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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공존을 위한 선택, 길고양이 TNR사업




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발정기. 거친 시멘트를 누비며 쓰레기로 연명하는 길고양이들은 늦은 밤 종족번식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짝을 향해 외친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민원’뿐이다. 민원으로 인해 포획된 길고양이들은 유기동물보호소로 입소돼 안락사를 기다리는 신세였다. 올해 인천시에서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사업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인천시, TNR 사업

TNR 사업은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사(Return)의 앞머리를 딴 단어로, 국제적으로 검증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관리 방법이다. 말 그대로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 후 제자리에 돌려놓는 사업이다. 

국내 일부 자치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던 TNR사업이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인천시도 이제 TNR를 시행하는 지역에 뛰어든 지 꼬박 반년이 지났다. 첫 시작은 동물보호 단체  및 인천시 캣맘들이었다. 




캣맘협의회에서 길고양이 tnr 사업관련 홍보를 하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포획 틀을 빌려 개인이 직접 포획한 후, 사비로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시하는 tnr은 비용과 포획작업의 비전문성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캣맘들이 점차 시·군·구청에 "안락사 비용으로 tnr을 해주세요."라는 민원을 넣기 시작하면서 인천시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인천 캣맘협의회 박은미 행정인바운드 팀장은 “생명을 소멸하는 비용을 복지와 새 삶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전환해 달라는 건의였습니다. 민원으로 인해 보호소로 입소된 길고양이의 안락사 비용과 TNR 시술 비용은 비슷합니다. 동물보호와 예산 절감까지 할 수 있는 일거양득에 효과를 보수 있는 좋은 제안이죠.”라며 TNR 민원의 내용을 설명했다.





인천 캣맘협의회 회원들은 정기모임을 통해 구청의 담당자와 만나 길고양이 보호와 TNR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물론 TNR시행의 첫 단계다보니 부족한 점도 있다.

박씨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TNR 진행이 어려운 상황들이 있습니다. 또한 중성화 이후 제자리방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로 타 지역에 방사하는 등 아직까지는 미흡한 점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진행하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길고양이, 공존을 찾아서

길고양이 민원내용은 ‘쓰레기봉투를 뜯어 위생을 해친다.’ 혹은 ‘새벽에 울어서 너무 시끄럽다’는 내용이 다수다. 

먹을 것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리기 봉투를 뜯어 연명하는 길고양이의 상황을 모르는 말이다. 하지만 캣맘들은 이런 길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하고, 민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밥과 물을 제공하면서 더 이상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새벽에 시끄럽게 들리는 발정음은 TNR 진행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길고양이 개체수를 관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얼마 전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길고양이 무료급식소까지 나왔다. 이미 야생일수 없는 도시환경에서 도심 속 동물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박씨는 말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우하는 복지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광역시의 TNR 정책이 성숙된 시민의식과 만나 올바르게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인천시와 캣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에서는 동물학대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캣맘 폭행사건에 이어 얼마 전에는 길고양이 일가족을 밟아 죽인 사건까지. 끔찍하지만 현실이다.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중성화 사업과 더불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동물과의 공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흔히 인천을 녹색도시라고 한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조성된 도시를 말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면서 동물과의 공존에 힘쓰지 않는 건 모순이다. 녹색도시 인천의 길고양이 및 유기동물 정책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