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그리고 산으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천공항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에서 바다 건너 섬으로 가는 열차. 코레일공항철도는 오는 8월 31일까지 주말마다 용유임시역까지 가는 ‘서해 바다열차’를 운행하고, 이후 인천공항역과 용유역을 연계하는 자기부상열차를 개통한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정정호 자유사진가, 코레일 공항철도
철길
여행의 시작
공항철도에 몸을 싣는다. 여행은 차창 밖 세상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 멀리 초록으로 물든 계양산이 부평벌을 인자하게 굽어보고 있다. 미래의 꿈이 영글고 있는 청라를 지나, 드디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쪽빛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고 저 멀리 수평선이 아득히 펼쳐진다. 영종대교를 지나니 함초가 붉게 타오른 갯벌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이 첫사랑을 잃은 아픔을 안고 휘적휘적 걷던 바로 그 곳이다.
열차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용유임시역에 다다른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지 30여 분만이다. 오래 깊이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을 빠르게 스쳐 지나온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바닷길
낭만이 넘실
바다열차의 종착역인 용유임시역 곁에는 바다가 넘실거린다. 작은 포구인 거잠포를 시작으로 마시안, 용유, 선녀바위, 을왕리, 왕산 해변과 잠진도선착장이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있다.
용유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작은 포구인 거잠포에 닿는다. 끝없이 펼쳐진 진회색 융단. 그 위에 바다일을 마친 배들이 지친 몸을 뉘고 잠을 청하고 있다. 용유임시역 앞에서 버스를 타면 선녀바위, 을왕리, 왕산 해변 등이 단 10분 거리. 걸어도 그리 멀지 않다. 마시안해변은 모래 둔덕 주변에 해송이 아름드리 드리워져 있어 아늑하다. 선녀바위해변은 야트막하지만 제법 야성미 넘치는 갯바위들이 해변을 메워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을왕리해변은 반짝이는 모래사장과 송림, 기암괴석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사이좋게 이웃한 왕산해변은 용유팔경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낙조가 눈부시다.
Tip 공항철도 용유임시역 앞에서 버스(302번, 306번)를 타면 을왕리·왕산·선녀바위 해변 등이 10분 거리로 가깝다.
산길 섬길
마음에 쉼표
운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삼목선착장. 여기서 뱃길로 40여 분이면 장봉도에 다다른다. 장봉도는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산행을 즐기기 좋다. 지난해에는 해안 길을 따라 트레킹 코스도 열렸다. 옹암해변에서 장봉2리 평촌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바다와 파도가 빚은 조각품이 즐비한 해안과 산길이 어우러져 있다.
용유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무의도에 닿는다. 무의도 여행의 묘미는 섬 산행이다. 등산로 ‘환상의 길’을 타고 호룡곡산에 올라 구름다리를 거쳐 국사봉으로 간다. 산 아래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섬의 풍경이 발걸음을 느리게 붙잡는다. 맑은 날에는 태안반도까지 시선이 닿는다.
곁에는 아우 섬 소무의도가 있다.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인도교가 놓이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무의바다 누리길’이 생기면서 섬 트레킹 명소로 떠올랐다. 부처깨미, 몽여해수욕장, 몽여, 명사의 해변, 장군바위, 당산·안산, 동쪽마을·서쪽마을, 인도교 모두 여덟 가지 테마로 이어지는 길은 어딜 가든 절경. 섬은 느릿느릿 걸어도 한 바퀴를 도는 데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아름답고도 짧은 바다 위 산책이 못내 아쉽다.
Tip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장봉도행 배가 있는 삼목선창작으로 가는 버스(221-1번)가 매시 40분에 출발한다. 10분 정도 소요. 소무의도는 무의도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인도교가 있는 광명항으로 이동해 다리를 건넌다.
이제, 자기부상열차 타고 바다로 섬으로
코레일공항철도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오는 8월 31일까지 주말 마다 ‘서해 바다열차’를 운행한다. 열차는 바닷가 인근 용유임시역까지 연장 운행하며, 용유임시역 방면(하행) 11회, 서울역 방면(상행) 11회, 하루 총 22회 운행한다. 연장구간에 대한 추가 운임은 없지만 인천공항역에서 용유임시역 구간만 이용할 경우 별도 운임(900원)이 든다. 하행열차(서울역→용유임시역)는 오전 7시 39분부터 오후 5시 39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매시 39분에 서울역을 출발하며, 상행열차(용유임시역→서울역)는 오전 9시 27분부터 오후 7시 27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매시 27분에 용유임시역을 출발한다. 한편 바다열차가 운행을 마치는 8월 말에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인천공항역∼용유역)가 개통할 예정이다. 이제 바다가 그리우면, 인천공항역에서 자기부상열차와 연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문의 코레일공항철도 745-7788)
'통하는 인천 > 여행·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속 작은 유럽 송도 (0) | 2013.07.18 |
---|---|
신도에 위치한 매료 37.5 (0) | 2013.07.08 |
인천 섬, 그 이끌림 (0) | 2013.07.08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탄생한 ‘선광 미술관’ (0) | 2013.06.26 |
월미 전망대 달빛누리카페 오픈 (0) | 2013.06.18 |