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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핸드드립커피는 트럭을 타고...


커피의 ‘가출’

핸드드립커피는 트럭을 타고...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 대신 ‘안녕하시냐’고 묻는 인사성 바른 청년 둘, 이한글, 임은규 씨다. 그들의 직장은 중구 아트플랫폼 앞에 있는 0.5톤 트럭. 고등학교 동창인 그들은 각자 다니던 직장에 용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매일 이 작은 트럭으로 출근한다. 트럭커피를 처음 본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은 호기심이 발동해 트럭에 한 발자국 다가온다. 손으로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이 2000원, 저렴한 가격에 주문이 시작되면 두 청년은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친다.





그들의 트럭커피가 주목받는 이유는 '수제(手制)커피'이기 때문이다. 트럭이라는 작은 공간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핸드드립 도구들과 손으로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한 ‘프레소’만 보일 뿐이었다. 

실내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수제커피가 ‘가출’한 것이다. 야외에서도 느긋하게 커피의 향을 즐기고 싶어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왔다. 덕분에 손맛 묻어나는 커피를 밖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물의 온도, 원두의 굵기, 모든 걸 신경 써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저희만의 커피가 나왔어요. 맛은 자신 있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5년째 커피와 열애 중이다. 서울의 유명한 디자인회사를 다니던 그에게 커피는 생활이었다. 커피 향에 매료된 그는 커피에 대해 배우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직장동료들에게 ‘이한글 표’ 핸드드립커피를 소개한 뒤, 동료들은 그의 커피만을 찾았다. 그는 이제 고향인 인천에서 커피를 전파하고 있다. 


임은규 씨는 이씨의 첫 ‘전파대상자’였다. 

“전 이 친구한테 커피를 배우고 있어요. 친구가 아니었다면 커피트럭은 못했을 거예요.”

벤처사업에 관심이 있던 임씨는 5년 만에 대기업에서 나왔다. 당시 임씨를 좋게 본 상사가 ‘어디까지가 목표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는 “퇴사가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퇴사한 그는 이씨를 만나 커피에 중독돼 버렸다.



좌)임은규 씨, 유)이한글 씨





단체 손님이 왔다. 트럭 안이 분주해 졌다. 커피를 내리는 손은 분주하지만 여유롭다. 느림의 미학. 도구와 교감을 하며 내린 커피는 더 깊고 향긋하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조동호 씨는 평소 아메리카노만 찾는 커피 마니아다. 

“커피 향이 참 좋네. 트럭이라 그런지 색다르고.” 스스로 커피맛 좀 안다는 그의 평이 꽤나 긍정적이다. 조씨를 포함한 단체 손님들은 “젊은이 힘내!”라고 응원하며 자리를 떴다.






한꺼번에 많은 주문량을 소화했지만, 흐트러짐이 없다. 모든 커피도구를 스테인레스 재질로 통일한 점도 그렇지만 임씨의 ‘정리 편집증’도 한몫했다. 그들은 노점상이지만 ‘깔끔’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아직 해가 쨍쨍한데, 장사를 접는다. 

“원래 8시까지 하는데, 오늘은 일찍 끝났네요. 가져온 원두가 다 떨어졌어요.” 

원두는 로스팅 한지 1~2주가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소량만 주문하는데, 오는 분량으로 가져온 원두를 전부 팔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오늘은 일찍 퇴근이다. 그들은 내일 준비를 위해 다시 원두시장으로 나갔다.





두 청년이 열정으로 데운 커피는 노란 트럭을 타고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다. 어느 노랫말 속 ‘커피한 잔의 여유’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두 청년이 내미는 커피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찍혀있다.

‘참, 잘 했어요.’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