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풍경
화도진(花島鎭)의 하얀 봄
진영(鎭營)에 꽃이 피었다. 봄이 왔다.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된 것이다. 우리 인천에는 웅장한 궁궐이나 대궐이 없다. 화도진은 웅(雄)하지도 장(壯)하지도 않지만 우리 고유의 건축미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태생이 ‘꽃섬’이었다는 것을 몸부림치며 알리기라도 하는 듯 사월이 되면 화도진 영내에는 순백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글 사진 유동현 본지편집장
인천 앞바다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배들이 자주 나타났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외국 함대와 상선 등 이양선(異樣船)들이었다. 그것들이 자주 출몰하자 조선정부는 고종 16년(1879)에 강화도에서 캐 온 돌로 화도진(花島鎭)을 구축했다. 묘도(만석동)포대, 호구(논현동)포대 등 인천 해안선을 빙 둘러싼 포대들을 예하부대로 둔 야전사령부 역할을 했다. 당시 진지는 소나무 숲으로 뒤덮였고 바로 밑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 화도진 언덕에 올라서면 영종도와 작약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꽝! 꽈앙~ 고종 19년(1882) 4월 6일(양력 5월 22일), 지축을 뒤흔드는 대포소리가 앞바다에서 들려왔다. 바다에 떠 있던 미국 스와타라함에서 21발의 축포를 쏘아댔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된 것을 알리는 대포였다. 조약체결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화도진 언덕에서 진행되었다.
화도진은 1894년 갑오경장으로 군제가 개편됨에 따라 폐쇄됐고 일제강점기 때 인근지역이 매립되면서 완전히 그 자취를 감췄다. 100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1988년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화도진도’를 토대로 복원됐다.
한 세기 전의 그날처럼 화도진 동헌마당에는 오늘, 봄 햇빛 한 줄기와 봄 꽃잎 한 장이 그렇게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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