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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화수부두에서 목선을 만드는 현대판 '노아 부부'




화수부두는 어부와 어선들의 오랜 휴식처다. 최근 이 화수부두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부둣가 옆에 어부들이 운영하는 어판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연산 바다 먹거리가 오고가는 곳 화수부두. 부두 한 켠에서 9.16톤의 무게가 조용히 채워지고 있다. 어부의 손에서 목선(木船)이 서서히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어선들이 정박된 곳 옆에 거대한 장막이 서 있다. 장막에는 창문도 나있다. 어둠 속에서 뚝딱 뚝딱~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온다. 창문과 장막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전부다. 그곳에는 거대한 나무 배 한척이 통째로 들어차 있다. 아직은 완전치 않은 형태다. 부지런히 빈틈을 채우고 있는 유동진(68) 씨의 망치질이 이어진다.






“내 배를 만들고 있어요. 3년째 됐어요.”

그는 혼자서 나무배를 만들고 있다. 9.16톤의 목선이 굳은 살 박힌 그의 손에서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생전 처음 혼자 만들고 있는 목선이다. 그는 3년 전부터 나무를 사서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의 밑바닥부터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설계도도 없다. 그냥 그때그때 그림을 그려가며 만들고 있다. 어느새 배는 형체를 갖추게 됐다. 지금 만들고 있는 목선은 그에게 5번째 소유의 배가 된다.





그는 어부다. 19살부터 어부로 살았다. 어부로 살면서 그는 배 만드는 곳에서 틈틈이 심부름을 하면서 배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그 기술이 지금 그의 배를 완성시키고 있다. 그와 인연을 맺은 4척의 배와 어쩌면 마지막 인연이 될 또 한척의 배. 그 자체가 그의 인생이다.


“마지막 배는 작년 8월에 폐선 됐어요. 물이 차올라 죽을 뻔 했죠. 그래서 정든 배를 폐선처리하고 배 만드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요. 휴~ 고생을 사서하네요.” 

그의 아내 강영자 (61)씨의 한숨이 깊다. 그는 남편이 배 만든다고 했을 때 극구 반대를 했다. 그냥 기술자에게 맡기길 원했다. 그러나 남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유동진. 강영자씨 부부


목선은 15년~18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그의 4척의 배들도 그랬다. 그런데 그는 목선을 만든다. ‘미친놈’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도 그는 배를 만든다. 마치 성경 속의 노아와 같다. 

“100년을 보고 만들고 있는 거예요. 최고로 좋은 나무와 부품을 사서 오래가도 썩지 않고 튼튼한 배를 만들고 있죠. 왜? 아들과 손자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서. 이 배를 보고 우리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대를 이어 갈 수 있는 배를 내손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어. 내가 만들면 절약도 되고 그만큼 튼튼하게. 무엇보다 내가 내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만들 수 있잖아요.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는 배가 되는 거예요.” 그의 고집은 배 한 척을 만들지만 배 3척을 만드는 만큼의 수고와 정성이 담겨 있다.






그는 눈이 와도 비가와도 이곳에서 혼자 묵묵히 작업을 했다. 새벽 2시도 새벽 5시도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의 몸은 상처를 훈장처럼 달았다. 그의 손톱은 망치로 맞아 까맣게 됐고 구멍을 뚫는 드릴은 바지감에 감겨 그의 다리를 휘감았다.  

배의 이곳저곳에 널려 있는 다양한 연장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쓰여지다 잠시 휴식을 맡고 있다. 강영자 씨는 그런 남편을 보면 안쓰럽다. 그러나 그저 옆에서 돕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가끔은 동네 어르신들이 번갈아 오셔서 도와주시죠. 감사하죠.”


함께 일을 거들고 있는 김주영(76) 씨는 “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반가웠어요. 나도 배를 탔었기 때문에 배에 대한 애착이 있지요. 시간 날 때마다 이렇게 와서 조금씩 도와주고 있어요. 힘들겠지만 그 만큼 보람도 있겠지요.”






유동진 씨가 이곳저곳을 가르킨다. 고기를 잡으면 얼려서 보관하는 얼음창고와 살려서 보관하는 곳, 휴식공간 등 다양한 공간의 갑판아래 숨겨져 있다. 승선 최대인원은 5~6인용이다. 그러나 이배는 부부만 타게 될 것이다.

“나는 선주 겸 선장이죠.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좋아. 고기를 잡아도 남 안 잡는 것을 잡아. 난 특이한 것이 좋아요.”







이 목선이 완성되면 ‘선광호’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의 배들은 모두 ‘선광호’였다. 5번째 선광호로 완성되는 날 진수식을 갖게 된다. 아마도 진수식은 9월쯤일 것이다. 부부가 만드는 선광호의 늠름한 모습이 기대된다.



김민영 객원기자 gem0701@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