 알고 응모했어요.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참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행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락 페스티벌은 인천에서 시작 했잖아요.”



▲ 오늘 공연을 도와준 후배와 임우진의 가족들. 가족들이 관람하는 공연이 뮤지션 공연 중 가장 어렵다고 말했지만, 공연은 어려워하는 기색 없이 깔끔하게 끝났다.



“공연은 무엇보다 관중이 중요한 것 같아요. 홍대를 보면 가수 때문이 아닌 관중 덕분인거 같거든요. 지방 어디 행사가 열린다고 해도 관중들이 맘에 들면 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어디든지 가잖아요. 인천도 이런 관중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록을 계속 할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과 그 관심을 끌어줄 밴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정유천 블루스 밴드 in Jazz cafe bottom line



▲ 버텀라인은 1983년에 처음 생겼으며 1999년을 시작으로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올해30주년이 된 기념 공연도 조만간 준비중이라고 한다. 



▲ 버텀라인 대표 허정선 씨



담담한 표정과 함께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대는 허정선 대표는 사운드 바운드의 행사는 맘에 들지만, 공연 외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홍보적인 면이 부족했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많이 찾아와야 파급효과가 더 커질텐데 말이에요. 앞으로 사운드 바운드가 다시 열린다면 환영하며 참여하기 이전에 어떤 파급효과 일어났는지 일단 지켜볼 생각입니다.” 



▲ 정유천 블루스밴드. 리더 정유천씨는 1977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처음 밴드를 결성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밴드의 길을 걸어왔다.



기타의 굉음소리가 늘어지는 귀로 들어와 몸 안을 휘감으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에서 관록이 묻어있는 근사한 보컬과 젊은 베이스와 드럼의 그루브과 비트감이 멋진 신구의 조화를 이루었다. 버텀라인이 지닌 재즈클럽의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공연은 모인 관중들에게 블루스라는 장르를 각인 시켜주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 정유천 밴드의 리더인 정유천 씨는 1997년 문을 연 이후로 지금은 인천의 클럽 명소인 록캠프의 대표도 맡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소풍 때 한 친구가 벤처스(ventures)의 연주를 보고 기타에 반했습니다. 주위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학생이 흔하지가 않았거든요. 반이 아닌 학교에서 몇 명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에 기타에 반한 저는 아버지와 거래(?)를 하게 됩니다. 그때 당시 저는 육상부 선수로 대회에 나가게 되었거든요. 열심히 달린 덕분에 입상 메달은 기타로 바뀌게 되었죠. 그 이후에 저는 런닝화는 팽겨치고 기타를 치면서 육상뿐만 아니라 공부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버지는 점점 후회를 하게 됐지요(웃음).”


그 이후로 정유천 씨의 음악적 활동은 계속 되었다. 군대는 해군 군악대를 나왔고, 85년 자유인이란 밴드로 음반을 발표했으며, 90년도와 92년에는 정유천이란 이름으로 음반도 발매했었다. 그 이후로 내추럴 푸드란 팀으로 잠깐 활동했으며, 2002년에 들어서 다시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정유천 블루스 밴드는 토요일마다 록캠프에서 공연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지방 행사 등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 버텀라인 공연 후의 정유천 씨. 딸이 매니저를 맡고 있을 정도로 가족은 정유천 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정유천 씨는 처음 음악을 시작 했을 당시의 순수한 열정이 지금의 록뮤지션을 만든 것처럼 사운드 바운드라는 행사가 시작이라는 점에서 소중하게 생각했다. 

“사운드 바운드는 좋은 행사임은 분명합니다. 이런 공연은 자주 해야돼요. 하루로 끝나는 단일성 공연이지만 다음에는 한주 간격으로 한달 정도 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록음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록음악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실제로 보면 정말 좋아하잖아요.”

음악적 열정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정유천 블루스 밴드는 올해 음반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블루스 음악이 대중들에게 소외됨에 굴하지 않고 더욱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정유천 블루스 밴드의 멋진 음반을 기대해 본다.



▲ 버텀라인에서 정유천 블루스밴드를 바라보는 관중들



사운드 바운드는 멋진 행사다. 인천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자에 의해 만들어졌고, 인천을 잘 알고 있는 밴드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인천이라는 공간을 잘 표현해내는 장소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어떤 주자가 이와 같은 행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취지를 분명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포구가 홍대에 대한 지원이 좋잖아요. 이런 지역적 강점이 문화를 만드는 것처럼 인천 각 지역도 다양하게 번영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본다면 부평은 미군 부대의 영향 덕에 록으로 가고, 동인천은 재즈로 가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정유천 씨의 말씀처럼 인천도 재밌는 도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재밌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의 공연장을 자주 찾는 시민들과 지역적 인프라를 키우기 위한 관계자들이 필요하다. 한때는 수십 팀 있었으나 지금은 열 손가락에도 꼽기 힘들 정도로 소수에 불과한 인천 밴드는 아마도 그런 날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교만 청년기자 globe1003@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