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빚은 전통주, 맛보실래요?”
‘우리술빚기 동호회’의 추석맞이 ‘석탄주(惜呑酒)담그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술 ‘전통주’는 그저 단순히 마시고 즐기는 술이 아니다. 옛 선조들의 숨결과 켜켜 숙성된 생활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문화유산’이다.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품고 묵은 장맛처럼 깊고 오묘한 풍미를 지닌 우리의 전통주는 삶의 여유로움과 함께 조상의 지혜를 배우며,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수백 년의 전통문화가 녹아내려있기 때문이다.
‘빠름’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술은 마트나 주점에 가면 쉽고 간단하게 구입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요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웰빙 애주가들에게 직접 빚은 전통주는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외래문화에 밀려 점점 등한시 되고 있는 우리의 전통주를 연구하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술빚기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15호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28일 오전 10시. 연수구 연수3동주민센터내 문화사랑방에는 추석맞이 ‘석탄주(惜呑酒)’를 배우며 담그기 위해 10여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미리 만들어 놓은 석탄주, 연엽주, 칡주, 동정춘 등 다양한 전통주들을 둘러보는 회원들은 설렘으로 들뜬 표정들이다. ‘석탄향(惜呑酒)’이라고도 부르는 ‘석탄주’는 ‘술의 향과 맛이 감미롭고 기특하여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삼키기가 아깝다’라는 아름다운 뜻을 지닌 고급 전통주이다.
술 빚기에 앞서 석탄주에 대한 간단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를 맡은 임제홍회원(53, 연수구 송도동)은 “전통주는 이 땅에 쌀이 생산될 때부터 시작됐어요. 술맛도 최고였지요. 삼국시대 때는 신라의 술이 당나라에 수출되었을 정도니까요. 술은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음식의 꽃입니다. 특히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전통주는 우리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겨 있지요. 재료도 간단합니다. 쌀만 있으면 다양한 술을 만들 수 있거든요. 기본 술에 부재료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전통주에는 다양성과 양리성과 계절성이 있어요. 그래서 절기마다 특징이 있는 전통술이 있는 겁니다.” 임강사의 전통주 예찬이다.
본격적인 술을 빚기 위해 회원들은 손을 씻고 재료를 준비한다.
먼저 완성된 죽에 누룩을 넣고 잘 섞이도록 버무리면 밑술이 된다. 여기에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차게 식힌 후 4일 발효된 밑술을 넣어 잘 치댄 후 발효통에 넣고 3주 정도가 지나면 덧술이 된다.
방미정회원(43, 연수구선학동)은 “사먹는 술은 첨가제를 사용하는데, 직접 집에서 빚은 술은 안심이 돼서 좋아요. 그만의 특별한 맛이 있고 숙취도 없어서 남편이 너무 좋아해요. 술을 담궈서 먹기 시작한 지 2년여 되었는데 우리의 전통주만큼 좋은 술은 없는 것 같아요.”라며 직접 실연을 통해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콩을 제외한 주원료인 곡류로 빚을 수 있는 전통주는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주방도구를 이용해서 손쉽게 빚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술을 빚는 사람들의 손끝과 가슴속에는 이미 한가위가 점점 물들어 가고 있다.
만드는 방법과 주원료 및 발효방식에 따라 다양한 향과 맛을 얻을 수 있는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식민지정책과 주세법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80년만인 1995년 법이 개정되면서 직접 가정에서도 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장 한명숙씨(59, 연수구 동춘동)는 “현재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것을 가르치다보니 전통주에 관심이 생겼어요. 우리 민족이라면 전통주는 배우고 알아야 할 의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명절만큼은 내가 직접 빚은 우리 술로 조상님께 제주를 올리고 싶어요. 이제는 우리가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찾고 지켜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생깁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신토불이 재료인 건강한 쌀과 물, 그리고 누룩만으로 빚은 술에서 여러 가지 고운 빛깔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이 있어요.”박미정(연수구 연수동)회원은 전통주에 점점 빠져든다며 웃는다.
잘 빚은 석탄주는 3주정도가 지나면 베보자기를 깔고 고운 채반에 거르는 채주를 한다. 이렇게 걸러 채주한 술을 병에 담아 하루정도 지나면 층이 생긴다. 맑은 층은 약주가 되고, 가라앉은 앙금은 물을 섞어 막걸리로 마시면 된다.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조상의 알뜰한 지혜가 스민 우리 술이다.
술 빚기를 마친 회원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완성된 석탄주를 시음하며 추석 즈음에 맛보게 될 술맛에 미리 취해본다.
김수환씨(53. 연수구 옥련동)는 “시음을 해보니까 맛이 환상적이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맛있습니다. 옛날 대관과 선비가 된 듯 기분이 좋습니다. 직접 빚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고 오늘 빚은 술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전통주 만들기가 일반 사람들에게 많이 보급되어 전통의 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라며 술의 향과 맛을 음미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치는 회원들의 입안을 한가위가 풍요롭게 채워준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체성을 잃는 무분별한 퓨전문화보다 우리 것을 잘 알고 지켜나가는 것이 올바른 세계화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전통주빚기 문의 : ☎810-5345)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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