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 ‘추억’ 사세요
구월동 '추억을 파는 가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젊음을 살 수도 없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 추억을 파는 가게가 있다.
구월동 먹자골목에 술집도 음식점도 아닌 것이 눈에 띄는 간판으로 사람들을 끌어드리는 곳이 있다. 도대체 뭘 하는 곳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이름은 바로 ‘추억을 파는 가게’이다.
어린 시절 그때 그 물건들
추억을 파는 가게 안은 70, 80년대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 때 그 시절의 책걸상과 풍금, 난로, 학용품과 장난감들이 손님들의 나이를 10대로 돌려세운다. 물건을 파는 가게라기보다 작은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입구에서부터 가게 안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추억의 영화 포스터. 복사본이 아닌 당시 실제 포스터들이다. 장식장 안에는 옛날 전화기와 텔레비전, 선풍기 등이 진열되어 있고 못난이 인형과 아톰, 태권V 등이 가득하다. 한쪽 벽면에는 옛날 교복이 걸려있는데 직접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추억 여행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필수품, 불량식품이라 불렸던 추억의 과자도 종류별로 갖춰져 있다. 가격은 종류에 상관없이 2개에 천원이다.
부모님과 함께 가게를 찾은 중학생 김명지양은 가장 먼저 ‘뽑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거 직접 해 본 건 처음이에요. 엄마가 집에서 해 주셔서 먹어 본 적은 있었는데요. 직접 이렇게 틀을 찍어서 제대로 해 본 건 처음이에요. 근데 생각보다 되게 어렵네요.” 달달하기만 한 맛이 요즘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모양대로 뽑아내겠다는 집중력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자 손님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추억의 오락기이다. 이용료는 한 판에 500원이다. 어른이 됐어도 기록 갱신에 경쟁이 치열하다. 그 밖에도 가게 안에는 옛날 음료수 병, 팥빙수 기계, 우체통 등등 추억의 물건이 전시되어 있다.
토요일 오후 7시에 시작되는 경매
‘추억을 파는 가게’의 물건 중에는 판매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차민용 대표가 오랜 세월 공을 들여 모은 수집품들은 쉽게 판매를 하지 않는다.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을 했습니다. 우연히 한 도매시장을 지나다가 ‘쫀드기’를 파는 걸 보고 추억의 과자를 파는 쇼핑몰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옛날 물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집했죠.”
차민용 대표는 전국 각지를 돌며 옛날 물건을 모으고, 경매장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샀다. 지금은 개그콘서트 등 방송프로그램에 소품을 지원할 정도로 많은 추억의 물건을 갖고 있다.
차 대표는 얼마 전 월미도에서 구월동으로 가게 자리를 옮기면서 ‘추억을 파는 가게’ 만의 흥미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손님들이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경매를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차 대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내 놓고, 손님들이 가져 온 물건들도 경매한다. 추억의 물건은 물론 자녀가 성장해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등도 가능하다. 다만 손님이 가져온 물건이 입찰 됐을 경우 입찰가의 10%를 내야 한다.
차대표가 경매에 내 놓는 물건은 딱지, 장난감, 인형, 보드게임, 장식품 등 매우 다양하다. 작은 물건들은 대부분 천원부터 경매를 시작하고, 천원 단위로 가격이 올라간다. 때로는 구입가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내 놓기도 하고, 실제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을 판매가보다 싸게 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물건이 경매에 나올지는 비밀이다. 촬영 당일 가장 비싸게 경매에 나온 물건은 태권V 프라모델이었는데 유찰되었다. 유찰된 물건은 다음주에 다시 경매에 붙인다. 그 다음 고가의 물건은 아톰 프라모델로 2만 4천원에 낙찰됐다. 낙찰 받은 손님은 “전에 헤이리에 가서 사려다가 하도 비싸서 못 샀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아예 아톰을 모르더라고요.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샀습니다. 오늘 완전 득탬했는데요.”라며 기뻐했다.
차민용 대표의 손으로 들어가 고물에서 보물이 된 물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그는 옛날에 자신이 직접 사용했고 봐 왔던 물건들을 기준으로 수집을 한다. “분명 어딘가 먼지 쌓인 채로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물건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물건들을 찾아서 옛날 생각도 해 보시고, 또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경매를 하기로 했습니다.”
추억을 파는 가게는 박물관 형태의 가게라 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처음엔 무료로 운영을 했지만 가게 안이 너무 복잡해지고 물건이 파손되는 경우도 잦아 최소의 입장료를 받게 됐다고 한다. 물건 구입은 온라인 쇼핑몰로도 가능하며, 구월동 오프라인 매장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문의 : www.zzolzzol.com, ☎ 772-6560 / 010-8901-6560)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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