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맛보다
짜장면박물관 ‘영업개시’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리는 국민음식 짜장면. 그 고향은 바로 한국 속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이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된 요리집 ‘공화춘’이 오늘날 ‘짜장면박물관’으로 간판을 새로 걸고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글. 정경숙_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_포토저널리스트
중국인으로 북적이던 청관거리
중구 북성동 일대. 중국식 전통 대문인 패루(牌樓)를 지나면 여기부터는 새로운 세상이다. 붉은 바탕에 한자로 쓰여진 간판 그 사이 빛나는 홍등, 춘장 냄새와 차(茶)향이 뒤섞인 독특한 향취…. 붉은 유혹으로 넘실대는 이 곳은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이다.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열강이 첫발을 디딘 곳이다. 1884년 청나라에서 중구에 조계(租界)를 형성하고 이를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일본 사람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이후 1914년 일제강점기에 조계제도가 폐지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땅에 남았다. 1920년대 ‘청관거리’라 불리던 이곳 차이나타운에는 요리집 공화춘, 중화루, 송죽루가 들어서고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부의 외국인 제한정책으로 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중국인들이 한국을 떠나기까지, 차이나타운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도시였다.
짜장면을 처음 판 ‘공화춘’
북성동주민자치센터에 난 작은 길에 들어서면 등록문화재 제246호인 공화춘(共和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화국 원년의 봄’을 맞는다는 의미로 1912년에 문을 연 공화춘은 짜장면을 처음 판 중국요리집이다. 한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미식가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이곳이, 이달 28일 짜장면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한때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 즐겨먹었던 짜장면. 지금이야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 넘쳐나지만 짜장면은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릴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짜장면은 개항 당시 중국 상인들이 부두 노동자들을 상대로 빨리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을 고안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그네들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양파와 당근을 가미하고 춘장에 물을 타 연하게 풀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었다. ‘값 싸고 맛 좋은’ 국민음식 짜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짜장면의 100년사가 고스란히
중구는 짜장면의 역사적 배경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비추어 보기 위해 짜장면박물관을 개관했다. 구는 작년 6월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 2월 10일 전시물을 설치하는 조성사업을 마쳐 공화춘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박물관은 먼저 건축물 자체가 개항 당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물관은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공화춘 기록화 보고서’를 토대로 각계의 자문을 구해 건물의 역사적인 가치를 보존하며 새로 지었다. 또 건물을 해체, 보수하면서 나온 유물을 보존처리해 전시하며 현시대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공화춘에서 사용하던 현판과 의자 등 박물관 곳곳에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자욱이 배어있다.
박물관은 대지면적 581.8㎡에 건물면적 846.2㎡, 지상 2층 규모로 7개소의 전시공간과 기획전시실, 뮤지엄 숍 등을 갖추었다. 구에서 수집한 유물과 자료 200여 점 가운데 의미 있는 전시물을 선별해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당시 공화춘을 비롯한 요리집에서 사용하던 의자, 그릇, 젓가락 등과 1950~70년대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자료들을 전시한다.
차이나타운에서 근현대사를 곱씹다
제1전시실은 짜장면이 탄생한 개항기 인천항으로 시계바늘을 돌린다. 당시 인천항을 배경으로 부두 노동자들이 짜장면을 먹는 모습이 재현돼 있다. 제2전시실에는 1930년대 번성했던 공화춘이 영화처럼 펼쳐져 당시의 낭만에 젖게 한다. 1층으로 가면 후끈한 열기 로 가득한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이 나온다. 당시 공화춘 주방장 우홍장이 면을 수타하고, 양파와 고기 등 재료를 손질하고 춘장을 볶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여정은 공화춘의 창립자를 기리며 ‘우희광 기념홀’로 이름 지은 기획전시실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곳에서는 짜장면과 인천 화교의 역사와 관련한 전시를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40분 정도면 여유롭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1883년 처음 터를 잡은 이래 질곡의 역사를 이어 온 차이나타운. 이곳은 단순히 화교들이 사는 동네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고 역사다. 건물마다, 골목마다 음식 하나에도 역사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는 곳. 오늘, 짜장면의 고향 차이나타운에서, 우리나라의 오늘을 있게 한 격동의 근현대사를 곱씹어 본다.
개항장 테마박물관 거리
중구에 가면 역사가 보인다
중구 중앙동 거리는 인천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의 물결이 인 곳이다. 당시 일본제1은행을 비롯해 제18은행, 제58은행 등이 세워져 금융가를 이루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비롯한 서구식 건물이 터를 잡았다. 현 중구청 건물이 있던 인천부청사를 중심으로 관청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항 당시 근대 건축물이 온전히 남아있는 중구 개항장 일대에 ‘테마박물관 거리’가 조성된다. 중구는 올해 사업비 17억원을 들여 근대 건축물들을 매입한 뒤 개항장에 있는 기존 박물관들과 연계하는 테마박물관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개항장에는 이달 개관하는 짜장면박물관을 비롯해 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구는 박물관 주변의 문화재급 건축물이나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역사체험관과 기획전시실 등을 세우면서 일대를 하나의 박물관 권역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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